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단소리]민주주의와 선거
[쓴소리단소리]민주주의와 선거
  • 문병란
  • 승인 2004.04.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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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election)란 투표에 의해 공직자를 선출하거나 정치적 제안을 수용 혹은 거부하는 공식적 과정으로서 한 사회가 그 조직을 구성하고 특정한 공식적 결정을 내리는 방법 중의 하나이다.

 그러면 대표를 선출하는 이 선거란 제도가 언제부터 생겼을까. 정치적 제도화 이전에도 원시공동사회에서 어떤 대표, 부족장이나 제사장을 뽑을 때도 일종의 선거 행위는 있었을 것이다. 구두호천이나 추대 만장일치 등 특별한 이해관계가 따르지 않을 때는 돌아가면서 대표직을 맡기도 하고 연령순 추대방식 등 그 모태는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신라시대의 화백제도나 그리스 시대에도 선거 비슷한 지도자나 대표 뽑는 것은 이 사회 전반에 걸친 관행이다. 마을의 이장이나 면장 학급의 반장 그 선거의 모체는 무수하다.

 그러나 우리가 말하는 대선 총선 등 국가 기구의 대표자를 뽑는 권력 위임의 대의 정치적 선거는 민주제도가 등장한 이후부터라 할 것이다.

 루소의 「사회계약설」이란 저서가 등장하여 백성이 노예냐, 주인이냐 화제가 되었을 때 왕가에선 코웃음 치며 어떻게 무식한 우민이 국가의 주인이 될 수 있느냐, 짐이 곧 법이요 국가라고 안심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우려할 만한 불량 금서는 얼마 안가서 루이 왕가의 마지막 왕관을 빼앗았고 루이 16세의 목을 단두대에서 처형했다. 명명백백 청천백일하에 그 국가의 주인은 인민임을 만천하에 선언한 것이다.

이제 지도자는 하늘이 내는 왕권신수설이 아니라 무지렁이 백성의 손으로 뽑는 바로 그 주권이행의 대리자로 위임받은 머슴 자격의 국회의원이요 대통령이었다. 당초의 지도자 통령(comander)에다 큰 대자를 붙여 국가수반인 대통령(president)으로 최고자가 되었을 것이다.
 
우리 나라는 대한민국헌법 제41조 1항과 제67조 1항에서 “국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 선거”를 기본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다. 지도자를 미리 정해 놓고 가부만 묻는 요식행위에 그치는 투표에 의한 선거도 있다면, 민주주의의 선거의 본질은 선택의 자유이다. 이 선택의 자유가 온전해지기 위해서는 무기명 비밀투표라야 할 것이다. 그리고 1인 1표제의 평등선거이다. 연령.학식.재산납세액.사회적 신분 여하를 막론하고 평등한 권리행사를 원칙으로 함을 말한다.
 
이 선거에서 또 하나의 생명은 공정성이다. 선거제도 선거법 투표에서 개표까지 제도적 사회적 신뢰도가 없다면 그 비밀 투표함은 부정의 마술함으로 변할 수도 있다. 부정선거의 경험을 가지고 있는 우리 나라 사람들은 아직도 선거의 공명성에 반신반의이다.

투표에 이기고 개표에 졌다는 유행어도 그래서 생겼고 4.19도 3.15부정 선거에서 일어난 시민혁명이었다. 올빼미표, 피아노표, 무더기표, 투표함이 부정함으로 둔갑했던 투표하나마나 그 주권 유린의 헌정사를 기억하는 우리들에게 민주주의란 만만치 않은 인권정치 제도이다.
 
우리는 벌써 성년 민주주의 국가, 대통령을 16명이나 뽑았고 국회의원을 17번이나 뽑았다. 뽑고난 다음엔 항상 손을 들여다 보며 이게 문둥이 손인가 천사의 손인가 탄식한다. 우리가 뽑은 지도자중에는 견통령(犬統領)도 있었고 도통령(盜統領)도 있었다. 한국의 철새(候鳥)들은 모두 홍도부근 섬에서 겨울을 난다고 하는데 해마다 권력을 좇아 이합집산하는 권력의 철새들은 여의도 보금자리가 여하할지 궁금하다.
 
금번 17대 총선은 대통령탄핵 정국과 맞물려 그 대결도 사뭇 뜨거웠다. 앞으로 요식행위에 그치지 않고 철새가 아닌 소신과 투철한 신념인 지조 있는 모범 심부름꾼을 뽑았는지, 여전히 그 사람이 그 사람을 뽑았는지 그 결과를 알 게 될 것이다.
 
목민관(牧民官)은 하늘이 낸다고 하였다. 하느님이 선거한 것이 아니니까 손을 가진 인민이 뽑은 것이다. 다시 한번 겸허한 마음으로 선거 결과를 보면서 각자 자기 손바닥을 들여다 보아야 할 것이다.
 
과연 금번 선거를 두고 나의 손은 또 문둥이 손이 되었는가 민주 천사의 손이 되었는가 곰곰이 곱씹어 볼 일이다. 당선자여, 당신에겐 축하와 위임을, 낙선자여, 당신에겐 또 4년 기다리며 제반 민주 국민의 의무에 충실하기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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