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전국의 대입 수능 시험장 교문에 휴대폰 검색대를 설치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설화처럼 구전되어 온 문자메시지 부정행위가 확실하게 발각된 이상,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고, '정직하게 법과 질서를 지키며 양심적으로 사는 놈만 손해다'라는 생각이 천 만 명 어린 학생들의 가슴 속에 또 각인되었기 때문이다.
‘하필이면 광주냐?, 기어이 광주에서 잡아냈구나.’의 말장난은 본질이 아니다. 양심에 호소해서 휴대폰을 감독관에게 내놓으라고 한들, 수험생은 ‘자기 물건을 자기가 간직한다.’는 것은 경국대전보다 수 천 년 전부터의 관습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한 관습법과 비교하면 언쟁거리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아는 감독관은 할 말이 없다.
수험장 교실 앞에서 몸을 수색한다면 성이나 인권문제로 비화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아예 교문 앞에 검색대를 설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워낙 거국적 행사라 노대통령의 영으로는 안 되니, 부시의 훈령으로 다스려야 한다고 여야공방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어쩌자고 이 지경까지 왔는가? 국가적 평가 기강을 흔드는 일을, 18세 청소년들 수십 명이, 모르면 몰라도 수 백 수 천 명이 계획적이고 집단적으로 별다른 죄의식 없이 우습게 저질러 버린 것이다.
우리 국민 모두는 그들만을 탓하기 전에 크게 반성해야 한다. 절대 그렇게 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국민 모두가 대통령, 국회의원, 장관이 되어야 인간으로 대접을 받고 소위 일류대학을 나와야 인생이 보장된다는 허깨비 같은 교육현실을
반성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모든 고등학생들이
유수 대학을 가야만 하는 것처럼 부추기는 교육이었다면,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출세지향주의적 교육을 부추겼다면, 유아원 유치원에서부터
생활중심 교육이 아닌 문자중심 지식중심 교육만을 일삼았다면, 중고등학교에서 봉사와 사랑과 함께하는 인간중심의 교육을 멀리하고 4지선다형 찍기
교육만을 해왔다면, 우리는 모두 뼈아픈 반성을 해야 한다.
온통 헝클어져 뒤범벅이 되어버린 나라와 국민들을 바라보면 가슴이 답답하면서도 한 가닥 희망을 가져본다. 인간중심의 시민정신 회복만이 우리의 희망이다. 2억 굴비상자 인천시장의 거짓말이 어찌 시민정신인가? 빚더미에 허리가 휜 농민들의 조합장 연봉이 몇 억을 넘는다니 어찌 인간중심적인가?
5천 원짜리 교사의 출장은 꼬치꼬치 따지면서 몇 백 만원 삥땅친 해임 교장의 행위가 어떻게 인간중심의 시민정신인가?
신발장에 자기 신발을 가지런히 정돈하는 유치원 유아원 교육, 방과 후에는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찾아다니며 그들과 대화를 나누어주고 비듬머리를 감겨주는 봉사활동도 해보는 교육, 흙먼지 기름때 묻히며 막노동현장에서 고생도 해보는 체험교육이 진정한 인간중심의 시민정신을 발휘할 수 있는 교육이 아닌가?
거의 대부분 교육청의 구호화가 되어있는 ‘21세기를 이끌어갈 창의력 신장교육’은, 모든
교사와 학생을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책상과 교실 안에 묶어놓는 방법으로는, 결국 문자메시지로 시험을 치르는 기발한 창의력(?)에서 머무르고
만다.
진정으로 21세기를 이끌어갈 창의력 교육은, 별보기 운동이 아닌 뜨거운 태양을 마음껏 쳐다볼 수 있는 교육, 묶어놓은 밧줄을 풀어주고 마음껏
부딪히고 뒹굴며 생각해보는 교육이여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희망인 인간중심의 시민정신이 발휘되어 국민과 나라가 더욱 부강해질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김 선 호 광주 화정중학교 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