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림칼럼]다시 생각해보는 ‘전남도청 공간’
[김하림칼럼]다시 생각해보는 ‘전남도청 공간’
  • 김하림
  • 승인 2005.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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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18m'에 달하는 기념탑을 전남도청부지에 건립하자는 안이 제기되었다. 이에 대해 지역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기념사업의 성격과 과연 어울리는가라는 의견에서부터 경제적 효과에 대한 긍정과 부정, 건축의 가능성과 불가능성에 이르기까지 여러 견해들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남도청 공간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는 광주의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고리이다. 도청이 단순한 행정기관이 존재하는 공간이 아닌 하나의 ‘상짱으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는 어느 특정적 성격만을 강조할 수 없고, 광주라는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는 중차대하고 심각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현재 도청공간의 활용에 대해서는 크게 세 가지 의견이 존재한다. 첫째로는 5월 광주민중항쟁과 관련된 기념공간으로 활용하자는 의견이다. 둘째로는 ‘문화수도’ 사업의 일환으로 제기된 ‘아시아문화전당’ 건립 공간으로 지정되었다는 점이다. 셋째로는 ‘518m' 기념탑의 건립안이다. ’518m'기념탑은 한편으로는 첫째와 둘째를 함께 수용하려는 측면이 내재해있기도 하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몇 가지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멀지도 않은 10년전으로만 돌아가보자. 1993년 5월 13일 당시 김영삼대통령은 특별담화를 발표하여 ‘5월’ 문제를 국가적 차원에서 해결할 것이고, 이의 일환으로 기념사업의 재현공간을 ‘망월묘역, 상무대부지, 전남도청’의 세 공간으로 확정한 바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1995년 『5․18기념사업종합계획』으로 발표되었다. 이후 여러 원인들이 있겠지만, 그 계획이 구체적으로 실천되지 않거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과정에서 노무현대통령이 ‘광주문화수도’를 조성하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문광부 추진기획단이 ‘아시아문화전당’을 도청부지로 확정하였다.

결국 이 두 계획은 모두 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으면서 서로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여기에서 관주도의 자의적 정책을 그대로 읽을 수 있다. ‘도청공간’이 지니고 있는 ‘역사성’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도청공간’의 활용에 대한 시민사회의 여론수렴과정조차도 전혀 없는 상태에서 계획들을 확정하는 ‘하향식’ 행정의 표본을 ‘민주성지’ 광주에서 자행하고 있기도 하다.

여기에 ‘518m'탑 안까지 제기되면서 이제 도청공간은 광주의 '뜨거운 감자’가 된 셈이다. 이 점에서 다음과 같은 문제제기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된다. “국가의 지원을 받는 민주화 운동의 재현공간이 등장한다는 것은 분명 기억투쟁에서 저항적 기억이 승리하였음을 의미한다. 저항적 기억의 승리가 저항공동체에 기반하고 있다고 한다면, 공간적 재현과정에서도 이들의 참여가 보장되고 주장이 관철되는 것일까? 공간적 재현을 추진한 재현공동체는 어떻게 형성되는 것일까?(정호기, 『기억의 정치와 공간적 재현』, 전남대 박사논문, 2002)”

민주화운동의 재현공간들이 오히려 권위주의적 방식과 형태에 의해 구축된다면 이 또한 얼마나 아이러니컬 한 일인가? ‘도청’은 80년 당시의 원형을 회복하는 것이 오히려 더 그 가치를 높이는 일은 아닐까?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하고 지혜를 모아야 할 일이다.

/김하림(조선대 교수, 광주전남문화연대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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