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원의분권이야기]익숙함에서 벗어나기
[이민원의분권이야기]익숙함에서 벗어나기
  • 시민의소리
  • 승인 2004.08.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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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절약의 법칙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인간이란 과거에 늘 해오던 대로 함으로써 복잡한 노력을 절약하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것 보다는 익숙한 것을 좋아하는거죠.  인간 뿐 만 아니라 동물들도 그렇습니다. 사람이건 동물이건  늘 하던 대로 하지 않고 무언가 새롭게 일을 하려면 상황 마다 새로운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새로운 노력은 복잡하게 느껴집니다. 복잡한 일을 처리하려면 힘이 들고 귀찮습니다. 그리고 실패의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래서 보통 새롭고 복잡한 일 보다는 익숙하고 단순한 일을 좋아합니다.

이런 성향을 절약의 법칙을 따르는 보수성이라고 부릅니다. 동물들이 보수적이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보겠습니다. 노루라는 동물이 자신이 늘 다니던 길로만 다닌다고 합시다. 그러면 결국에는 노루를 사냥하려는 사자에게 이 사실이 알려질 것입니다. 그러면 사자는 힘들이지 않고 길목을 지키고 있다가 노루를 잡을 수 있습니다. 이런 일이 계속되면 노루는 멸종되고 말 것입니다.

옛날에 우리 조상들도 늘 다니던 길로만 다니다가 도둑들에게 잡혀 낭패를 당했다는 그런 이야기를 들어보셨을 줄 압니다. 아마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에는 인간이 늘 다니던 길로만 다니다가는 호랑이에게 다 잡혀 먹혔을 것입니다. 그러니 만일 우리 인간들이 극도로 보수적이기만 했다면 이미 멸종되었지 않겠습니까? 가끔은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인간들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입니다.

크림에 빠진 두개구리가 있었는데 한 개구리는 자신이 빠진 크림의 양으로 보아 이제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보수적으로 생각한 것입니다. 그래서 가만히 있다가 크림에 빠져 죽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개구리는 포기하지 않고 빠져 나오려고 발버둥을 쳤습니다. 그런데 크림이란 게 자꾸 반죽을 해주면 버터가 된다는 군요. 그래서 굳은 버터를 딛고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답니다.

지금 우리는 크림에 빠진 개구리와 같은 처지에 있습니다. 중앙집권, 중앙집중 때문에 다 죽게 생겼습니다. 그리고 이 어려움에 대하여 역대 정권은 늘 미봉책으로 대처해 왔기 때문에 효과도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중앙집중으로 소외된 지방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처방을 내놓지 못하고 중앙권한을 찔끔 찔끔 내려 보내주었습니다. 지방의 여건을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고 중앙정부가 은혜를 베푸는 입장에서 돈을 간헐적으로 나누어 주었습니다. 중앙집중으로 과밀의 피해를 보는 수도권에 대해서는 종합적인 관리대책을 세우지 않고 규제책만 만들어 왔습니다. 이러나 보니 지방과 수도권 모두 죽게 되었습니다.

이제 과거에 늘 해 오던 익숙한 방법에서 탈피해야 합니다. 지방분권을 완전하게 하여 지방의 책임 하에 지방을 효율적으로 이끌게 하며, 지방의 터전을 충분히 다져 주어 공공기관과 기업들이 흔쾌히 올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신행정수도를 만들어 획기적인 지방시대를 열어야 합니다.

그런데 인간들은 보수적이 되어 과거에 안주하려합니다. 중앙집권의 현실에, 중앙집권적인 정책에 안주하려합니다. 우리는 지금 중앙집중 때문에 모두 죽게 되었는데, 과거에 의존하는 보수성 때문에 지엽적인 몇 가지 이유를 들어 지방화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중앙집중의 폐해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믿음을 버리지 맙시다. 새 시대에 대해 포기하지 말고 분권, 균형, 신행정수도의 가치를 믿고 지방화의 세계를 만들어 갑시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보수에 머물지 말고 진보와 창조의 세계로 나아갑시다.

/이 민 원광주대 교수·지방분권국민운동 대표자회의 공동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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