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가 미술로 하나 된다
동-서가 미술로 하나 된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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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립미술관 '동과 서 -영원한 미의 신비를 향한 여행'전시/ 동서양 화가 4인이 한 자리에서 만나다/ 독특한 개성과 미감이 하나로 통일// 예술세계에서 동(東)과 서(西)의 나뉨은 없다. 아름다움(美)을 추구하는 최상의 목표만으로 하나된다. 그 아름다움이란 진정 신비함이다. 제각기 다른 문화권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4명의 동·서양 화가가 한데 모인 자리. 각자 독특한 미학적 감각으로 아름다움, 즐거움, 고뇌, 여유로움을 드러낸다. 오는 5월4일까지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열고 있는 '동과 서-영원한 미의 신비를 향한 여행' 전시장에 가면 만날 수 있는 분위기다. 한국의 오승윤, 일본의 수기야마 유, 프랑스의 알랭 본느프와, 이탈리아의 파비오 칼베티 등 4명 화가의 붓질은 유한과 무한을 연결하는 다리 위에서 신비함에 빠져들게 하는 공통점을 갖는다. 그래서 예술세계에 국경이 없다고 하는가 보다. 오승윤(62)은 한국인의 혼을 오방색(홍·남·황·백·흑:음양오행의 조화이론을 나타내는 전통적인 다섯 색깔)으로 표현한다. 구름과 산, 새, 꽃, 나무, 여인들이 뿜어내는 설화적 분위기는 경쾌한 현대적 조형언어로 재해석되어 즐거움으로 재잘댄다. 심볼과 기호들을 장식적으로 처리한 바탕에 신성화된 여인의 사실적인 대조는 신비주의의 현실감을 갖게 하는 시적인 풍경들이다. 동양 전통의 상징적 공간을 현대의 독창적인 회화 영역으로 구축하고 있다. 스기야마 유(68)는 과일, 꽃, 산, 바람 등 단순한 소재를 특별한 명상으로 여과시켜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우리 모두가 다시 태어나는 씨앗의 부드러움을 노래한다. 꽃가루로 채색된 꽃판과 꽃은 마술을 명상하는 것처럼 주입된 고요함의 의미를 느끼게 한다. 전통 일본화의 기법에 충실한 그의 작품을 통해 우주를 통찰하는 명상을 체험할 수 있다. 알랭 본느프와(64)는 누드를 중심으로 현대와 전통을 조화시킨다. 마치 제식(祭式)에서 경건하게 기도하듯 묘사된 여체는 예술가 특유의 장중함과 충만함으로 전달된다. 전형적인 서구 여성으로 서구적 조형기법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작품에는 동양적인 요소가 깊게 묻어난다. 일본과 한국미술에도 조예가 깊은 그는 이번 전시에 선을 위주로 한 수묵화도 선보였다. 파비오 칼베티(45)의 그림을 대하면 긴장감이 감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다시 여유로움으로 회복된다. 빈 안락의자, 그림자로 어두워진 침대, 창문의 고독은 부재(不在)를 의미한다. 거기에 놓인 여인은 빈약한 존재로 다가오지만 고통의 실재에 대한 응답을 기다린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소재들을 보면서 난해한 수수께끼를 푸는 신비의 여행 체험을 할 수 있다. 4명의 작가는 국제무대에서 활발한 활동을 해온 중견작가들이다. 동과 서의 양극단에서 각자 독특한 조형언어를 추구해온 작가들이 서로 만나 예술가로의 동질성을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전시는 참여작가의 소속국가 순회전으로 기획되어 이탈리아와 프랑스 전시를 마치고 3번째로 광주에 왔다. 오는 7월에 일본 동경에서 마지막 전시회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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