이 보다 먼저 광주시청이 상무지구로 옮기면서 금남로나 계림동에 있던 적지 않은 건물들과 업체들이 상무지구로 옮겼다. 이렇게 보면 도청과 시청이 동구에서 빠져나감으로써 광주의 도심역할을 했던 금남로 일대를 위시한 동구지역이 여러 면에서 위기에 처한 현실이다.
물론 도시의 발전에 따라 도심이 쇠락하고 새로운 부심이 흥기하는 것은 역사적 경과이다. 서울을 예로 들어보더라도, 현재 서울의 도심을 어디라고 딱히 집어 말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광화문인지, 시청근처인지, 강남인지, 아니면 이 세 곳 모두인지 아리송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광주의 중심이나 도심이 변해가는 것은 도시의 발전과 미래를 생각할 때, 어쩔 수 없는 추세임을 인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잘못하면 ‘소탐대실’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공동화하는 지역에 어떻게 활력을 불어넣을 것인가를 정확하게 예측하여 정책을 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시청이 옮김에 따라 금남로에서 이전한 것 중의 대표적인 것이 한국은행 광주지점이다.
현재 그 공간의 비어있는 상태이고, 소유권은 광주시청으로 넘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리고 정확하지는 않지만, 들리는 말로는 광주시에서는 금남로에 시민 휴식공간이 너무 부족하고 녹지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비어있는 공간을 수익시설로 활용하기 보다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바꾸는 것은 대단히 바람직한 일이라 보여진다. 그러나 좀더 세밀한 검토가 필요한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현재 도청일대에 들어설 예정인 ‘아시아 문화전당’ 용역의 최종보고회가 지난 4월 30일 열렸다. 이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겠으나, 다른 것은 차치하더라도, 현재 계획에는 ‘시민들의 문화 발신, 매개, 수신’의 공간이나 기능이 거의 없거나 극히 협소하게 설정되어 있다고 보여진다. 공연 공간이 4 개 정도 설정되어 있으나, 전시공간은 명료하게 드러나 있지 않으며, 이러한 전문적 예술활동을 위한 공간을 제외하고, 시민들의 문화활동을 위한 공간은 사실 전무한 상황이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구 한국은행을 허물고 공원으로 조성하는 것 보다는,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시민문화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이, 공원보다 더 효율적이고 도심활성화에도 그 역할을 담당하리라고 생각된다. 이렇게 활용할 경우 ‘아시아문화전당’에 결여되어 있는 부분을 보강하면서 서로 상승적 역할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를 어느 특정인이나 집단에게만 맡길 것이 아니라, 지역의 문화예술단체들이 함께 모여 머리를 맞대고 계획을 수립하고 그 실천방안을 모색한다면 좋은 결과가 나오리라고 보여진다.
무조건 허물고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창조도 아니고, 문화도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일이다. 기존의 것을 잘 보존하고 그 역사성과 의미를 살리면서 리모델링을 통해 오늘의 시점에 맞게 활용하는 것이 오히려 더 창조적이고 문화적인 것이다.
구한국은행을 어떻게 ‘문화적’으로 활용하느냐 하는 것이 바로 이러한 면의 시금석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볼 시점이다.
/김하림(조선대 교수, 광주전남문화연대 대표)
저작권자 © 시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