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대한민국]미사 폐인과 국폐 폐인
[아!대한민국]미사 폐인과 국폐 폐인
  • 시민의소리
  • 승인 2005.0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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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경 미디어센터 사무국장

   
▲ 김우경 미디어센터 사무국장
광주에서 영상미디어 운동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텔레비전을 즐겨보는 입장이다. 그리고 원래 드라마라는 극장르를 좋아해서 드라마를 가끔 보는 편이다.

최근 어그(Ugg)라는 양가죽과 털로 만든 신발을 유행시키면서 열광적인 인기를 얻고 끝난 드라마가 있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미사이다. 죽음도 두렵지 않은 지독한 사랑, 이것이 ‘다모 폐인’ 이후 새롭게 ‘미사 폐인’을 만들어낸 이 드라마의 컨셉이다. 하지만 현실의 사랑은 미사와 같은 드라마 내용처럼 극적이지 않기에 사람들이 드라마속의 등장인물을 동일시하여 그렇게 열광하지 않았는가 싶다.

여기 가공의 인물들과 사건들로 구성되는 드라마를 좋아하는 현실속의 폐인들과 달리 나는 현실속의 사람들에게도 폐인이 되고 싶다. 그 사람들은 2004년이라는 한 해가 가기 전에 시대의 악법이라고 불리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죽음도 두렵지 않은 조국에 대한 지독한 사랑을 한 사람들이다.

1천명이 넘게 그들은 25일 단식을 수행하였고 마지막 시기에서는 물과 소금을 끊으면서까지 단식을 감행하여 쓰러지는 사람들이 속출하는 상황을 낳았다.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려는 이들은 현실속의 가장 진실한 폐인들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국가보안법에 관심을 갖기에는 국가보안법은 우리의 일상과 격리된 이야기고 남의 이야기며. 국가보안법의 폐해와 문제점이 극단적으로 드러났던 지난 독재의 시절은 이미 논문용 역사가 되어가고 있고 지금도 진행되는 국가보안법의 악법적 사례들은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생각해 보면 이념에 관한 담론이 과잉이었던 지난 세기가 끝나고 문화를 통한 정치의 구현이 모색되고 문화에 대한 담론이 넘쳐나는 현실에 어느덧 정치는 문화의 시녀가 아닌가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정치의 작동 원리는 지난 세기와 다름없이 우리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마찬가지며, 다만 과거와 달리 대중 문화라는 부분이 문화의 중심에 들어섬으로써 한층 더 가벼워졌을 뿐이다.

그리고 문화를 통해 정치를 이야기 한다고 하지만 실제적으로 정치는 이야기 하지 않고 단편적이고 즉자적인 문화만을 향유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 이야기를 좋아하는 민족인 우리가 드라마를 비롯한 대중 문화를 좋아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현실이 아닌 픽션의 영역에서 존재하는 이야기만을 쫒기에는 우리의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 반민족행위를 청산하지 않은 역사가 친일파들을 유지시키고 독재를 낳은 역사에서 보듯이 그 시기에서 청산되지 않은 악법과 나쁜 잔재들은 부메랑이 되어서 돌아온다.

그런데 여기에는 칼집에 넣어 박물관에 보내기에는 오랜 숙제라서 해결하기가 어렵다는 노대통령의 이상한 말바꾸기가 한 몫하였다. 소지섭과 임수정이라는 스타를 사랑한 미사폐인만큼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국폐폐인이 생기는 문화 사회를 새해에 꿈꾸어 본다.

/김 우 경 광주영상미디어센터 사무국장 makemovi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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