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장애인은 스스로 살고싶다
[기고]장애인은 스스로 살고싶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4.04.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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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난실 광주광역시의원


지금까지 사회가 장애인을 대하는 방식은 장애인을 ‘배려’하는 것이었다. 물론 이러한 ‘배려’조차 턱없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누구나 기본적으로 보장받아야 할 이동권이 장애인에게는 투쟁해서 쟁취해야 할 대상이다. 심지어 장애인들의 이동권보장 투쟁을 공권력으로 짓밟는 것이 우리 정부가 장애인을 대하는 방식이다. ‘꿈의 고속철도’ KTX가 화려하게 개통됐지만 장애인에게는 탑승조차 그야말로 꿈일 뿐이다. 휠체어 장애인용 좌석은 단 2석 뿐이고,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화장실 사용이 거의 불가능한 지경이다.

이런 현실을 보면 사회는 장애인이 각자의 삶을 설계하고 자신의 생활을 조정하고 관리하는 주체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 것 같다. 사회가 ‘배려’한 시설 속에서 ‘수혜자’로만 머물러 주기를 바라는 것이 우리 사회의 속내가 아닐까하는 걱정도 든다. 사회는 이렇게 장애인의 ‘자립’을 배려하지 않는다.


사회는 이토록 엉터리인데 장애인의 ‘자립생활(Independent Living)’이 장애인 운동의 새로운 틀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장애인의 자립이라고 해서 오해는 없어야 한다. 장애인이 자신의 모든 과업을 혼자 힘으로 한다는 뜻이 아니다. 장애인의 자립생활은 신체적, 지적 능력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지원체계를 통해 장애인이 스스로 관리하고 보호하는 삶의 조정자로서, 삶의 주인으로 서는 것이 장애인 자립생활의 참뜻이다. 장애인 자립생활은 사회가 제공하는 다양한 지원과 원조를 통해 가능해진다는 말이다.

기존의 장애인복지는 장애인을 재활의료서비스의 대상, 시설수용의 대상으로만 여겼다. 사회는 치료자와 보호자의 역할을 맡고, 장애인은 병자와 아동으로 역할할 것을 강요받았다. 그러나 장애인들은 사회에 의존한 대가로 권리와 책임을 박탈당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장애인들은 가족으로서, 직장인으로서, 시민으로서 가져야 할 권리와 책임을 똑같이 갖기를 원한다.

장애인 자립생활의 가장 큰 원칙은 장애인이 자기결정권과 자기선택권을 주도적으로 갖고, 외부의 개입과 보호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많은 장애인자립생활단체들이 ‘활동보조서비스 제도화’를 요구하고 있다.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위해서는 목욕이나 옷입기, 장소 이동같은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학교나 직장생활 등 사회와 직접 맞닥뜨리는 생활현장에서 장애인의 활동을 보조하는 다양한 서비스가 필수적이다.

물론 기존에도 봉사자 개념의 지원활동이 이뤄져왔다. 그러나 이러한 지원은 매우 제한적이고, 일방적이며, 수직적인 관계 속에서 이뤄진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시혜자와 수혜자라는 관계 속에서 장애인이 느껴야 하는 인격적인 상처와, 장애인의 자율성 약화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다. 활동보조서비스제도화는 장애인을 서비스의 당당한 소비자로 나설 수 있도록 하고 개인에게 떠넘겨졌던 몫을 사회가 책임지는 공공성을 키우는 길이기도 하다.

장애인은 수혜자로 머물고 싶어하지 않는다. 장애인은 스스로 삶을 이끌어 가고 싶어한다. 이제 우리 사회도 장애인을 대하는 방식을 바꿔야 할 때다.

광주광역시의회 윤난실 의원(민주노동당 비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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