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5월..마음으로 선물 주는 법
아! 5월..마음으로 선물 주는 법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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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노영심의 선물/ 중앙M&B// 벌써 5월이다. 아, 5월이구나 하고 그저 마음 설레이기엔 내가 나이를 많이 먹어버렸나 보다. 이것저것 챙겨야 할 것이 먼저 생각난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그리고 5월엔 웬 결혼식이 이렇게 많은지... 나도 한때는 다른 사람에게 선물을 할 때 정성을 담았던 적이 있었다. 책 한 권을 선물하더라도 고르고 골라서, 엽서 한 장을 끼우더라도 상대방의 취향을 고려해서... 남편은 '당신만이 가진 장점'이라며 날 추켜세우기도 했었다. 그러나 점점 남을 배려하는 정신적인 여유가 없어지면서 5월이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박봉을 쪼개서 살림하다 보니...'라는 말은 너무 구차한 변명이다. 사람과의 관계에 좀더 정성을 담아보고 싶을 때 꼭 보면 좋은 책이 노영심의 <선물>이다. 예쁜 종이로 포장하는 법, 어울리는 선물... 이런 내용을 원한다면 여성잡지 5월호에 더 실용적인 내용이 있을지 모른다. 노영심선물>에는 마음과 정성을 담는 선물 이야기들이 잔잔하게 들어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가난한 유학생에게 어울리는 선물은? 역시 돈이다. 그러나 돈을 주는 것은 잘못하면 자존심을 다치게 할 수도 있다. 노영심은 돈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포장해서 준다 (제발 이 아이디어를 아이들 담임선생님 촌지를 드리는 데 써먹지는 말아주기 바란다). 예쁜 그림책 사이에 끼워서, 설탕이나 비스킷 봉지로 예쁘게 싸서, 혹은 상대가 읽고 싶어하는 책을 산 다음 그 안에 편지와 함께. 물론 편지도 '돈'이 아니라 '선물'이라는 느낌이 닿을 수 있도록 써야 한다. '이건 안나 이사할 때 쓸 돈, 이건 안나가 악보 사서 나중에 나를 위해 복사해둘 때 쓸 돈, 요만큼은 내가 좋아하는 23번지 가게에서 저번에 봐 둔 티백 살 돈, 또 요건 내가 다음에 안나에게 갔을 때 나한테 줄 지하철패스 끊을 돈...' CD를 선물할 때는 표지를 예쁘게 꾸미고 편지를 써 넣어서 마치 직접 만든 CD인 것처럼, 송년에는 양초 일곱 자루와 꽃 일곱 송이로 만든 양초꽃다발을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에게, 정월 대보름 선물로는 호두와 땅콩, 그리고 망치를 예쁜 주머니에 넣어서, 어린이날에는 어린이처럼 맑고 순수한 동심으로 사는 어른에게 종합선물세트(에이스 크래커와 영양갱, 스피아민트껌, 뽀빠이, 그리고 팩소주 하나)를... 선물이 짝을 이루면 더 멋지다고 노영심은 얘기한다. 립스틱은 작은 손거울과 함께, 구두는 스타킹이나 양말과 함께, 공책을 선물할 때는 그 공책에 잘 맞는 펜도 함께. 칫솔을 바게뜨에 넣어서 선물을 하기도 했는데, 이때 바게뜨는 칫솔의 포장지 역할을 한다. 노영심은 이런 말도 곁들였다.'가장 중요한 건 선물을 준 다음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거예요. 누군가를 위해 고민하고 준비하고 그리고 전해주고 나면... 그 다음엔 그냥 잊어버리세요. 혹시 편지글을 잘못 쓰지는 않았나, 포장은 잘못 한 게 아닐까, 하는 것에 대해 크게 마음 쓰지는 마세요. 거기에 너무 집착하다 보면 다음에는 그 사람에게 선물할 마음이 생기지 않을지도 모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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