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고임금론'에 대한 진실과 허
'대기업 고임금론'에 대한 진실과 허
  • 시민의소리
  • 승인 2005.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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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불안, 낮은 기본급 장시간 노동 부추겨
   
얼마전 지역 언론사 기자들을 상대으로 한 금호타이어 경영홍보 설명회에 참석하였다. 경영설명이 끝난 뒤 기자들의 주된 질문은 노사관계에 대한 질문이었다. 지난해 신문방송에서 대두되었던 현대자동차, 엘지정유 등 대기업 고임금론의 예를 들면서 연봉이 얼마냐는 기자의 직접적인 질문이 있었다.

사장은 매출액 대비 노무비가 21.7%나 된다고 답했고 기자들은 예상한 답을 들었다는 듯이 ‘그래가지고 어떻게 기업을 운영할 수 있느냐?'고 질문을 이어갔다. 노조의 대표자로서 화가 치밀어 사실에 대한 반박과 함께 질문한 일부 기자들의 관점을 비판하기까지 했다.

보수언론들의 “대기업노동자들이 고임금을 받고 있다”는 보도내용은 대기업노조를 와해시키려는 노무현 정부의 반노동자적 노동정책 기조의 연장선상에서 진실과 다르게 과장되어진 면이 강하다. 먼저 대기업 노동자들의 임금을 바라보는 관점과 정당성에 대한 얘기에 앞서 사실관계에 대해 명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사회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대기업 노동자 고임금론에는 대기업 노동자들이 법적으로 정해진 기준 노동시간을 초과해서 쉬지 않고 잔업, 휴일근로를 밥 먹듯이 해야만 받을 수 있는 임금이라는 사실이 공개되지 않고 뒤에 묻혀져 있다.

우리사회 노동자들은 거의 대부분 기준 노동시간을 초과하여 장시간 노동에 혹사당하고 있으며 대기업노동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근골격계 질환자가 대량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도 장시간노동이 주된 원인이다.

대기업노동자들이 정말로 고임금을 받는다면 왜 장시간 노동을 하겠는가? 월 총임금 중 기본급의 비중이 매우 낮아 법정 노동시간만 일해서 받는 기본급 및 통상급만으로는 가족의 생활을 책임질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의 월 총임금 중 기본급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에도 턱없이 모자라는 40% 이하이다.

정부와 자본의 비정규직 확산정책과 생산자동화는 장시간노동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기업들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자동화를 통해서 정규직 생산인원을 축소하고 틈만나면 맘대로 해고할 수 있는 비정규직을 늘리려고만 한다. 당연히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 입장에서는 고용의 불안함을 느낄수 밖에 없다. '한푼이라도 더 벌자'며 쉬는날 쉬지도 못하고 잔업, 휴일근로를 할 수 밖에 없다.

또한 기업들은 간접노무비를 줄이기 위해 생산에 필요한 인원을 신규채용하지 않고 있다. 기존 노동자들로 휴일근로 등을 메꾸려다 노동자들은 산업재해를 당하고 있다.

이러한 임금구조에 대한 정확한 사실과 구체적인 분석없이 정치적 통제와 불순한 목적으로 가해지는 '대기업 노동자 고임금론'은 부당하고 정당치 못하다. 정치권력과 독점대기업은 탐욕과 부패 때문에 대다수 국민들로부터 신뢰 받지 못해왔다. 그런 그들이 국내경기 침체의 책임과 불만여론을 대기업노동자들에게 돌리려만 드니 정말 개탄스럽다.

일부 언론들도 일관성을 유지했으면 한다. 가까운 과거에는 억대연봉을 받는 특수한 사례를 기사화하면서 노동자들에게 열심히 일하라고 홍보하더니 이제는 쉬는날 쉬지도 않고 열심히 일해 몇천의 연봉을 받는 노동자들의 비난에 앞장서고 있다.

요즘 ‘그때그때 달라요’라는 말이 유행하는 추세이기 하지만 그냥 넘어가기엔 씁쓸하다.

/허용대 금호타이어노동조합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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