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단소리]신문은 낙서판인가
[쓴소리단소리]신문은 낙서판인가
  • 문병란
  • 승인 2004.09.23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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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신문을 보면 어지러울 정도로 그 지면이 혼란상을 나타내고 있다. 정치면 사회면 문화면 경제면 모두 다 백가쟁명 그 시대처럼 사방에서 나발을 불어댄다. 그러나 그 나발소리는 나발 소리대로 울려댈뿐 공명이나 메아리 없이 벽창호 같은 현실 앞에서 제멋대로 울려대는 현실이 더욱 안타깝다.

17대 국회가 열린당과 한나라당이 두 단 나눠먹기식 신판 지역구도 대결로써 서로 만족할 만한 승리를 자축하며 새로운 판도를 구축하고 민생안정을 위한 국회운영을 다짐했지만 그 후 줄곧 하모니 정치보다는 불협화음 정치 여전했고 실랑이질 힘겨루기 버티기 그러다가 서로의 이익을 위한 순간순간 담합 쇼도 벌이면서 꿍궁이 국회, 구렁이 담넘는 엉거주춤 음모 국회, 그 양상 여전히 민생문제 뒷전 열린 국정 기대치에는 사뭇 멀다 하겠다.

경제 걱정 없다 잘 돌아가고 있다고 낙관론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외환고 튼튼하고 흑자 무역 운운해도 서민들의 숨통은 여전히 트여오질 않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못살겠다 아우성치는 쌀개방 반대하는 농민의 소리는 논두럭 데모가 아닌 아스팔트 도시 원정 데모도 별 효과없이 죽어가는 농촌 죽어가는 농민의 한숨소리 그것이고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정상회담 큰 성과라지만 그 사이도 6자회담은 흥정거리일 뿐 민족분단의 낭보와는 거리가 먼듯해 답답하기 짝이 없다.

광복의 기쁨도 잠깐 분단과 6.25한국전쟁 그리고 기나긴 휴전과 안보제일주의 군사독재시절 30년, 그것이 민주화에 흘린 피로 남북통일의 가능성이 중대하고 남북동반자 시대가 점쳐지기도 했지만 그 사이 국보법 개폐 문제 실랑이 주적국가 남북대결 시대 하나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원점회귀하고 있는 남북대결구도는 어찌할 것인가.

근자에도 미국의 북한에 대한 엄포는여전하고 국보법 개폐도 국론분열만 심해지고 있어 앞길이 막막한 상태다.

이에 맞서 북한의 발언 '미국이 대북핵전쟁의 엄포를 놓거나 그러한 전쟁을 시도할 경우 '일본열도 불바다 운운' 말 이면에는 (한반도는 물론이고)라는 생략된 문구도 연상되는 발언이라면 높은 자리 앉아있는 분들 결코 발뻗고 잠잘 계제는 아니라고 본다.

이 어수선한 시기에 중추명월 한가위가 연휴와 함께 찾아왔다. 공무원들 놀아서 좋고 일가친척들 만나서 안부나누고 성묘하고 오랜만에 별식도 장만하여 정담도 나누고 다 사라지고 남은 명절이니 얼마나 흥겹고 의미있는 추수감사절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솟는 물가 앞에 주부들의 주름살 깊어가고 힘없는 아버지들 얼굴 어둡고 병역비리 공직자 비리 각종 비리로 얼룩진 정가주변 법원주변 서민들의 가슴은 중추명월도 낭만도 멀기만 하다.

국태민안 그 시절 옥문간 앞에 잡초가 자라 인기척없는 것이라 했다. 이른바 요순시대 감옥가는 사람이 없어 그 뜰엔 잡초만 무성했다는 얘기다. 그와 반대로 유치장 교도소 만원사례라면 답답할 일이다. 병역비리는 연례행사처럼 등장하고 사과궤짝대신 굴비상자로 대체된 억대 비리 주인없는 돈은과연 누가 무슨 목적으로 전달했는가.

그사이에도 호주제페지 그 법안은 가장의 모가지가 달랑달랑, 이 나라 고개숙인 아버지들 그 문패마저 떼어질 판이니 금년 중추명월을 보고 무슨 소원을 빌 것인가. 금년으로 100주기 맞은 지절옥사시인 이육사 시인과 이 고장 광산구 소촌동 출신 1930년대 '떠나가는 배'로 그 망국한을 통곡했던 박용철 시인의 그 싯구나마 낭독해보면 가슴이 트일까. '나두야 간다.나의 이 젊은 나이를 , 눈물로야 보낼거냐, 나두야 가련다' 그 암울했던 시절,

우리 고장에선 일본의 야만적 식민지 교육에 맞서 학생들이 교실에서 백지동맹으로 동맹휴학 투쟁을 전개했으며 지금의 상무관 무덕정에는 임시 유치장이 되어 독립만세를 외친 학생들이 갇히기도 했다. '나두야 가련다' 그 절규 그 뜻 깊이 새겨 선구자의 간길을 따라 우리 역사 스스로 짐지고 가는 민족통일의 사명 다시 한번굳게 다짐하자.

/문 병 란(시인·전 조선대교수·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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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ora 2004-09-27 10:22:22
    김수환추기경은, 도올말처럼 우리시대의 '희망' 그자체였다. 암울했었을때 그의 올곧은 '종교'활동은 얼마나 행복했었나. 그래서 강준만왈, 그런 종교지도자를 둔것은 행운이었다나, 뭐라나. 그러나, 얼마전부터 보인 김추기경의 행보에 많은 사람은 그저 당혹했다! 그저 당혹했다. 다른 표현을 하기 힘들정도로. 국보법에 관한 그의 해석은 지조있게 지키던 '종교'인의 모습이 아니었다. 늙은 하라방의 꼬릿꼬릿한 냄세를 풍기면서 전혀 논리적이지도 않고 전혀 사리에 맞지도 않으며 자기가 해놓은 모든 품새를 뒤집는 언행을 하고 계시는것이다.

    어떤이들은...원래 그랬어...라고 할지모르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이 모든것의 원흉은 시간이다. 시간은 사람을 그렇게 만든다. 시간이란 놈은 사람의 세포를 '원형'으로 재촉한다. 그래서 사람은 숨을 멎고 죽어 흙으로 돌아가는것인데 사람이란 동물은, '생각'하는 동물이라서 이를 공포로서 경험한다. 알쯔하이머에 걸린 무하마드알리를 보면서 슬픔과 당혹은 바로 이런 비슷한 공포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김추기경의 작금의 행보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을지모른다. 자신이 없고 공포에 떨게 되면, 자연히 타인에 대해서도, 세상에 대해서도 매사 부정적이 되며, 손쉬운 안거에 몸을 맡긴다. 이해할만하다.


    그런점에서 문선생님의 컬럼을 읽는다. 당혹할뿐이다. 우선 칼럼의 내용은 차지하고라도, 컬럼 자체에 전혀 논리가 없다. 주저리주저리 대는 목소리는 시중잡배들이 불만을 쏟아내는 것과 같고, 그의 목소리는 사실 한나라대변인이 '자살하는 서민'운운하면서 '복지비용삭감'하자는 주장을 같은 주둥이로 해대는 꼴을 보는듯 할뿐이다. 다만, 한나라당 대변인보다 품위있게 일제시대와 싯구를 몇개 들이댈뿐, 글에는 논리도, 주장도 전혀 없다.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라는 질문을 할경우 "나두야간다"흥얼대면서 술취한듯, 결론내리고 있는 그글을 보면서 나는 차라리 슬퍼진다.


    어렸을때 였다. 그분의 강의를 듣고, 그분의 살아있는 눈빛을 통해 나는 '광주'를 배웠다. 경험했던 것들을 정리했다. 전두환이 누구고 노태우가 누군지 알았다. 카톨릭센터였던것 같다. 그분의 강의한방에 17세였던 나는 세상이 달라지는것을 느꼈었다.


    그랬던 그분이 아래와 같은 컬럼을 쓰다니.


    호주제와 미군사주의, 한나라당에 일제까지 같이 선상에 놔두고 바라보는 문선생님의 연세가 얼마나 되는가? 문득 인도의 어떤 풍습. 나이가 들면 모두 머리를 깍고 스님이 된다는. 아, 문선생님 왜 이렇게 슬프게 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