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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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의소리
  • 승인 2004.10.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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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호 광주 북구청 ‘북소리’ 편집장
“절망하지 말자 멀지만 가야할 길 오늘 비록 눈물일지라도 절망은 하지 말자/ 이 세상 모든 것 내게서 멀어져도 앞만 보고 가다 보면 기쁜 날 오쟎겠소/ 절망하지 말자 멀지만 가야할 길 오늘 비록 눈물일지라도 절망은 하지 말자/ 절망하지 말자 멀지만 가야 할 길 길은 비록 험하고 멀어도 절망은 하지 말자/ 시내물 흘러 흘러 큰 강물 이루듯이 한 걸음씩 가다 보면 새날은 오쟎겠소/ 절망하지 말자 멀지만 가야할 길 길은 비록 험하고 멀어도 절망은 하지 말자” <‘절망하지 말자’, 범능 스님>

범능 스님은 우리가 살아 가는 세계를 욕망으로 이루어진 사바세계라 규정한다. 사바세계에서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도 가만히 생각해보면 거의가 물질로 인한 욕망의 불만족으로 인하여 일어난 일들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범능 스님은 우리가 잠시 사는 세상에서 살면서 허망한 대상의 물질에 우리의 본래 정신세계를 잃어버리고 살아 온 것은 아닌지, 때론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10월 14일, 늦은 7시에 범능 스님은 광주 상무지구 5.18 기념 문화센터 민주홀에서 교육 민주화를 외치는 선생님과 노동자의 권리를 찾는 노동자, 시민의 권리를 찾는 시민단체 회원, 그리고 평화와 나눔을 염원하는 광주시민을 노래를 통해 두루두루 만났다.

평화와 나눔’, 범능 스님 음악회는 광주지역 유일한 대안매체인 ‘시민의 소리’ 발돋움을 위해 마련한 공연이다. 범능 스님은 더불어 사는 세상의 참된 지표가 되는 신문인 ‘시민의 소리’가 외로이 지탱해 가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기꺼이 공연요청을 받아 들였다고 한다.

비록 세상의 유명한 곡과 노래는 아니지만 적어도 건강한 삶을 살아 가고자 하는 광주시민들에게 활력소가 되는, 위로가 되는 노래들만 모아서 들려줬다. 범능 스님은 작은 노래를 통해 광주시민의 삶이 정화되고 가치 있는 삶의 시간이 이어지길 기원하면서 희망의 노래를 들려줬다.

그렇다. 우리가 살아 가는 현실이다.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외형적으로 보면 서로 모순되는 두 가지 측면의 대립관계로 주어 진다. 내가 있으면 네가 있고, 네가 있으면 내가 있다.

자아가 있는 곳에 상황이 있고, 상황이 있는 곳에 자아가 있다. 또 너와 나, 의식과 존재, 주관과 객관, 인간과 자연, 있음과 없음이 서로서로 대립하며 통일을 이룬다.

광주지역 언론도 마찬가지다. 전국 방방곡곡 마라톤 열풍이 불 때다. 광주에서는 지난 5월 한 달 동안 3회의 마라톤 대회가 열렸다. 전남매일은 5월 2일 상무시민공원에서 2004 오월 민주 마라톤대회를, 5.18기념재단과 한겨레, 광주MBC는 5월 16일 국립 5.18묘지에서 제4회 5.18 마라톤대회를 열었다.

광주일보는 이미 3.1절 기념 제39회 광일 단축 마라톤대회를 열었으며, 전남일보와 광주시-전라남도는 6월 13일 월드컵경기장에서 2004 호남 국제 마라톤대회를 열었다.

요즈음은 또 걷기대회가 유행인가 보다. 10월 한달 동안에 걷기대회가 두 번이나 열린다. 광남일보는 10월 17일 광주천 광암교 둔치에서 제2회 광주천 살리기 시민사랑 걷기대회를 열었다.

광주매일은 10월 24일 월드컵 경기장 일대에서 지난 5월에 두 번째로 가족사랑 건강 걷기대회를 열 계획이다. 상반기에 마라톤 대회를 열지 않은 언론사가 하반기에는 걷기대회를 여는 것일까.

어느 마라톤 대회나, 걷기대회도 행사의 취지와 목적은 다 있다. 여기서 한 가지 간과해서는 안되는 점이 있다. 마라톤 대회나, 걷기대회의 목적에 암묵적으로 동의한다고 하더라도, 대회의 주체가 어디냐에 따라 마라톤 대회나 걷기대회의 성격이 확연히 다르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자신의 건강을 위해 맨몸으로 달리고, 걷는 참여자들에게 딴지 걸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광주지역 언론사가 마라톤 대회나, 걷기대회를 열면 사정은 좀 달라지지 않겠는가. 구차하게 말하지 않고 협찬사만 보더라도 명약관화하게 드러나고 있다.

마라톤 대회나, 걷기대회를 한 번 열려면 광주시나 전라남도, 그리고 체육단체로부터 후원을 받는다. 지역기업의 협찬은 말할 것도 없다. 음료회사는 음료를, 의료기관은 의료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언론사가 마라톤 대회와 걷기대회를 열든 말든 그냥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언론의 사명을 생각하면 상황은 좀 달라진다. 본디 언론은 사회를 그대로 반영하지 않는가.

사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언론이 자본과 권력을 견제해야 한다는 점은 일반적인 상식이 된 지 오래다. 왜냐하면 언론 본연의 사명을 저버리고 언론 스스로 권력화, 자본화의 길을 걷고 있다면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낳을 수밖에 없다.

구조적으로 마라톤 대회나, 걷기대회를 통한 사회의 공익보다 언론 자체의 사익에 더 충실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시대를 맞아 지역의 올바른 여론을 형성해야 하는 언론도 자본의 논리 앞에 자유롭지 못한 현실이 안타깝다. 지역언론이 자본과 사익으로부터 독립될 날은 언제쯤일까.

“흔들리 잖고 피는 꽃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면서 꽃망울 고이고이 맺었나니/ 흔들리잖고 피는 사랑 어디 있으랴” <‘흔들리면서 피는 꽃’>.

범능 스님의 깨침의 소리, 시민의 소리 들려 온다. 절망하지 말자. 비록 가야 할 길 험하고 멀어도 절망하지 말자. 가다 보면 새날 열리지 않겠는가.

/강 명 호 광주 북구청 ‘북소리’ 편집장

*** 본문은 광주전남민언련 소식지' 민주언론21' 올해 10월호에 기고한 내용입니다. 필자의 허락을 받아 본지에 다시 게재 합니다. < /F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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