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배려가 아쉽다
사소한 배려가 아쉽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5.04.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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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대한민국]이지원 전대신문 편집장

   
며칠 전 저녁에 있었던 일이다. 바쁜 일이 있어 급하게 나오는 바람에 지갑을 챙기지 못했다. 때마침 주머니에는 휴대폰이 들어있어 안심이라고 생각하면서 필요한 용건에 대해 이곳저곳 통화를 시도했다. 바쁜 일이 있었던지 전화를 받아야 할 상대방이 전화를 받지 않았고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휴대폰의 배터리까지 없어 금세 꺼지는 게 아닌가.

아! 배터리를 ‘만땅’으로 충전하지 못한 것과 아무리 바쁘다손 치더라도 지갑을 챙기지 못한 나의 불찰에 한참을 탄식하며 해결방법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다시 지갑을 가지러 올라가기에는 그 거리가 너무 멀었고 당장 연락을 취해야 하는 상황이라 배터리 충전이 내게 가장 큰 문제로 다가왔다.

때마침 자전거를 타고 내 앞을 지나가던 한 남학생이 눈에 띄었다. 잠시 고민하다 사정이 사정인지라 그 남학생에게 다가가 어렵사리 말을 붙였다.

“저기요 휴대폰 배터리 좀 충전해야 하는데 지갑을 두고 나왔네요. 충전 할 돈 좀 빌릴 수 있을까요? 제가 지금 너무 급해서요.”

대답이 어떻게 나올까 가슴 조마조마하며 그 남학생의 얼굴을 조심스레 쳐다보았다. 행여나 하는 마음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에서 어렵사리 꺼낸 말이 금세 무색해졌다.

“그 돈을 어떻게 받아요”
이 한마디를 내뱉으며 필자 앞에서 자전거를 돌려 가버렸다. 
순간 당황한 필자는 더 이상 해야 할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꼭 되리라고 생각지도 않았지만 막상 거절당하고 나니 세상만사에 대해 한숨이 저절로 나오는 것을 어찌 막을 수 있으랴.

“그 돈을 어떻게 받아요…”
“그 돈을 어떻게 받아요…”
머릿속을 계속 맴도는 말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급하게 연락해야 했던 일도 잠시 미뤄두고, ‘휴대폰 충전 금액이 얼마인지’ 생각해보면서 ‘혹시나 돈을 빌리게 된다면 어떻게 갚을 수 있을 것인지’ 등등 남학생이 던진 말에 대해 답을 찾기에 분주했다.
순간 내 차림새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행여나 남들 눈에 돈을 구걸하는 이처럼 보이는 것은 아닌지 머릿속은 이러저러한 생각들로 복잡해졌다. 그런데 아무리 내 차림새를 둘러보아도 아침에 이것저것 신경 써서 나온 옷차림인지라 이내 고개를 저었다. 휴대폰 배터리 충전을 왜 진작에 해놓지 않았는지, 중요한 순간에 하필이면 지갑을 가져오지 않았는지에 대해 내 자신을 탓하기를 잠시.

문득. 너무 오랜 시간을 사소한 일에 신경 쓰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한시바삐 연락해야 할 일이 떠올랐다. 마지막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는지 쌀쌀한 밤공기를 쐬면서 한참을 되새겨보았던 이러저러한 생각들이 마침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설사 직접 돈을 꿔주지 않았더라도 조금은 따뜻하게 “안됐지만 빌려드릴 수가 없네요”라는 말 한마디 정도는 해 줄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으로. 사람들이 서로 부대끼며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이 사회에서 말 한 마디, 조그만 배려가 아쉬운 며칠 전 저녁에 있었던 일이다.

이지원 전대신문 편집장(정외과 3년)   jajenk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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