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선숙 변호사]증거서류분리제도 문제점
최근 검찰에서는 법원에 기소된 사건에 대하여 법원에 제출하는 수사기록을 피고인에
대한 유죄의 증거서류만을 수사기록에서 분리해서 제출하는 “증거서류분리제출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현재 광주지방검찰청 등 3곳을 증거서류분리제출 시범청으로 지정하여 18일부터 이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지금까지 검찰은 법원에 피의자를 기소하면서 조사된 모든 기록, 즉 피고인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거나를 묻지 않고 조사과정에서 수집된 모든 자료를 통째로 제1회기일전 1주 전쯤에 법원에 제출하여 왔다.
법원에서는 제1회 공판기일 전에 검사가 제출한 수사기록을 본 상태에서 재판에서 임하게 되므로 재판을 시작할 당시 피고인의 유무죄 여부에 대한 어느 정도의 심증이 형성될 수밖에 없었다.
반면 모든 수사기록이 법원에 제출되므로 피고인은 자신의 무죄에 관련된 증거자료를 쉽게 법원에 주장할 수 있어 자신을 방어하기가 쉬었다.
이번에 검찰이 실시하겠다고 하는 ‘증거서류분리제출제도’는 제1회 공판기일 전에 법원에 증거서류를 제출하지 않고, 법원에서 실시되는 증거조사기일에 가서야 증거서류를 제출하겠다는 것이다.
또 수사기록의 열람 등사와 관련하여 검찰은 법원에 기소된 후에는 피고인이나 변호인에게 피고인 신문조서 등 피고인에 관련된 증거서류는 복사해줄 수 있으나 그 외의 피해자 진술조서 등은 복사해줄 수 없고, 재판과정에서도 검찰이 제출하지 않은 증거서류외의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등사 등은 원칙적으로 불허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검찰이 실시하겠다고 하는 ‘증거서류분리제출제도’는 기존의 형사절차와 관련하여 두 가지 점에서 큰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형사재판이 장기화 될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검찰이 제1회 변론기일에서야 증거서류를 법원에 제출하게 되면 사전에 이를 파악하지 못한 변호인이 이에 대한 의견을 진술하기 위해서는 한 기일이 더 속행되어야 하고, 2회기일 이후에서야 필요한 증거신청이 이루어지게 된다. 따라서 증거조사는 최소한 3회기일 이후에 가능하게 된다.
또 하나 검찰이 증거로 제출하지 않은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등사를 불허하겠다는 것은 피고인의 방어권에 대한 중대한 제약이다.
이 때문에 검찰이 계획하고 있는 증거서류분리제출제도에 대하여 한쪽에서는 그동안 법원에서 공판중심주의를 강조하면서 무죄판결이 많아진데 대하여 법원의 재판권에 제약을 가하기 위한 의도가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증거서류를 분리제출 하도록 하면서도 피고인의 방어권이 제약되지 않고, 형사재판이 길어지지 않도록 조치를 하고 있다. 즉 검찰이 증거서류를 법원에 제출할 때에는 미리 상대방에게 이를 열람할 기회를 주고,
제1회 공판기일 전 1주일 전 늦어도 2-3일전에는 검사가 변호인에게 전화연락을 하여 당해 사건의 증거서류로 제출할 것들을 변호인으로 하여금 열람할 기회를 주어 변호인이 이를 검토하여 1회기 일에 의견진술을 할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하여 1회기일이 공전되지 않도록 협력하고 있다.
법원이 형사재판 전에 예단을 형성하는 것을 막기 위해 증거서류분리제출제도를 실시하겠다는 검찰의 기본 입장을 반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이 제도의 시행에 앞서 검찰은 공소유지강화라는 입장의 강조가 아니라 국민들을 위한 합리적인 형사절차의 마련이라는 대원칙 아래서 이 제도를 논해야 하고, 아울러 피고인의 방어권, 변호인의 변론권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도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임선숙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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