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를 높여라
목소리를 높여라
  • 시민의소리
  • 승인 2005.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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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대한민국]임사랑 조대신문사 편집국장
   
1970년에 죽은 전태일의 유서와 세기를 건너 뛴 2003년 김주익의 유서가 같은 나라. 두산중공업 배달호의 유서와 지역을 건너뛴 한진중공업 김주익의 유서가 같은 나라.

민주당사에서 농성을 하던 조수원과 크레인 위에서 농성을 하던 김주익의 죽음의 방식이 같은 나라...... 아무리 통곡을 하고 몸부림을 쳐도 그들의 손아귀에서 한시도 벗어날 수가 없다.

이 억장 무너지는 분노와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억울함을 언젠가는 갚아줘야 하지 않는가? 라는 몇 해 전 노동절 행사장에서 추모사를 읽어 내려가던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의 울분 섞인 목소리가 내 귓가를 아직도 감돈다.

나 또한 광화문에 모인 노동자들과 함께 단결 투쟁을 외쳤던 기억과 함께 노동절 취재 준비를 위해 달력을 보다, 5월 1일이 ‘노동자의 날’이 아닌 ‘근로자의 날’이라고 쓰여진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May-day, 세계노동절은 매년 5월 1일 전 세계의 노동자들이 모여 파업과 집회 및 시위를 통해 노동자들의 힘을 과시하고 그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날이다.

이 날은 노동자들 앞에 놓여있는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노동자 단결의 날, 노동자 투쟁의 날, 노동자 국제 연대의 날이며, 그 동안 겪은 투쟁을 기념하고 단결을 확인하는 노동자 축제의 날이기도 하다.

하지만 만들어진지 100여년이 넘은 오늘날까지 ‘노동자의 날’은 평화로운 기념일로 지켜온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희생과 투쟁으로 지켜져 왔다.

우리나라에서도 1970년 전태일 열사의 죽음으로 노동자들이 사회에 목소리를 높이게 되었다. 그러나 5.16 쿠테타로 박정희 군사독재정권이 등장한 후 ‘노동자의 날’은 그 이름마저 빼앗기게 된다.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노동자가 아니라 아무 생각 없이 인내하고 일만 잘하는 ‘근로자’가 필요했고, 자연히 자본가와 대립되는 용어인 ‘노동자’라는 말은 귀에 거슬리는 존재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로 인해 1963년 4월 17일.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을 만들어 그나마 껍데기만 남아있던 노동절마저 ‘근로자의 날’로 바꿔 버렸다.
청년학생들 뿐만 아니라 수많은 대한민국 민중들이 노동의 현장에서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외국 파견을 나가게 되고, 노동자를 노동법 적용 대상에도 포함시키려 하지 않는 나라, 노동권 쟁취를 위해 파업이라도 할라치면 모조리 감옥에 넣는 나라, 과연 이런 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설 수 있는지가 의심스럽다.

노동자들이 원하고 예비노동자들인 청년학생들이 원하는 것은 돈 많이 받고 값 비싼 차타고 다니게 해달라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의 생계유지비와 인간이 숨 쉴 수 있는 산업현장에서 신분 보장받으면서 살아가겠다는 기본적인 외침마저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땅에서 이대로 노동자의 문제를 남의 일처럼 여겨선 안된다. 우리가 바로 예비노동자가 아닌가? 정부도 독도문제에 노심초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차별 없이 자주적이고 창조적으로 일할 수 있는 사회, 자본가들만이 아니라 민중들도 배고프지 않는 그런 세상을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이다.

하얀색 와이셔츠를 입는다 해도 노동자일 수밖에 없는 청년학생들 또한 주저앉지 말고 더욱 단결해 목소리를 높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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