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찬성칼럼]17대 국회의원 여러분
[성찬성칼럼]17대 국회의원 여러분
  • 시민의소리
  • 승인 2004.06.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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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찬성[자유기고가]

6월 5일로 마침내 17대 국회가 개원했다. 축하한다. 기대가 크다. 대통령탄핵이라는 엄청난 풍파를 일으켜 두어 달 착한 국민들 밤잠 설치게 만든 뒤끝이라 더더욱 그렇다. 이번 국회는 한마디로 정리해서 국회가 분탕질을 일삼다 그것도 싫증나서 오만한 만행까지 저질러 참다못한 국민들에게 탄핵을 받아 새롭게 태어난 국회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당분간은 국민들이 눈에 심지를 세우고 국회의사당을 지켜보리라 생각된다. 이유가 뭘까?

  십오륙 년 전에 볼일이 생겨 여의도를 찾은 적이 있다. 그 당시 서울에서 성북구 쪽에서 당선된 초선의원 친구를 만났는데, 이 친구 '국회의원이란 지랄 같아서 이번만 하고 다시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래서 좀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 뒤로도 틈만 나면 선거에 나서려고 몸부림을 쳤기 때문이다. 이번까지도 우리 주변에서 심심찮게 보는 모습이라 생각한다. 국회의원이 되면 개안해서 사물이 훤히 보이는데, 특히 임자 없이 공중에 떠다니는 돈들이 수도 없더라고 한, 어떤 친구의 농담이 기억난다.

아무튼 마약이나 같아서 한번 맛보면 도저히 헤어나지 못하는 자리가 아닌가 싶다. 그러니 김종필 씨가 10선을 채우겠다고 비례대표 1번으로 나서는 것도 이해가 간다. 10선이면 40년인데, 이건 대단한 철밥통이다. 대체 왜들 그럴까?

  무지한 시민이 국회법을 떠들어볼 수는 없어 다시 헌법을 뒤적여보았다. 제3장 국회 항목에 40조부터 65조가 국회에 관한 규정이었다. 짤막해서 읽어볼 만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의회 구성이니 정족수니 정기회의-임시회의니 하는 것들을 제외하고 모조리 권한으로 채워져 있었다.

입법권, 불체포특권, 법안 제출권, 법률안거부권, 예산심의 확정권, 예비비 심의권, 국체모집 의결권, 조세항목 세율 의결권, 조약 등 동의권, 국정감사조사권, 국무위원 등 출석요구 질문권 및 해임건의권, 국회자율권, 탄핵소추권. 26개 조항 가운데 무려 14개가 권리였다. 눈에 힘주고 찾아보니 의무도 있기는 있었다.

단 43조와 46조 두 항목이었다. 이 가운데 43조, “국회의원은 법률이 정하는 직을 겸할 수 없다”는 있으나마나 한 의무였다. 대통령을 겸직하는 일 말고는 겸하고 싶은 것이 없을 터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직업을 보면 알 수 있다. 검사, 변호사, 교수, 전직 장차관…. 게다가 법률이 정한다는데, 바로 그들이 법률을 만드는 사람들 아닌가? 

 그러니 의무조항은 딱 하나 46조뿐인 셈이다. 하도 가상해서 그대로 옮겨본다: “46조-국회의원은 청렴의 의무가 있다.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 국회의원은 그 지위를 남용하여 국가 공공단체 또는 기업체와의 계약이나 그 처분에 의하여 재산상의 권리 이익 또는 직위를 취득하거나 타인을 위하여 그 취득을 알선할 수 없다.”

모두들 눈치 챘겠지만, 지금껏 국회의원들이 국회에 관한 모든 헌법조항들을 열심히 지키면서 딱 하나 이 조항은 열심히 깼다. 청렴한 국회의원이라? 국가이익을 우선한다? 재산상의 권리 이익을 도모하지 않는다? 알선을 하지 않는다? 국회의원들도 웃을 일이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다.

요즈음 상생이 한참 유행한다. 이 말을 이죽거리는 자들의 속내야 개혁하지 말자는 소리가 뻔하지만, 내가 그동안 국회에서 상생하는 모습은 국회의원 세비 인상할 때 여야가 상생하는 것 외에는 기억나는 것이 없다.

  새삼 할 말이 아니지만, 우리는 국회의원들이 제발 이 한 조항이라도 제대로 지키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러면 나머지 온갖 권리를 만끽하며 10선까지 해도 고개를 외로 돌릴 사람은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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