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5.18, 에코, 웃음…
광주, 5.18, 에코, 웃음…
  • 이정우 기자
  • 승인 2005.04.29 00:00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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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닷컴]

   
이명박 서울시장이 된서리를 맞았다. 5·18국립묘지 유영봉안소에서 참배하고 나오다 ‘크게 웃었다’는 것이 된서리를 맞은 이유다. 잘못을 깨끗이 시인하면 크게 문제될 사안이 아닌데 코막힘이다, 뭐다, 핑계를 대는 바람에 사태가 더 커졌다는 것이 언론계와 시민들, 5·18관련 단체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그러나 어쨌든, 발단은 웃음에서 비롯되었다. 경건하고 엄숙해야할 장소에서 웃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이명박 사태’의 본질이다. 그가, 여태 ‘그날’의 피냄새를 지우지 않고 있는 보수우익정당의 유력한 대권주자라는 점을 감안할 때, ‘사태’는 그런대로 즐겁다.

하지만 그의 이름을 빼면 어떻게 될까. 5·18유영봉안소에서 이명박이 아닌 익명의 누군가가 파안대소를 했다면, 과연 그에게 돌을 던지는 것이 정당한지 묻고 싶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5·18유영봉안소에서는 웃음이 금지되어 있는지, 그것이 알고 싶다.

몇 해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소위 386 정치인들이 5·18 하루 전날 술을 먹었다고 해서 혼난 일이다. 포장마차였다면 용서할 수 있었는데 도우미 딸린 단란주점이어서 사태가  커졌다는 ‘해설’이 곁들여지기는 했지만, 어쨌든 발단은 술에서 비롯되었다.

그 때도 역시 5·18 하루 전날 술을 먹어서는 안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사람들은 없었다. 하필이면 단란주점이더냐, 운운하며 절묘하게 386의 도덕성을 문제 삼았던 것이다. 결국 이명박과 386은 동일한 구조의 돌팔매질에 ‘혹 떼러 왔다가 혹하나 더 붙이고 간’ 정치인들이 되어 버렸다.

비록 소설이기는 하지만 오래전 유럽의 어느 수도원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호르헤라는 한 수도사가 ‘웃음’에 관한 책에 접근하는 젊은 수도사들을 모두 죽여 버린 사건이다. 신 앞에서의 경건을 그야말로 신주단지처럼 모시던 그 늙은 수도사에게 ‘웃음’은 죄악이었던 것이다.

호르헤와 맞섰던 이는 윌리엄 수도사였다. 윌리엄은 경건/웃음, 신/인간, 권위/탈권위 등의 관계를 ‘대립’으로 보지 않고 서로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메꿔주는 ‘보완’의 관계로 설명했다.

살인사건을 밝혀내는 과정에서, 끝내 그 수도원은 불타버렸다. 자신의 가치를 절대적으로 권위화하고, 또 그것을 지키기 위해 수도원의 구조를 미로처럼 만들어, 외부인들의 접근을 차단해 버린 호르헤의 기획 탓에 처음의 불은 그리 크지 않았음에도 진화가 불가능해서였다.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이름] 이야기다.

광주를 규정하고 상징하는 언어는 무엇보다도 5·18이다. 에코의 소설을 본뜬다면, 광주는 5·18이라는 벽돌로 지어진 수도원이다. 386과 이명박의 옳고 그름에 대한 논공행상에 앞서 이런 질문을 먼저 해보고 싶다. 광주가 그들에게 해야 할 역할은 호르헤인가, 윌리엄인가. 5·18수도원으로서 광주의 기획은 열림이어야 하는가, 닫힘이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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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가집 2005-05-12 13:22:58
    상가집에 가서 웃고 떠들고 고도리를 쳐도 뭐시라하는 사람 아무도 없다.

    왜냐고? 찡찡짜는 것만이 슬픔을 표현하는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오히려 유족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가볍게 하기위해 웃고떠들것을 권장하기도한다.

    그래서 명박이가 잘했다고. 물론 아니다.

    나는 이 기사가 하나는 맞고 하나는 틀렸다고 생각한다.

    명박이가 웃었다고 뭐시라고 하는 사람들 중에

    80년 5월의 죽음을 가슴으로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괜히 그런척 하려다보니 겉으로나마 징징 짜야 한다고 우기는 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이 기사에 동조한다.

    하지만 하나 고려하지 않은 것이 있다.

    명박이는 왜 거기에 갔나.

    그래도 민주화운동으로 국가 공인도 받았는데

    어떤 사람들이 죽었는지 얼굴이라도 한번 보고 그날의 함성을 기억하려고?

    그가 왜 혼자도 아니고 똘마니들을 몽땅 끌고 거기를 찾아갔는 지는

    그의 웃음이 보여주고 있다.

    영령들 조차 이용해 먹으려는 그의 마음이 보이기에 부아가 치민다.

    사나이 2005-05-01 19:39:04
    많이 배우신것 같군요... 근데 분의 말씀은...

    쉽게 풀어보면... 알맹이는 즉 요지는 용서해라~ 이건데..

    자비와 용서 거 좋지요... 그러나.. 그 용서도 배풀어야 할곳이 있고

    그렇지 않은 곳이 있습니다... 그리고 용서도 잘못한이가

    사죄하고 뉘우칠때 있는것 입니다...

    잘못은 모르고 비굴하게 속이려고 하는 행태를 보이는

    이에게 용서가 진정 좋은것이까요... 아니면.. 독일까요....

    님이 하시는 이야기는 광주시민 모두가 부처가 되라는 이야기인데...

    그럼 차라리 광주 시민 모두가 서울시장보다 낳은 사람들이란는것인데..

    음... 그럼 광주시민들이 하루씩 돌아가며 서울시장을 하는것이

    훨씬 났겟군요...^^

    아나키스트 2005-04-30 17:39:29
    하고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생각나는 대로 글을 갈깁니다. 쓸데없는 각주에 불과합니다.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명박시장의 이른바 '파안대소'는 광주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야말로 싸가지, 바가지없는, 주제 파악못한 사람의 행동이자 상징입니다. 그렇지만, 다른 지역의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죄의식과 죽음의 진지함과 경건함의 구속력을 탈피할 수 있는 '기회'이자 '탈출구'가 되기도 합니다. 그들은 광주에 오면 일단 기가 팍 죽기 때문입니다. 광주 사람들은 모두 정의감에 불타고, 데모만 하는 과격하다는 강한 인상을 갖고있습니다.

    때문에 이명박의 신체적 상징인 '웃음(파안대소)'은 광주의 기존 이미지와 담론에 도전하는 셈입니다. 아마 광주에서 그토록 엄청난 파장을 가져온 것은 광주의 정체성과 5.18의 기존 코드화에 대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신체적 폭소를 통해 도전했다는 판단이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감히 '박정희의 자궁에서 성장한 사회 독재개발업자가 민주성지에서 열사들을 깔바!'하구요. 아니, 살아있는 광주시민들의 무시했다고 생각했겠지요.

    저는 폭소(laughter), 회의(skeptic), 거부(refusal) 등은 신체적, 또는 정신적으로 기존 질서에 반항하고 도전, 부정하는 일차적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박정희가 만들어 놓은 일차원적 사회질서(개발독재, 반공주의 이데올로기)를 부인하는 정치적 상징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야골 기질의 사람은 이런 냉소적인 태도를 일부분 갖고있습니다. 저항적 정신이 감각적인 몸으로 시현된 것입니다. 몸은 기가막힌 정치적 실현공간(biopolitics)입니다.

    그러나 부정의 언어와 몸짓은 기존 질서에 도전하는 수단이고 과도기적 과정일뿐, 진정한 의미의 긍정적 과제는 역시 '자비'와 '사랑'입니다. 부정적인 태도와 행동은 정의와 평등에 대한 의식의 발현일뿐입니다. 그것은 종종 왜곡될 수 있으며, 시간이 지나 다른 지역의 사람들에게는 '오만'와 '독선'으로 비추어질 수도 있습니다. 죄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그러한 인지와 인식을 통해 배신자로 돌변하는 것을 종종 봅니다. "5.18은 위대하지만 5.18을 계승하는 사람들과 기념사업이 잘못되었다. 그러므로 나는 5.18이 싫다." 부분과 전체의 혼동이 발생합니다. 소위 적당한 변명거리가 생긴 것이겠지요. 특히 서울의 먹물 엘리트들의 모습에서 이러한 현상을 자주 목격합니다.

    한편, 광주는 갈림길에 서있습니다. 진상규명과 학살자 처벌, 그리고 보상요구 또는 아직도 생생한 5.18의 비판적 계몽성과 이성, 그리고 합리성의 계승 및 발전이라는 모더니티적인 사고와 25년이 지난 지금 기억장치를 통한 오월 시공간의 기념사업적 재현, 또는 5.18의 기존 코드와 신화를 깨고, 또다른 코드와 신화 형성을 통해 지역의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포스트모더니티적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고 봅니다. 즉, 5.18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네 가지 스펙트럼이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5.18에 대해 무관심, 또는 외면하려는 정치인과 무지의 영역(zone of ignorance)으로 내몰리는 5월이후 세대의 시각까지 포함하면 크게 다섯 가지로 구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에 비판적 지식인에게 5.18의 현주소는 해방구이자, 희망이자, 감옥이자, 수도원 등 다양한 발화효과를 가져옵니다. 저에게는 지금 '원형감옥'입니다. 님과 저의 입장은 한발짝 물러서 관찰자적 입장을 취하고 있으나 옛날의 엑기스를 유지한채 새로운 사고와 전환을 통해 지역의 정체성을 새롭게 일구자는 구성주의적, 신좌파적 견해를 갖고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사실을 여러 선배들에게 백날 이야기해도 '소귀에 경읽는 꼴'입니다. 그들은 자신들만의 피안과 신화속에 살고있지, 현실의 세계에 있지 않습니다. 물론 어느 것이 실재이고 모방인지 모르지만.

    구체적인 사안을 보면, 광주문화중심도시나 그밖의 문화정책에서 이러한 고민과 사고는 전혀 보이지 않고있습니다. 그저 자신의 합리적 이해관계나 조직적 이익 등에 대해 골몰하고 있을 뿐입니다. 한마디로 말은 많으나 논리적 주장은 없고, 잿밥에만 신경을 쓴다는 것입니다. 논리적 비약일지 모르나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도 제대로 체계가 잡힌 지역 정체성과 문화에 대한 담론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파안대소'든 '재채기'든 이명박의 정치적 상징으로서 신체적 행동은 구속에 대한 탈피를 함축하는 해방적이고 도전적인 의미를 갖고있습니다. 또한 상징은 놓여있는 맥락에 따라 다르게 해석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바로 이것이 지금 우리가 직면한 아이러니, 역설이고, 모순입니다. 5.18도 그러한 아이러니와 역설 그리고 모순 속에 있습니다. 죽은 자들에게서 해법을 찾아야 할까요? 해법의 출발선은 역시 5.18구묘역에 여전히 있을까요? 산자에게서 해법을 찾아야 하지 않나요?

    저는 선배들이 형성한 기존의 5.18담론을 부정, 거부, 회의하고, 새롭게 구성하고자 합니다. 이명박의 파안대소에 분노한 선배들의 모습을 보고서, '그것 참 진짜 웃기군!'하고 냉소적 폭소를 합니다. 5.18에 대해 절대적 사고를 가진 분들은 이에 동의하지 못할 것입니다. 저는 5.18에 대한 담론은 재창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저희 세대들의, 지금의 자리에서 몫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술자리를 포함한 어느 곳에서든지 5.18 영웅들의 넘치고 넘친 나레티브에 실물이 납니다. so what?

    사나이 2005-04-30 07:33:33
    5.18 유영봉안소 안에서 웃은것이 죄냐고?

    그리고 그것을 386정치인들이 5.18전 단란주점에서 술마신것과

    연계시킬수있는 가당치안을 발상에 웃음이 날뿐이다...

    이명박시장이 5.18 유영봉안소에서 웃음을 터트린것이

    잘한일인가? 잘못한일인가? 그냥그런일인가?

    어린이들이나 철없는 꼬마들이 학교일정에따라 소풍이나

    견학을와서 그의미를 모르고 웃고 장난을 쳤다면 그건

    철없는아이니까~ 라는 생각에 그냥 그런일로 넘어갈수있다...

    그러나 사회지도층이라면 그것도 대한민국의 대권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지도층이라면 그것은 달라진다.. 역사의식도 없나?

    5.18묘지에 잠들어있는 이들이 왜 이곳에 있으며

    이들이 차가운 총칼앞에 스스로를 내던지며 지키려

    했던것이 무었이고 무엇을 의미했는지 안다면...

    그 뜻을 알고 참배를 한다면 소위 지도층이란 사람이

    농담을 주고받고 웃을수 있는 장소냐는 말이다.

    작은예로 상가집에서도 영정앞에 절하고 상주에게

    절하고 돌아서자마자 방문을 넘기도전에 농담을하고

    파안대소를 했다고 해보자... 그게 상식이 있는 사람인가?

    이명박시장.. 아마도 상가집에서는 안그럴것이다...

    5.18의 영령들이 잠들어 있는 곳이 상가집보다 못한가?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향한 그숭고한 정신과 영령들

    앞에서 그분들이 잠든곳의 이름을 농담삼아 이야기하고

    방분턱을 넘기도전 파안대소를 하는것이.. 무슨뜻인가..

    광주의 정신적 상징인 5.18정신을 조롱했다는것아니가?

    그것도 그 영령들이 잠들어있는 안방안에서 말이다....

    생각을 해보자 5.18이 무엇인지 알고있고 그것의

    의미를 안다면 과연 그럴수 있을까? 알고도 느끼고도

    그랬다면 정말 나쁜 놈이다. 그런데 몰라서 그랬다면..

    그건 정말 가치도 없는 변명이다.

    그리고 386들의 실수.. 그것과 이것이 비교가 되나?

    386들의 술자리가 그렇게 실수였나... 실수랄수도

    있다 지도층이라는 이유로... 그러나 이명박시장의

    파안대소사건과 비교될 바는아니다.

    5.18 유영봉안소에서 참배하러간 사람들이 참배하고

    뒤돌아 방안을 나오기전 농담을 주고 받는것이

    일반인들도 있는 일인가? 지도층이란 사람들도 있는일인가?

    없는 일이다. 그럼 5.18 전날 술마신것이 잘못된건가?

    그럼 5'18전날 술먹고 노는 사람들은 다 잘못한거고

    단란주점 간사람들은 정말 나쁜 놈이고 나이트에서

    몸흔들고 놀며 여자남자 꼬시는 놈들은 완전 죽일놈인가?

    아니다... 386들은 그당시 처음 뱃지달고 맞이하는

    5.18을 좀더 경건하게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지적이고

    질타였지... 이명박의파안대소 사건과 비교될건 아니었다...

    기자분... 이정우님... 생각좀하고 기사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