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상속제도 폐지돼야
[기고]상속제도 폐지돼야
  • 시민의소리
  • 승인 2004.09.23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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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부터 우리사회 관습의 하나로 상속제도가 행해졌는데 제사 상속 위주였다. 제사를 받들려면 그 가계(家系)를 이어야 하고, 재산이 뒷 밭침 되어야 하므로 입사법(立嗣法)제도가 확립되었고, 봉사조(奉사條)규정이 마련되어 마침내 1390년(고려 공양왕 2년)에는 입묘봉사제도(立廟奉사制度)가제정 되기도 했다.

원래 상속제도는 미풍양속(美風良俗)을 이어가기 위한 계세사상(繼世思想)에서 비롯됐는데 제사를 받들기 위해서는 재산이 있어야하므로 봉사손(奉嗣孫)에게는 우선적으로 재산(토지·노예)을 상속했었다. 그 후 가계 혹은 가풍을 이어야 한다는 선민적 우월주의에서 승가계통(承家繼統)정신이 보편화되었고 입양제도(入養制度)가 일반화되어 호주 상속으로까지 발전하였다. 근세에 이르러 상속이라 하면 ① 제사상속 ② 재산상속 ③ 호주상속이라고 이해하는 까닭도 이와같은 오랜 관습의 소산인데 기독교 사상이 전래되면서 제사상속은 다시 관습으로 돌아가고 민법에는 호주상속과 재산상속에 국한하여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요즘 평등권 침해라는 이유로 호주제도 폐지를 골자로한 가족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 상정됨으로써 '승가계통'이라는 전통 문화는 이제 붕괴될 위기를 맞고 있다.

현행 가족법의 호주 상속 순위를 살펴보면 부계(父系)위주 '승가계통'임이 확실하여 평등권에 저촉된다고 할 수 있다. 호주 궐위시 상속순위가 자(子), 손자(孫子), 미혼녀(未婚女), 미혼손녀(孫女), 모(母), 자부(子婦)순이다, 이렇게 철저히 부계위주 상속권으로 명문화 한 것은 '승가계통'정신의 유산이므로 현대 평등권 이론에서 모순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자(子)에 앞서 모(母)가 선 순위가 되도록 개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지금 일부 여권 운동가들은 산술적 평등을 의식하여 미풍양속의 전통적 가치를 부정하려고 한다. 격조 높은 문화일수록 불편함이 수반되고 천박한 문화는 단순·편리하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이제 상속이라는 말이 재산 상속을 지칭하는 꼴이 되었다. 그러나 재산 상속은 '승가계통' 및 '승사계종(承嗣繼宗)을 위해 부수적으로 시행된 제도 였기에 그 근본인 제사상속·호주상속 제도가 없어진 터에 더 이상 존속할 명분이 없다. 당연히 폐지되어야 한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부(富)의 세습으로 부의 편중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으므로 일체의 재산 상속을 부인함으로써 소유재산 사회·국가 환원의 전기를 마련했으면 한다.

계속 이어가야 할 풍속은 불편하고 이익이 없어서 사라지고 저속한 사익 유지제도는 존치 시킨다면 이 사회를 어느 누가 문명사회라 하겠는가, 우리는 이성을 회복하여 허구적인 환상에서 깨어나 평상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서 재산상속제도 역시 호주제를 폐지할 경우 아울러 폐지했으면 한다.

/서 명 원 (광주 전남 반부패연대 m-munhw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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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광객 2004-10-04 11:41:50
    .

    저는 호주제 폐지만을 긍정(동의)하는 입장이었었는데
    재산상속 제도까지를 폐지하자는 생각은 그야말로 ....
    상당히 파격적이고 한참을 앞서 가는 생각이십니다 ...

    재산의 상속은 우리 나라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민족(부족)들이
    아주 오래 전부터 전통적으로 시행해온 당연하고 자연스런 관행이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제사상속, 호주상속의 부수적인 제도라서가 아니더라도
    세상에서 모은 재산을 우리가 죽을 때 가지고 가는 게 아니라는
    인류 보편의 인지사항을 일종의 달관의 철학으로 삼아
    이 재산상속 제도의 폐지 사상을
    자본주의 사회의 사유재산제도에 접목시켜
    사유재산의 한도는 "죽을 때 다 세상에다 환원하고 간다"는 걸로
    그 순환 사이클의 개별적인 매듭들을 지어나갈 수 있는
    어떤 실무적이고 실천 가능한 운영관리 방안이 장치될 수 있다면

    우리 사회는 한참을 껑충 뛰어올라 그야말로 한 차원 높은 단계의
    "발전"된 사회로 진입할 수 있을 것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제는 그 구체적인 제도 운영방안 각론을 어떻게 개발하느냐 하는 게
    관건이 되겠군요....

    뉘신지는 모르오나, 개인 웹 싸이트라도 있으시면
    한번 방문해 뵙고 싶군요...

    후속되는 건필을 고대하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