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핵폐기물 처리장 건설의 정치공학
[기고]핵폐기물 처리장 건설의 정치공학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5.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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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득량만환경보존회장]
일부 언론의 태도를 보면서 작금에 일고 있는 언론개혁의 당위성을 새삼 떠올리게 된다.

안전성 검증안된 핵폐기장 건설에
주민동의 없는 밀실행정 여전
언론사만 달래면 된다는 구태 경악
광주사무소 폐쇄하고 에너지 정책 다시 세우라


   
▲ 김범태

지난달 24일 핵폐기물 처리장 후보지 유치를 위한 한국 수력 원자력 주식회사의 광주사무실 개소식이 있던 날 지역 언론인들과의 간담회를 목전에 두고 발생한 우리 지역 환경 단체의 항의 방문에 대하여 거짓과 발뺌으로 일관한 한전 측의 구태의연한 태도에 경악을 금지 못한다.

핵폐기물 처리장의 안전성 문제는 논외로 하고 한전과 정부당국의 태도를 지켜보면서 국민의 정부 들어서도 아직도 거대한 공룡 기업으로 자리 잡고 있는 한전은 아직도 개혁과는 거리가 먼 사각지대로구나 하는 느낌과 개혁의 어려움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에 안타까울 뿐이다.

수 년 전에 안면도와 굴업도에 핵폐기물 처리장을 지역주민들의 동의 없이 환경단체의 거센 반발에도 아랑곳 않고 건설하려다 밀실행정의 극치를 보여주고 실패했던 한전과 정부당국이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이고 몇몇 이해당사자들과 기득권층만 꼬드기면 해결될 것처럼 비밀리에 적당히 처리하려 한다는 사실에 더욱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지난달 24일의 일을 떠올리고 싶지 않지만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언급하면 그날 오후 4시 기자간담회가 열린다는 사실을 접한 환경단체들이 한국수력원자력 광주사무실을 항의 방문했을 때 간담회장에는 사장을 비롯한 일부 언론사 기자들이 있었음에도 문을 걸어 잠근 채 아무도 없는 것처럼 환경단체와 간담회장을 찾은 일부 언론사 기자들의 출입을 막는가 하면 환경단체의 강력한 항의에 문을 연 이후에도 사장이 응접실에 있으면서도 다른 곳에 있는 것처럼 딴죽을 거는 등 시종 거짓과 궤변으로 시민을 우롱하는 듯한 모습을 보면서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지금이 어느 시점인데 언론사와 일부 여론 주도층만 껴안으면 만사가 해결될 것으로 믿는 한전당국의 몰지각한 태도는 차치 하더라도 지난 10여 년간 반핵운동으로 몸살을 앓았던 지역민심을 외면한 채 또다시 이 지역 최대의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는 핵폐기물 처리장의 문제를 그냥 비켜 지나가는 일부 언론의 태도를 보면서 작금에 일고 있는 언론개혁의 당위성을 새삼 떠올리게 된다.

따라서 핵폐기물 처리장의 유치를 원하는 지방자치단체에 3000여 억원의 엄청난 금액을 지원하겠다는 정부당국의 발표에 일부 자치단체가 유치를 희망하고 있는 사실 자체를 탓할 수는 없지만 이를 빌미로 가뜩이나 지역 민심이 어려운 이 시점에 지역민들 사이에 갈등과 반목을 부추기는 듯한 한전당국의 광주와 해당 자치단체에 핵폐기장 유치를 위한 사무실을 개설하는 행위에 대하여 결코 용납할 수 없고 즉각 철수 할 것을 요구한다.

아울러 한전과 정부당국이 핵발전소의 가동으로 인하여 발생할 수밖에 없는 핵폐기물의 처리장을 건설하려 한다면 적어도 환경단체를 비롯한 많은 국민들이 우려하고 있는 핵에너지 위주의 에너지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동시에 현재 가동중인 핵발전소의 폐쇄계획을 세운 이후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핵폐기물 처리장을 건설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핵발전소 가동으로 인한 핵폐기물의 발생은 피할 수 없는 현실임을 감안하더라도 미국을 비롯한 세계 어떤 나라도 핵폐기물 처리에 관한 한 안전성을 입증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적 합의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우리 지역에서의 핵폐기물 처리장의 건설 계획이 안고 있는 문제점의 하나는 우리 지역 출신 김대중 대통령의 정부에서 추진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자칫 지금까지 지지와 성원속에 탄생한 국민의 정부가 고작 한다는 것이 일부 지역주민을 볼모로 대다수 지역주민이 반대하는 핵폐기물 처리장 건설이라는 정치적인 오해를 불러 올 수도 있다는 측면에서 한전 당국은 좀더 합리적이고 국민이 납득 할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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