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사랑해도 될까요?
[기고]사랑해도 될까요?
  • 시민의소리
  • 승인 2004.11.13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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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노조는 공직사회 개혁 첫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에서는 공무원의 노동3권 보장을 위해 정부의 공무원노조법안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한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코자 하였으나 각 구청에 경찰병력이 투입되어 80%이상의 지부에서 조합원들이 의사표현조차도 할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전공노 지도부에선 오는 11월15일 총파업을 선언했으며 각 지부별로 준법투쟁(정시출퇴근, 점심시간 준수 등)을 진행중이다.

 행정자치부에서는 이러한 공무원의 행동을 불법행위로 간주하고 투표참가 공무원 뿐만 아니라 파업참가 공무원 전원에게 중징계 조치뿐만 아니라 형사처벌을 병행하겠다고 징계절차를 안내하는 공문까지 내려보냈다.  

 새벽에 잠이 깼다. 12년동안 공무원생활 하면서 이처럼 고민스런 때가 없었다던 동료의 말처럼 나또한 적잖이 고민이 되는 모양이다. 가족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깊은 잠에 빠져 있다. 공무원의 총파업일날, 나 역시 동참할 거란 얘기를 차마 하지 못했다.
노동조합의 간부들은 이미 구속과 해직을 결심한 상태다. 노조간부들에 비하면 나의 파업참가는 아주 작은 결심에 해당될 것이다.

 하지만 공무원조직에서 이 작은 결심조차도 너무나 큰 불편과 마찰과 불이익을 감수한 것임을 절감한다. 인사권자인 고위공무원들과 껄끄럽고 불편한 감정대립을 가져야 하며 당장 징계와 해직의 위협에서 자유로울 수도 없는 처지가 되는 것이다. 보통 공무원을 철밥통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상부의 부당한 지시에도 그대로 따르는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말이다.

 그토록 오랜시간 동안 우리나라 공무원들이 복지부동하며 정권의 손발이 되어 일해올 수 밖에 없었는지를 되돌아보게 된다. 행정자치부의 지시에 따르지 않는 자치구에 대해서는 지방교부세를 주지 않겠다, 국책사업에서 배제하겠다는 말을 서슴없이 해대는 것을 보면서 독재시대의 권위주의를 연상한다.

 그랬었구나, 우리의 나이많은 선배공무원들이 이러한 압력 때문에 그동안 그렇게 속을 끓이며 생활해 왔겠구나! 아이러니하게도 공무원에게 단체행동권을 허용할 수 없다는 이 정부를 보며 더더욱 공무원의 노동3권이 필요함을 느끼게 된다.

 '분골쇄신'하겠다고 다짐하는 전공노의 홍보물엔 건축허가담당 8급서기의 사연이 실려져 있다. 적법한 건축허가 사항을 반려토록 지시한 군수의 회유와 협박에 맞서 비리를 고발한 공무원이다. 이 공무원을 해직할 때 사유가 비밀누설죄, 복종의 의무위반, 공무원의 품위유지 위반이었다.

 공무원이 유죄선고를 받지 않는 이상 해직이 되지 않는데, 단체행동권까지 주는 것은 비례원칙에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 국회의원도 이런 사례를 알고 있었을까? 한 집안의 남편과 아내로 가장인 이들이 어린 자녀들을 두고서도, 그리고 해직을 염두에 두면서도 왜 그토록 공무원의 노동3권 보장을 외쳐대는 것인가?

 공무원으로 누리는 혜택이 얼마인데, 파업권까지 달라냐는 주변의 지적에 대해 경기도 어려운데, 살만한 공무원들이 무슨 파업이냐는 지적에 대해 나역시 숙연해진다.

 하지만 정부와 자치단체장의 부당한 지시와 압력에 대항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참으로 국민에게 공평하게 봉사할 수 있는 책임있는 행정을 하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이 반드시 필요하고 노동3권이 보장된 노동조합이어야 함을 다시한번 가슴에 새기게 된다.

 지금 정부안대로 법률이 통과하게 되면 공직사회의 개혁은 그만큼 멀어질 것이고 우리나라의 발전도 더 더딜 것이라 생각한다. 전교조의 합법화과정에서 그 교훈을 깨닫는다.

 바로 지금 하지 않으면 몇십년 더 멀어질 공무원사회의 개혁을 위해서, 곤한 잠에 단꿈을 꾸고 있는 내 가족에게 자랑스런 공무원이 되기 위해 파업을 결심한다. 동료들을 믿고 의지하며 더욱더 양심적인 깨끗한 공무원이 될 것을 다짐한다. 공직사회의 개혁을 외치는 공무원들, 사랑해줘도 되지 않을까요? 

/김 하 늘 광주지역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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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광객 2004-11-15 13:35:50
    .
    마음으로 글을 쓰면 이렇게 읽는 사람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는 글이
    나오는 모양입니다. 이름처럼 예쁜 글, 참 흐뭇하게 잘 읽었습니다.

    오랜 독재와 탄압의 시대를 거쳐오느라고 노동자들의 권익확보 운동이
    기간적으로는 일천한 연륜을 갖는 우리나라의 노동조함 운동은 아무래도
    유럽 및 북미의 서구 노동조합 경험치들과 우리 자신의 지금까지의 노조
    결성 성장 및 결과물 등을 통해 배우는 바가 우선 있어야 할 것같습니다.

    전교조의 출발 당시의 우려와 저간의 오랜 고통스런 발언권 확대을 위한
    충돌 경험에서도 그랬었듯이 노조의 최초 출발은 그야말로 국민을 위하고
    교육의 본질적 사명 회복을 위하고 구성원(조합원)들의 인간적인 처우를
    향상하기 위한 공동의 단체 목소리를 내는 "힘"을 결집하자는 것이었죠.
    그리고 초기에는 상당한 정도로까지 그 원래의 순수한 목적을 성취하기도
    하는 긍정적인 결과물을 산출하게 됩니다. 그러다가는 ..... 어느 높이의
    언덕을 넘어서서는 .... 자연스럽게 정치적 발언의 확장기도 단계를 향해
    이 결집력이 움직이게 되는 생리를 갖는 게 또한 노조라는 조직의 괴력인
    것도 보이게 되기 마련입니다. 이것이 문제가 시작되는 과정인 겁니다...
    오늘날 교육현장에서 벌어지는 전교조의 안하무인 집단 패거리 거드름이
    여러 이슈 부문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음을 우리는 보게 되는 거죠.

    미국과 캐나다의 경험 차이만 비교해 보겠습니다.
    이 두 나라에 공히 공무원 노조가 존재합니다.
    나라가 워낙 크니까 연방정부, 주정부 및 각 독립채산 공사 등이 별도로
    노조 구성을 하고 있고, 노조가 임금협상 등을 정기적으로 갱신하는 등
    단체 협상과 협약을 하게 되지요. 이런 단위를 Bargaining Unit 이라고
    부르기도 하구요. 그런데 이 두 나라에 차이가 하나 있습니다.

    다름아닌, 캐나다 공무원 노조는 단체행동권이 있고
    미국의 공무원 노조는 단체행동권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 중에서 특별히 파업(strike)권은 도대체 불용하는 것이 미국입니다.
    그 이유와 근거는 익히 들어왔듯이,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의무와
    또한 국가경쟁력 면에 있어서 국가기관의 서비스 경쟁력이 다른 국가
    경쟁력보다 떨어지게 할 수도 있는 일체의 가능성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미국적 국가경영 철학이 국민들 사이에서 공감을 얻기 때문입니다.

    가장 비근한 예를 들자면, 양국의 우정국(Postal Service) 공무원들의
    서비스 경쟁력에서 현격한 차이가 남을 볼 수 있습니다.
    전세계의 우편물 물동량의 70% 를 처리한다는 미국 우정국 공무원들은
    파업권이 없고 그들의 단체협약 계약서에 철저한 명령복종 규약을 넣고
    있고 처벌징계도 단계별 구체적인 진행단계 수순등을 합의하였던 결과로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우편물을 상대적으로 가장 저렴한 요금으로
    가장 신속하게 배달하는 국가적 서비스 체제를 갖추어 나가고 있습니다만,
    바로 인접국 캐나다는 직무태만을 규율하는 노조 통제장치가 없는 막강한
    노조의 협상력으로 말미암아 설상가상 파업권 ㅡ 우리 전공노가 요구하는
    노동3권 중 단체행동권 ㅡ 마저 가지고 있는 관계로 주기적으로 (약 3-4
    년에 한 차례씩) 파업을 벌여, 이때마다 캐나다 국민들은 비싼 택배회사
    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홍역을 겪는 ㅡ 미국과 비교하자면 아주 영
    형편없는 행정서비스를 받는 나라에 살고 있는 셈이 된 것입니다. 당연히
    해외에서 캐나다로 들어가는 우편물은 그들의 파업이 끝난 다음에 배달될
    수밖에 없는 기고만장 서비스 제공 국가가 되는 거지요....

    노조를 통해 집단 이익은 챙기지만, 때가 지나고 나면, 어느 때가 이르면,
    공무원 노조의 단체행동권은 어김없이 (거의 예외 없이) 국민들을 볼모로
    잡는 - 그래서 국가경쟁력 전체를 뭉개버리는 - 집단이기주의의 삼지창으로
    진화해버리게 된다는 겁니다....

    그건 무식한 미국 캐나다의 문제지 우린 안 그럴 수 있다고 장담하십니까?
    교육자임을 내세우는 전교조가 그럴진대... 전공노가 특정정당을 지지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벌써부터의 정치적 행각은 어떻습니까?
    탄핵 이슈에 대해, 수도이전 이슈에 대해, 전공노는 가만히 있으면 삭신이
    근질거려 도무지 못 참는 성질을 벌써부터 보여주고 있지 않았는가요 ?

    국민을 위해, 진정한 봉사를 위해, 상부기관의 부당한 압력에 맞서기 위해
    공무원 노조가 필요한 건 인정하고 저도 찬성합니다만, 단체행동권만큼은
    미국처럼 처음부터 양보를 하시는 게 국가경쟁력 제고에 결정적인 보탬이
    되지 않겠나 싶습니다.

    교과서적 노동 3 권 - 그러나 노조 역사에서 앞서가는 미국이 세계최강의
    유일 초강대국이 된 배경 가운데 하나에는 그들의 교육제도가 경쟁시스템
    교육제도인 것과 함께 공무원 노조협약에서 파업권(단체행동권)을 포기한
    공무원 노조들의 양보와 국가에 대한 충성심이라는 받침대가 있었던 거죠.

    관광객이니까 남의 나라 사정은 깊이 있게는 잘 모르지만, 아뭏든 제 짧은
    개인적 관찰 범위 내에서는 미국과 캐나다의 국력 차이가 공무원 노조의
    행태에서부터도 (공무원 노조의 발언권의 범위 제한여부에서도) 차이가 꽤
    나더라 이 말씀인 겁니다.

    살펴 새겨들으시고, 만일 제가 모르는 내부 실상이나 혹 제가 틀린 지적이
    있다면, 일께워주시사시옵사시소서... ~

    수고하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