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저는 도대체 법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자 합니다. 법을 운용하는 사람들은 법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법은 왜 제정되었는가? 저의 상식으로는 법이란 오로지 국민만을 위하여 존재해야 합니다. 침해받는 국민의 권리를 위해, 위협받는 국민의 미래를 위해, 행복을 위해, 그리고 나라의 안녕과 안정을 위해 법은 , 헌법은 존재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신행정수도의 건설은 지난 10년 동안 흔들리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마지막 탈출구였습니다. 지금 지방은 붕괴하기 일보직전입니다. 지방에 뿌리를 뻗고 물과 양분을 빨아 올려 자라 온 서울이라는 나무는 이제 지방에서 빨아올릴 물과 양분이 없어 더 이상 자랄 수가 없습니다. 아니 고사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방과 서울이 같이 죽습니다. 숲속의 나무는 뿌리로 물과 양분을 빨아올려 잎과 열매를 맺으면 이를 다시 땅에 떨어뜨립니다. 하늘에서 비도 내립니다. 그래서 다시 나무는 뿌리로 물과 양분을 빨아올려 살아갑니다. 그러나 우리의 서울과 지방은 이런 순환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 모든 것을 그대로 방치하면 서울과 지방은 영영 죽고 말 것이어서 정부는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이라는 지방화 정책을 실시 중입니다. 서울에 집중된 돈과 권력을 지방으로 돌려 보내고, 행정수도를 지방에 건설하고 각종 공공기관들을 지방에 보내서 죽어가는 지방에 긴급히 영양주사를 놓으려 하는 것입니다. 이 중에서 신행정수도의 건설은 이제 우리나라가 서울만 살려하는 서울공화국이 아니라는 것을 선언하는 매우 의미 깊은 정책이었습니다. 이 정책에 발맞추어 다른 지방에는 공공기관들과 기업들이 지역의 특색에 맞추어 이전하여 이제 지방에도 물과 양분이 있어 온 나라를 파랗게 물들이자는 계획이 지방화를 중심으로 한 국토재구상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구상은 국회에서 법률로 통과됨으로써 국민의 동의를 얻었고 정부는 이에 따라 정책을 진행 중이었으며 이미 이에 따라 해당지역 주민들은 이주를 위한 토지거래를 시작하였고 이에 따라 토지가격의 변동도 나타났습니다. 모든 국민이 행정수도 건설정책이 추진될 것으로 알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국민들이 보기에 특별한 사유도 없이 헌법재판관들이 이 정책을 좌초시켰습니다.
이제 이 판결에 따라 신행정수도가 좌초되면 우리나라의 지방화는 매우 어렵게 됩니다. 충청권 이외의 지방으로 이전하기로 한 공공기관들의 노동조합이 순순히 따르지 않을 것입니다. 또 그렇지 않아도 행정수도를 충청권에 건설하는 것을 못마땅해 하는 타 지역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이제 이분들은 자기 지역에 정부부처가 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일 것입니다. 이제 전국이 지역 이기주의를 철학으로 한 한판 대 투쟁이 벌어질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이 너무나 눈에 선한데 헌법재판관들은 행정수도 이전을 위헌이라고 판결하였습니다. 법을 운용하는 사람들이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을 해야 하는가를 생각게 하는 그런 판결이었습니다.
물은 생명을 위해 순환해야합니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지만, 꼭 그만큼 아래에서 위로 흐르기도 합니다. 뿌리에서 올라가는 물도 있고 수증기로 올라가 구름을 만드는 물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물이 지방에서 서울로, 위로만 위로만 흘렀습니다. 지방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제 물이 지방으로 흐를 때입니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흐른다고들 하지만, 다 틀린 말이요, 사실은 있는 데서 없는 곳으로 흐르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물은 있는 서울에서 없는 지방으로 흘러야 합니다.
/ 이 민 원 지방분권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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