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림칼럼]행정수도와 문화수도
[김하림칼럼]행정수도와 문화수도
  • 김하림
  • 승인 2004.07.16 00:00
  • 댓글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얼마전 국가대표 축구팀의 경기를 보았다. 우리나라와 트리니다드토바고와의 대표팀 친선경기였다. 같은 경기를 보던 초등학생 아이가 트리니다드토바고가 어디에 있냐고 물었으나, 도대체 발음 잘못하다 혀 깨물기 십상인 이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뒤이은 질문은 이 나라의 서울이 어디냐는 것이었으나, 나라조차 모르는데 그 나라의 수도를 알리는 만무했으니, 실망과 멸시에 찬 시선으로 아빠를 바라보는 아이에게 인터넷 뒤져보라는 소리로 권위를 살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아이가 우리나라의 서울은 서울이고, 중국의 서울은 베이징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순간 나는 놀라움에 휩싸였다. ‘서울’은 고유명사이지 보통명사가 아닌데, 아이는 ‘수도’라는 단어는 물나오는 것으로만 알고 있을 뿐, ‘서울’을 보통명사로 알고 있는 것이었다. 아이의 관점이라면 중국의 베이징은 베이징이다가 성립하는 것이다.

이런 인식은 어디에서 유래했을까. 결국 ‘서울’의 절대화 현상이 광주에서 자라난 아이에게까지 전파되고 고착된 것이다. 최근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둘러싸고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논쟁의 배경에도 이러한 ‘서울’ 절대화 현상이 자리잡고 있다고 보여진다.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까지 신청한 상황은 그 논쟁의 대립각이 얼마나 날카로운지를 우리들에게 잘 보여주고 있다.

서울의 절대화 현상이 우리 사회에 뿌리박힌 주된 이유는 서울에 모든 것이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인구, 경제력, 정치력, 언론, 학술, 문화예술 등등 모든 것은 블랙홀 서울로 빨려들어버렸다. 이에 따라 서울은 최강, 최선이라는 관념이, 모든 가치의 절대 기준이 서울이라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뿌리박혀 버린 것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총역량이 서울과 수도권으로 극심하게 집중됨에 따라, 오히려 국가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으며, 환경, 주택, 교통 등의 문제로 인해 서울 자체의 발전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오래 전부터 제기된 형편이다.

서울과 수도권 억제정책으로 인해 기업들은 저렴한 땅값과 인건비가 보장되는 중국으로 옮겨가는 차이나러쉬가 우리나라에서 벌어졌고, 그로 인해 경기침체과 고용불안, 청년실업등의 문제가 야기된다는 점을 전문가들은 오래 전부터 지적해왔다.

즉 서울과 수도권의 문제가 국가의 존망의 문제로까지 대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기득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도에서 이번 행정수도 이전을 두고 헌법소원까지 자행하는 행태가 드러난 것이다.

국가의 균형발전이나 지역의 발전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이러한 행위와 사고에 실망을 금치 못하며, 이런 사고로 어떻게 21세기, 22세기를 이끌어 갈 것이며, 통일 후의 우리나라를 전망할 수 있을 것인가 우려스럽기만 하다.

우리 지역의 발전전략의 하나로 부상한 문화수도도 이러한 지경에 처해 있다. 물론 문화 자체가 독점적이거나 패권적인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수도’라는 관점이 올바르지 않다는 원천적 문제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정수도 건설에 대한 반대론과 마찬가지로, 문화수도도 점차 반대론이 부상하는 상황이다. 여기에는 두 개의 문제점이 자리잡고 있다.

첫째는 현재 정부에서 세우고 있는 문화중심도시 계획이 지역의 요구나 열망과 부합하지 않고, 문화수도나 문화중심도시라는 구상에 걸맞지 않게 축소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는 문화중심도시계획이 경주는 역사관광문화중심도시, 부산은 영상문화중심도시로 육성되는 계획과 맞물리면서, 광주문화중심도시의 역할이나 성격, 그 특성이 정확하게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특히 대구가 최근에 문화산업을 도시발전의 주축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선명히 드러내고, 게임산업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문광부에서도 대구를 문화산업클러스터로 승인함에 따라 광주문화중심도시는 더욱 그 위상이 축소되는 상황이다.

즉 광주문화수도에 대한 외부적 반대론은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미 광주문화수도의 역할이나 기능을 제한하거나 빼앗기고 있는 것이다.

문화가 시민의 일상속에 젖어들게 하고, 이런 기반 위에서 문화교육이 활성화되고, 이에 기초하여 문화산업이 진흥되는 내재적 발전구조를 광주가 구축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전망이 극히 불투명해져버렸다. 또한 광주정신을 계승하여 이를 문화를 통해 승화시키는 작업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점에서 광주문화수도는 내외적으로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금할 수가 없다.

따라서 현재 수립되고 있는 문화중심도시 계획은 보다 근본적인 검토가 이루어져야 하고, 지역의 요구와 여론이 정확하게 반영되어야 하며, 광주-한국-아시아를 문화를 통해 어떻게 교류하고, 문화를 생산하고, 발신하며, 상호소통할 것인가가 올바르게 수립되어야 한다.

/김하림(조선대 교수, 광주전남문화연대 대표)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새벽 2004-10-24 23:40:54
    1. 무엇이 돈을 만드냐에 대하여

    지금 세상의 돈을 만드는 가장 큰 분야는 오감( 눈, 코, 귀, 혀, 촉수) 을
    즐겁게 하는 분야입니다.
    전쟁으로 세상의 패권을 잡을 수 없는 시점부터, 과학기술이 문화에
    경제의 월계관을 내준 것을 잘 이해해야 합니다.

    문화적 흡인력이 과학기술을 이용하고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우리나라가 먹고 사는 바탕도, 어쩔 수 없이 문화적 요인의 경제화에
    큰 전략이 걸려 있으며, 몇 몇 산업이 생활의 편리함과 오감의 즐거움을
    끌어 당기면서 세계시장에 명함을 들이 밀 것입니다.

    한 13년전이던가, 독일을 중심으로 몇몇 이론가들 사이에문화와 경제를 구분하고 문화의 경제화를
    비판하는 이론들이 제기된 적도 있습니다만,

    그러한 구분은 이미 도식적이고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논의의 가치를 상실한지 오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오히려 우리의 일상이 문화적 기후와 풍향을 예민히 받고 있고
    문화의 대중화가 확산되면서 결국 부가가치 창출의 큰 동력으로뿐 아니라
    소비의 비율이 문화적 소비로 확산된다고 봐야 합니다.
    (청소년의 용돈 쓰임새를 분석하여 보십시요)

    광주가 깨어 나기 위해서는 다양한 미술의 형태가
    혼재되어 나아감에도 광주는 오로지 사각의 평면예술외에는
    소수자로 존재하는가를 곰곰히 씹어야 합니다.

    틀에 박힌 생각의 일단, 언젠가 들어 본 듯한 언어, 그것이 전부인양
    의기양양하게 퍼부어 대는 사고의 단편화를
    극복해 내는 공부, 공부, 공부.... 이것이 필요한 곳이 광주입니다.

    2. 서울은 만원입니다.
    탄 승객도 울고, 버스기사도 미치겠으나
    200만원 월급자리는 있으니 고향에 내려가기 보다는
    버스를 몹니다.

    오늘 탄 버스승객인 자랑스런 하이서울 시민은
    과천공원앞에서 떢뽂이 장사를 합니다.
    고향이 영암이다냐요, 오늘 돈벌이는 10만 7천원에 그쳤답니다.

    중앙대 이 규환교수가 서울 수도의 정당성인 집적의 이익이 이런 것인지
    완전히 헤깔리네요.

    어제 합천에서 올라온 신삥 기사는
    뭐시 못 마땅한 개뿔딱기 같이 투털 투털 하더니
    내려가삘라 합니다.
    왜 카니? 했더니, 588-1번 모는 디, 목이 아파 못살거따 합니다.
    호강에 #치네 할라다가 나도 해남에서 올라와 8-1 번 몰다가
    276번 영등포시장 몰때 생각나서 혓바닥을 그냥 놀리지 않았습니다.

    군대서 화생방 훈련할때 처음에는 콧물, 방귀도 나오다가
    한 몇분 지나면 그래도 참잖아요.

    아, 그것을 마비효과라고 하더나, 뭐러카나 학자들은
    말도 잘 만들던데.. 그런 것 설명하는 말 잔 만들어 줏씨요, 이.

    지하철 타는 하이 서울 시민은 거의 내 승객이나 처지가 비슷한 것 같고,

    택시를 타는 친구들은 이리저리, 짱구를 엄청 굴립디다.
    그래도 한 밑천 잡을 곳은 서울인디, 지하철 타는 하이서울 시민은
    잠을 그렇게도 정확히 잘 잔디 택시타는 작자들은
    머리굴리느라고 잠을 안자지라이.

    최고로 눈이 빤짞빤짞하는 놈은 비까번쩍한 차를
    남이 몰아준 뒤에 앉아서
    눈을 지그시 감고 짱구를 돌린 놈인다라이,,

    우리버스회사 사장인가 회장도 그런뒤라, 면목동 의원이요.

    이 회장은 버스가 만원일수록 입이 헤벌렁해진땅께롸
    서울시에서 돈도 솔찬히 타 먹믐시로
    친절이 21세기의 경쟁력이다고 우리를 가끔 훈계하요이
    그럼시로 만원일수록 코를 낼름낼름하고, 기사나 승객은
    죽껐는디, 저는 볼보몰고 댕김시로 버스중앙차선 만든다고
    뭔 시청 과장하고 돌아 댕깁띠다.

    근디 엊그제 티브에서 본깨, 이 맹박이가
    우리회사 사장하고 비스꾸레하고 생개갖고는
    말도 똑 같이 해부러라
    지방으로 버스회사가 가믄 서울이 망한다나
    택시손님이 가믄 망한다나,
    그랜져 몰고다닌 작자들은 다 서울에 살아야 한다나 뭐나
    허벌나게 헤깔린 말들을 안면에 하사깔따구를 그리면서 해부요.
    나도 해남 송지고 다닐때 수학 좀 잘 했는디
    도무지 미, 적분이 안되요, 안돼
    우리버스화사 사장처럼 버스가 꽊꽊차야
    서울이 사는지 대한민국이 사는, 태극기가 휘날리는지

    한가지 분명한 것은 버스회사 사장이나 맹박이가 아닌
    하이 서울 서민인 이 신동팔이가 살기 위해선
    버스고, 택시고, 그놈의 외제차고 뭐시고 좀 줄어져야
    살겠당께롸
    그래야 지하철에서 장사하는 목포무태고나온 정춘이 형님
    권리금도 내려가고.

    워매, 교대시간이네.

    면목동에서

    문화가 젤시러 2004-07-23 00:15:55
    참여 정부 들어 와서 광주의 대표적인 브랜드가 문화라는 최면의 단어에
    취해 있다.

    언론에서 부추기고 정책자들이 산업이나 기업의발전을 기대한다거나
    유치가 힘드니까 턴을 해서 문화라는 단어로 민심 달래기를 울거
    먹고 있다.

    돈도 별볼일 없는 일에 기업의 지원에 비하면 천문학적이 단위가
    언어의 성찬으로 구가 되고 성사 여부는 떠나서 무조건 문화 프로젝트가
    하루에 한건 이상을 발표 되는것 같다.

    두고 봐라 문화수도는 행정수도와 같은 낙동강 오리알 처지가 될게
    분명할거다.

    설사 뭔가 이루어 진다 해도 몇몇 문화 귀족 백수들의 상전 받드는
    자리만 늘거고 공무원 자리만 늘어다.

    우리의 삶의질 향상에는 득이 낭되고 호주머니만 털릴것이다.타지 단체장들은 기업유치에 각종매체에 홍보비를 쓰는데 우리는 축제나 문화
    관광이라는 단어로 치장한 사기성 정책에 예산만 쓴다.

    성공 한다해도 득이 안되는 정책에 과감한 철퇴를 바란다.
    그리고 시민정서도 산업이 우선시되는 방향으로 지도자들은 유도를 해야 한다.

    관광객 2004-07-17 07:26:16
    .
    (생각1) 서울이 과밀화되고 집중화된 것은 누가 인위적으로 그렇게 만든
    게 아니고, 자연스럽게 그렇게 몰리게 된 것이라고 봅니다. 그 흡인력은
    아무래도 자본주의 사회구조 자체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의 법칙에서처럼
    돈과 경제, 돈과 정치, 돈과 문화, 돈과 교육, 돈과 사회생활의
    불가분의 상호 장력 때문이라고 하겠습니다.

    세계의 모든 도시들의 공통된 경험으로는 어느 수준의 포화상태가 지나면
    도시는 자체의 여러 문제점 - 특히 범죄, 교통혼잡, 주거비용, 물가 등 -
    증폭으로 인하여 자체 괴멸단계에 접어들게 됩니다. 이른바 공동화 현상.

    인위적 기획을 통해 팽창한 것이 아닌 거대도시 집중화 문제를
    역으로 인위적으로 축소하려는 지방제거 수술은 상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예민한 고난도 수술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특별히 땅이 좁고 인구가 많은 대한민국 같은 경우엔 더더욱 말입니다.

    그 수술기법 중의 하나로 국가가 인위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중앙정부의 부처 기능과 소재지를 지방으로 이전하는(하려는) 작금의
    행정수도 이전 추진이라고 하는 대안이 그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나머지 민간분야를 인위적으로 정부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겠습니다.

    이 행정수도 이전 해법에 대해 그것을 원론적으로 반대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그리 많지 않으리라고 봅니다. 축소되는 도시의 시장이나 또는
    시의회 의원이나 기존의 터에서 장사를 하던 식당주인과 이발소 또는
    목욕탕 아저씨들은 결사반대를 하겠지요. 물론 딴죽걸기를 즐겨하는
    정치인들과 남 잘되는 걸 봐주지 못하는 어떤 사람들이 있을테구요.

    여기서 문제는 행정수도 이전 필요성 그 원론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왜 많은 사람들의 중지를 모으지 않고
    선거용으로 내놓은 원론 메뉴를 각론에 들어가서 실천할 때 굳이
    "네 방식"으로만 추진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가장 민감한 부분은 그 추진계획표 상의 Time Frame 이 하필이면
    그토록 인위적으로 다음 선거 직전 일정으로 가시화된 삽질을 하게끔
    구조를 내놓고 - 어느 일당의 장기집권용 득표카드 시나리오와 맞물리게
    시간표를 짜놓는 "네 방식"이 싫다, 안되겠다, 라고 하는 것일 겝니다.

    여기서 문제는 국민은 송아지 먼 산 보듯 속절없이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하는 어처구니 없고 한심한 상황판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안제시 능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모든 공구와 자료를 집권여당 정부가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금징수 권한도, 예산수립 및 집행도, 무엇을 팔고 사고 하는 것도
    정부가 직접 북치고 장구치고 다 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지고 있는 거죠.

    일반 국민들이 할 수 있는 건 오직 때가 되서 표 한 장 찍어주는 거.
    그것밖에는 없죠.


    (생각2) 행정수도가 통일 이후를 대비해서 꼭 나라의 중앙에 위치해야 할
    필요는 없죠.
    미국과 브라질의 행정수도가 그 나라의 중앙이 아니라 한쪽 끝에 있어도
    그 엄청나게 큰 대륙을 통치하는 데 별로 다른 나라와 차별이 없지요?
    캐나다도 행정수도가 그 나라에서 제일 큰 도시인 것도 아니고 ...
    따라서 통일 대비 어쩌고 하는 반대논리는 설득력이 없는 거지요.

    이렇게 보면 행정수도가 왜 굳이 충청도여야 하고
    광주로 내려오면 안되는가 하고 반문하는 의견들이
    광주 전남의 식자층에서 나올 법도 하고,
    나와야 하는 게 당연한데... 이 분야에 있어서도
    광주 전남은 목소리 큰 지역 대표자를 못 가진 동네가 되는 거지요.

    우는 아이가 젖을 아무래도 더 많이 먹게 되더라구요.

    그렇지 않다면, 쌀쓸이 몰표 지지 전통을 자랑하는 호남권 사람들에게는
    정서적으로 가려운 곳만 사알살 긁어주면 득표전략은 따놓은 당상관이고
    먼 옛날 삼국시대 때부터 오랫동안 중간 지대에 끼어서
    이 눈치 저 눈치 세심하게 살피기가 체질화된 충청도 표를 모으기 위해
    울지도 않았는데 '불감청 고소원'의 떡을 덥석 "하사"해 내려주는
    지금 같은 경우도 있겠구요.

    이래 저래 전라도에는 차례가 돌아오지 않는군요.


    (생각3) 문화수도, 문화중심도시, 문화의 중심지 ... 명칭이야 어떠하든
    그 문화라는 것도 요새는 경제력이 밑받침 하지 않으면 빛 좋은 개살구가
    되는 공허한 구호일 뿐이지요.

    옛날에는 미술 문화 하면 빠리를 이야기했지만 지금은 뉴욕을 얘기하죠.
    옛날에는 음악 문화 하면 런던, 베를린, 비엔나 필하모닉을 얘기했지만
    지금은 사람들이 뉴욕 필하모닉을 얘기하죠.

    배를 타는 선원들이 즐겨 말하는 세계 4대 미항(美港)에는
    나폴리, 시드니, 샌 프란시스코, 뉴욕이 들어가는데
    그곳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그들 도시들의 건축 문화와 교량 등
    토목공사 디자인 능력이 아름다움을 칭송받게 만드는 까닭도 한몫하죠.

    문화라는 것이 경쟁산업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은
    이것이 각 지역의 독특한 문화적 배경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
    독자성, 차별성, 역사성 및 첨단성 등을 부각하지 않으면
    중앙정부에서 문화수도(?) 선언 내지는 지정 고시 의결서 한 장이
    곧 문화 중심도시를 만들어주는 게 아니라는 것이 되고 말지요.

    무엇보다도 스스로의 자체 경제력이 뒷받침하지 못하는 연례행사 위주의
    문화도시는 주민들의 일상 생활 가운데서 그 문화가 배어나지 못하고
    허울 좋은 정치 구호로만 남는 일인 것이라는 걸
    세계의 내노라 하는 문화 도시들이 경험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