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의미있는 선거혁명
작지만 의미있는 선거혁명
  • 이상현 기자
  • 승인 2005.02.0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깨끗한 선거운동 통해 삼서농협 감사로 선출된 이동렬씨
김기성 jibeza@jspeople.co.kr


만약, 농협의 임원선거에 출마한 후보가 돈 한푼 쓰지 않고, 깨끗하고 공정하게 선거에 임해서 당선될 수 있겠느냐, 고 물으면, 아마입달린 사람이라면 백이면 백 '택도 없는 미친소리'고 답했을 것이다.

이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최근 진원, 삼서, 삼계 등 지역농협에서 있었던 임원선출과정에서도 혼탁한 금권선거라는 농협의 고질적인 관행은 여전했다. 농협선거에 관계한 분들의 전언에 따르면 말이다.

이처럼 우리 농협의 선거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타락한 데는 먼저 '소수의 한정된 인원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선거가 치러진다는 점과 이것을 이용해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당선되고 보자는 후보들의 결여된 도덕성에 가장 큰 원인이 있다.

어찌보면 유권자가 수십 혹은 수백명에 불과하니 매수 셈법이 너무도 간단하고, 쉽게 당선될 수 있는 길이 눈에 번히 보이니 후보자로서는 그 매력을 쉽게 떨쳐버릴 수 없겠다 싶기도 하다.

그러나 그 어떠한 것이든 매수행위가 용납되는 풍토에서는 능력있는 사람, 깨끗한 사람, 진정 구성원들의 이익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사람을 대표로 선출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농협선거가 이러다 보니 후보자나 유권자 모두 이 유혹의 구렁텅이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이것이 오랜 관행으로 굳어졌고, 이제 아예 타락과 불법을 당연시하는 지경에 까지 이르게 되었다.

농협선거에서 유권자를 대상으로 돈을 쓰는 것에 대해 너무도 당연한 것 아니냐는 조합원들의 잘못된 인식 또한 농협선거를 타락으로 이끄는 중요한 요인이다.

'농협선거에서 돈 쓰지 않고 당선되려고 하는 놈은 남의 것 생으로 먹을라고 하는 날강도'쯤으로 인식하는 조합원들에게 금권선거를 하지 않을 배짱을 가진 후보가 얼마나 있겠는가?

세번째는 감시가 전무하다는 것이다. 불법과 타락이 극에 달해도 이를 감시해 제제할 수단과 장치가 없는 것도 타락의 뿌리가 깊어진 큰 원인중의 하나다.

그래서 농협의 선거가 끝나면, 당선된 사람도, 뽑은 사람도, 지역주민들도 그 개운치 않은 뒷맛에 인상을 찌뿌리고 씁쓸해 한다.

필자는 농협선거에 나서는 후보들과 조합원들에게 묻고 싶다. 집안의 가장으로서 자녀들을 교육시킬 때, '선거에 출마하면 돈을 써서 유권자의 지지를 모아야 하고, 유권자가 되면 금품을 내미는 후보를 찍어라'고 가르치는 지.

지금까지의 관행이고, 남들 다 그런데 나만 깨끗하면 뭐하겠느냐고 삿대질 하는 분들이 있을지 모른다.

그 분들에게 한말씀 드리자면, 그러한 금권선거, 타락선거가 선거 당시에는 자신에게 자그마한 이익을 줄지 모르지만, 그 자그마한 이익이 두고두고 자신의 호주머니를 털어내는 원흉이 된다고.

금권선거, 타락선거는 반드시 부메랑이 되어 조합원의 가슴에 시퍼런 칼날을 들이댄다. 다만 단지 그 칼날은 조금씩 야금야금 갉아먹기 때문에 단박에 알아챌 수 없을 뿐.

그런데 이러한 불법과 타락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지난 농협임원선거에서 작지만 대단히 의미있는 선거혁명이 하나 일어났다.

그야말로 돈 한푼 쓰지 않고, 술 한잔 사지않고, 지지를 부탁하는 전화 한통 하지 않은 이동렬씨가 1월 28일 있었던 삼서농협 이사, 감사 선거에서 당당히 감사로 선출되었던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이동렬 이장이 지난해 8월 있었던 '장성사람들' 창간식에 참석해서 필자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내가 만약 선거에 출마하게 된다면, 절대 돈 안쓰고 안 찾아다니고, 전화도 하지 않겠다'고.

그때 필자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었다.

"그 생각은 훌륭하지만 과연 그래서 당선될 수 있을까요. 나가는데 의의를 두지 않는 이상, 그건 우리 장성에서 아직 시기상조일 텐데"

그러나 이동렬씨는 가장 깨끗하게 선거에 임해 당당히 유권자로부터 선택을 받았다. 필자는 이러한 이동렬씨 앞에, 그리고 지역주민의식을 신뢰하지 못한 어리석음에 대해 한없이 부끄러웠다.

성실성과 담백함, 이장을 하면서 보여줬던 능력, 사람 됨됨이 만을 내세우며 조합원을 믿고 호소했던 이동렬씨.

그리고 그런 이동렬씨를 감사로 선출해 준 삼서농협의 조합원들. 이 분들은 우리 장성의 역사를 바꾼 분들이며, 전국농협의 선거사를 다시 쓴 위대한 분들이다.

그래서 필자는 전국의 모든 국민들로부터 아낌없이 칭찬과 칭송을 받아도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한 면단위 지역농협의 감사가 선출되었다는 것이 무에 그리 큰일이라고 호들갑을 떠느냐고 말할 분들이 있을지 모른다.

사실 이동렬씨가 당선되었다는 사실은 어쩌면 아주 작은 일에 불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이 갖는 의미는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크고 위대하다. 왜냐하면 이것은 하나의 선거혁명으로서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며 내년의 지방선거와 다음에 있을 국회의원선거에도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아니 무엇보다 깨끗하게 선거에 임해도 우리 장성에서 유능하고 참신하며, 소신있는 후보가 당선될 수 있다는 희망의 문을 활짝 열어 놓았기 때문이다.

그 불씨가 활활 타올라 우리 장성지역에서 돈으로 선거하는 풍토가 완전히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것은 필자만의 염원이 아닐 것이다.

당선후 이동렬씨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농협 선거에 출마해 놓고 어느 누구에게도 전화 한통화 하지 않은 결례를 대의원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한없이 후진적일 것 같은 우리 장성에 새바람을 불어넣은 삼서농협 조합원과 이동렬 감사 화이팅!

농협선거사에 새로운 기록을 남기며 올바른 이정표를 세운 삼서농협 조합원과 이동렬 감사 화이팅!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