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서진 정책의 진정성은 무엇인가?
한나라당 서진 정책의 진정성은 무엇인가?
  • 김범태 시민/객원기자
  • 승인 2004.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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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광주민주화 운동, 경상도에선 아직도 내란폭동인가?
박근혜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지도부가 28, 29일 전남 지역 일원에서 대규모 의원 연찬회를 개최한다. 이어 30일에는 5·18 민주영령들이 잠들어 있는 망월동 국립묘지를 참배하고 31일에는 당의 지역화합 발전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광주시와 전라남도에서 정책간담회를 개최한다고 한다.

이처럼 예전에 없었던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국회의원들이 대거 광주와 전남을 찾아 나서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근혜 대표의 서진정책의 진정성은 무엇인가?

참으로 놀랄만한 일이고 다행스런 일이라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 갑작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는 이러한 일들이 자칫 정치적인 제스처로 끝나버리지나 않을까 의구심부터 드는 까닭은 무슨 이유일까?

우리는 정권 안보와 지역패권주의를 볼모로 인권과 민주주의를 탄압하고 지역차별 정책으로 영호남의 갈등과 분열을 획책했던 박정희 시절의 뼈아픈 과거를 기억 속에서 지우지 못하고 있는 오늘날에도 박근혜 대표의 지역 화합을 위한 정책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대표가 부르짖고 있는 지역 화합 정책에 대하여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이번 5·18 묘역 참배와 관련해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이 "여전히 경상도 주민들은 대다수가 아직도 5·18을 북한의 사주를 받은 폭도들의 내란 폭동쯤으로 느끼고 있다"는 식의 발언을 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경상도에선 아직도 5·18 민주화 운동이 내란 폭동인가?

필자는 5·18 당시 시민협상 대표로서 활동한 바 있다. 시민들이 장악했던 7일 간의 광주는 그야말로 대동세상을 방불케했다. 더불어 민주주의가 만개한 자유와 평등을 만끽하였던 아름다운 기억을 간직하고 있을 뿐이다.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이 집권하던 시절, 5·18 민주화 운동을 총칼로 짓밟았던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하여 그들이 저질렀던 12.12 군사반란을 군사쿠데타로 단죄하고 5·18 민주화운동을 했던 사람들에 대하여 민주화 유공자로 인정했다. 또. 5·18 묘역을 국립묘지로 승격하고 국가기념일로 제정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경상도에서는 5·18을 폭도들의 내란폭동이므로 국가기념일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지금 한나라당의 정체성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모든 한나라당의 의원들이 그러한 편협한 사고에 젖어 있다고 보지 않는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이라 할지라도 그들은 우리 사회의 지도급 인사라 할 수 있는 국회의원들이다. 그들의 속내가 그러한데, 선량한 백성들의 경우 그러한 그릇된 생각에 동조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지역 감정에 이은 지역 차별은 여전히 치유할 수 없는 숙제로 남을 수밖에 없다 할 것이다.

박근혜 대표, 잘못된 과거사를 당대표로서 당당히 사과할 수 있어야

박근혜 대표는 며칠 전 자신의 선친과 정치적 대척점에 있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예방하고 선친의 잘못으로 인하여 김 전 대통령이 겪은 고통과 과거사에 대하여 사과를 하고 용서를 구했다. 동시에 지역화합을 위한 역할을 김 전 대통령으로부터 당부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선친의 잘못된 과거사가 김 전 대통령 개인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그 분에 대한 사과가 모든 민주 인사를 비롯한 호남인들에 대한 사과로 받아들여지리라 생각했다면 이는 엄청난 착각이 아닐 수 없고 그렇게 될 수도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그런 까닭에 박근혜 대표가 부르짖고 있는 서진정책이 진정성을 담보하고자 한다면 선친의 친일 행적과 군사쿠데타 이후 잘못된 과거사에 대하여 진솔한 마음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 더불어 한나라당의 전신인 공화당 시절부터의 잘못된 과거의 진상을 규명하는데 분명한 입장을 보여야 할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한나라당에서 과거의 용공 친북 행위 등의 과거사에 대하여 진상을 규명하고자 한 발상에 대하여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이러한 '용공 친북행위자들'의 경우 대부분이 자신의 선친을 비롯한 군사정권의 용공 조작에 의한 것임을 모를 리 없는 박 대표가 그러한 제안을 한 것은 친일 행위 등 잘못된 과거에 대한 진상규명 보다는 이를 희석시키기 위한 물타기의 전형에 다름 아니다 할 것이다.

한나라당 의원들부터 지역감정에 대한 옷을 벗어 던져야

최근에 중국의 동북공정에 따른 국민 감정이 매우 고조되어 있는 현실을 지켜보면서 우리의 정치인들이 지금까지 무엇을 위하여 그토록 정권 쟁취를 위하여 싸워 왔는지 의아해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부터라도 지역감정의 옷을 벗어 던지고 이 민족의 올바른 역사와 정기를 지키기 위한 국민통합의 정치를 펼쳐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번 박근혜 대표와 한나라당 의원들의 대규모 광주 전남의 방문을 계기로 진정으로 지역화합을 위한 정책을 펼치고자 한다면, 자신들에게 짙게 드리워진 지역감정의 벽을 허물 수 있도록 의원들 스스로가 한국 현대사의 큰 분수령인 5·18 광주민주화 운동에 대한 인식부터 새롭게 해야 한다. 아울러 진솔한 마음으로 참배하고 우리의 아픈 기억을 큰 교훈으로 삼아 열린 마음으로 호남인들에게 다가서기를 진심으로 당부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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