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닷컴]5월단체 '당사자주의'의 함정
[기자닷컴]5월단체 '당사자주의'의 함정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5.0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광우 기자

5·18단체가 앞장서 불참하겠다는 식의 발상은 뿌리깊은 '당사자주의'의 발로가 아니냐.

최근 국회에서 '5·18민주유공자법' 처리가 무산된 것이 한나라당만의 책임인가. 표면적으로는 그렇게 보이지만 사실 엄밀히 따지면 민주당이 연정을 통해 과반수를 확보한 상황에서, 무엇보다 김대중대통령이 강조했듯이 국민의 정부 출범의 뿌리가 '광주'에 있다면 가장 큰 책임은 민주당이 져야 한다.

따라서 5월단체들이 5월18일 기념식을 법안처리에 반대해온 한나라당사 앞에서 항의성 집회로 개최키로 한 것은 일면 이해가 가지만 이와별도로 민주당과 김대중대통령에 대한 책임도 분명하게 요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에앞서 5·18단체들이 광주에서의 5·18기념식까지 포기하면서 그 시간에 서울에서 투쟁을 하기로 한 것은 결국 5월단체가 여전히 이른바 '당사자주의'의 함정이 빠진 것이 아니냐를 우려를 감출 수 없다. 사실 오늘의 5·18기념식을 비롯한 '5월문제 해결'은 누가 가져다 준 것이 아니라 투쟁을 통해 쟁취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는 '5월 가족'들이 누구보다 앞장섰지만 광주시민, 무엇보다 전국민이 함께 했다. 그렇게 쟁취한 행사를 이제와서 5·18단체가 앞장서 불참하겠다는 식의 발상은 뿌리깊은 '당사자주의'의 발로가 아니냐는 것이다. 80년 당시에도 그렇지만 이후에도 직접 피해를 입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광주시민들이 함께 하지 않았다면 그날의 5월도, 오늘의 5월도 없었을지 모른다.

무엇보다 5·18민주유공자법은 5월단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광주시민 전체의 명예가 걸린 것이며 역사바로세우기에 다름아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의 투쟁은 80년처럼 광주시민과 함께 5·18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내면서 역량을 결집하는 것이 우선이며, 그에 앞서 광주시민, 나아가 전국민들에게 먼저 투쟁방향을 묻고 동의를 구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한나라당사에서든 청와대에서든 상경투쟁을 하더라도 힘이 있는 것이며 그들도 절대 무시하지 못하지 않을까.

/박광우 기자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