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양문석] 권영길, "파병은 국제고립 자초하는 일"
[기고-양문석] 권영길, "파병은 국제고립 자초하는 일"
  • 시민의소리
  • 승인 2004.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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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문석[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위원]

-민주노동당 권영길대표 대학로 명동유세 동행취재

▲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가 공식선거운동 기간중 처음으로 서울유세에 나섰다. 그 동안 권대표는 최초의 지역구 출신 진보정당 국회의원이라는 새로운 한국 정치사를 준비하며 ‘창원 을’ 지역구 활동에만 집중하였다. 그러다가 4월10일 토요일 오후 4시경 대학로에 그 모습을 드러내자 기다리고 있던 수십 개의 카메라 플레시가 동시에 터진다. 밤이었으면 불꽃놀이 수준이다. 젊은 남녀들이 사인공세를 펼친다. 아이를 안고 가던 주부가 쑥스러운 듯 다가와 악수를 청하고 권대표 기분좋은 웃음과 함께 아이를 안고 기념촬영이다. 파병, 국제적 고립 자초 그것도 잠시, 시간에 쫓기는 양 곧장 마이크를 잡는다. 이동차량의 연단에 서지 않고 길바닥에서 ‘길거리 정치의 진수를 보여주려는 듯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 민주노동당 권영길입니다. 여러분 행복하십니까?”하며 첫 운을 뗀다. 주변의 지지자들, 지나가는 사람들, “아닙니다”로 화답한다. 그 순간 누가 민주노동당이 촌스럽고 서툰 정당이 아니랄까봐 앰프가 고장난다. 권대표, 무척 쑥스러운 모양, “꼭 결정적인 순간에 옛날에는 공안기관이 방해하더니, 이번에는 앰프가 방해하네요”하며 위기모면. 한데 들고 있던 2개의 마이크 중 하나는 소리가 제대로 나는데 다른 하나가 소리나지 않는다. 권대표 ‘아, 아, 아’하는데 YTN 카메라기자 한 마디 “그것은 방송용 마이크이기 때문에 소리가 크게 나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고 창피스러워라. 앰프 제정신 차리자 곧장 파병문제로 연설을 시작. “행복할 수 없는 나라, 우리 젊은이들을 죽음의 땅 테러의 사막으로 내모는 나라, 민주노동당은 단호히 파병을 반대합니다.” 미국이 국제법을 어기고 벌인 전쟁이 ‘미-이라크전쟁’이다, 야만적인 이 전쟁을 지지하고 파병까지 하는 것은 국제법을 어길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자초하는 행위며 야만적인 국가로 손가락질의 대상이 될 것이라며 정부와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중심의 파병찬성 및 강행에 대해서 강력히 비판한다. “미국은 이라크 침략전쟁으로 점점 더 깊은 늪으로 빠져 들 것입니다. 제2의 베트남전이라는 악몽을 자초한 미국, 그러나 합당한 이유 없이 그 악몽의 늪으로 우리나라까지 빨려 들어가고 있습니다.”며 4월24일로 예정된 자이툰 부대 이라크 파병 반대를 강력히 천명한다. 또한 17대 국회가 개원되자마자 민주노동당은 파병철회안을 발의하고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서 모든 노력을 쏟아부을 것이라고 약속한다. ▲ 지역구인 창원을에서 유권자들을 만나는 권영기리 후보©권영길
거여견제론과 거야부활론, “국민 협박해서 표 얻으려는 작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뭐가 틀립니까. 한나당과 열린우리당의 차이가 샛강이라면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의 차이는 한강입니다. 이미 한나라당은 야당으로서 기능, 정책 그리고 도덕성마저 상실한 정당입니다.” 한나라당이 비록 100석 이상의 국회의원을 당선시킨다고 하더라도 정책적인 측면에서 열린우리당과 차별성을 기할 수 없는 ‘사람만 다르고 정책은 같은’ 정당이라고 비판한다.

“더 이상 ‘거여견제론’이나 ‘거야부활론’이 현재 총선정국에서 쟁점이 되어서는 안되며, 제대로 된 야당 특히 정책적으로 노무현정부와 열린우리당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야당은 민주노동당 뿐입니다.”며 이미 오래전부터 사실상 제3당의 지위를 굳혀왔던 민주노동당이 실질적인 유일야당이라는 점에 목소리를 높인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손잡고 파병을 찬성하고 파병을 결정하지 않았습니까. 이것만 보더라도 한나라당이 견제세력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며 제발 정책대결을 통해서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아야지 거여견제론이나 거야부활론으로 국민을 협박해서 표를 얻겠다는 구시대적 발상을 집어치우라고 힐난한다.

“‘서민을 위한 정치보다 ‘서민이 하는 정치가 필요”

▲ 권영길 후보 종로구에서 출마한 이선희 민주노동당 후보를 소개하면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여성후보 또는 여성 정치인에 대한 태도를 비판하면서, 결코 지구상의 절반인 여성, 그리고 여성정치인이 ‘악세사리’가 아님을 역설한다. ‘서민을 위한 정치보다는 ‘서민이 하는 정치가 더 필요하고, 공장에서 시장에서 서민의 삶 속에서 괴리되어 ‘내려다보는 정치가 아니라 공장에서 일하고, 시장에서 생활하며 ‘서민의 삶을 살아가는 정치가 바로 민주노동당의 정치이며, 민주노동당의 여성정치인들이 그 삶 속에 뿌리박고 그 속에서 호흡하고 있는 당사자임을 부각시킨다. 수없이 쏟아지는 카메라세례를 이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권대표의 사자후는 “신나는 정치 감동을 드리는 정치를 하겠습니다”로 마무리된다. 권대표 등장으로 주변이 소란스러워져 피해를 입었을텐데도 웃고만 있는 바로 옆자리 노점상에게 다가가 ‘권영길입니다’고 인사를 건네자, “제발 싸우지 말고 도둑질하지 않는 정치를 보여주십시오”하고 노점상 아저씨 화답한다. “국민들이 정치 걱정하지 않게 해 달라” 지하철 4호선 혜화역으로 들어가는 출구가 기자들과 카메라기자들에 의해서 점령됨으로써 권대표도, 들고나는 시민들도 순간적으로 발이 묶였다. 어정쩡한 자세로 계단을 올라오는 시민들의 손을 일일이 붙잡으면서 “행복해지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됩니다”며 민주노동당이 국민들의 행복을 위해서 헌신하겠다고 약속한다. 4호선 명동행을 탔다. 이미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기자와 카메라기자들이 먼저 차량 한 칸을 점령해버렸다. 그 동안 지역구에서 활동하는 장면만 간간이 방송을 통해서 내보냈던 방송사 기자, 특히 권대표에 대한 최근의 영상화면이 부족해서 보도하는데 애먹었다는 한 카메라기자는 권대표의 일거수 일투족을 카메라로 잡기에 거의 필사적이다. 지하철 속에서도 권대표는 일각의 틈도 없이 인사하고 악수하기에 여념 없다. “안녕하십니까 권영길입니다, 행복하십니까, 행복을 두려워 마십시오” 권대표의 여러 가지 인사말 중 대표적인 내용이다. 과연 권영길과 민주노동당이 원내에 진출하면 행복해 질 수 있을까. 과연 다른 정당과 틀릴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명동역에서 내렸다. 건설회사 품질관리를 담당한다는 서붕모(46)씨가 반갑게 권대표에게 인사하면서, “행복하게 안 해줘도 되니까 국민들이 정치를 걱정하지 않게 해주십시오. 권대표를 믿습니다”며 굳게 손을 잡는다. 누가 누굴 걱정해야 할 판인지, 한국정치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명동 밀리오레 상가 앞을 거쳐 명동성당까지 가는데 걸린 시간이 무려 45분. 집중적인 취재경쟁 와중에도 권대표는 노점상을 중심으로 일일이 악수하고 젊은 사람들의 질문에 친절하게 답한다. 한데 필자에게는 그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자리 싸움에서 다른 기자들에게 밀려버렸기 때문이다. 멀찍이 떨어져 권대표를 따라가는 필자 옆을 지나가는 젊은 청년들이 짜증을 낸다. “어이쿠 정치하는 놈들인 모양이네.” 일부 젊은 유권자들에게 권영길 또는 민주노동당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정치하는 놈들”로 도매금에 넘어간다. 갑자기 “대표님 대표님”하며 달려오는 중년 아줌머니 “저 권대표님 팬이예요. 악수하고싶어서”하며 쑥스럽게 웃으며 손을 내민다. 권대표도 얼떨결에 손을 내밀지만 말이 없다. 오히려 권대표가 ‘팬’이라는 중년 아줌마의 악수 공세에 당황한 모양이다. 촌스럽긴. ▲ 지역선거구에서 아이들을 만나는 권영길후보 ©권영길

이주노동자, “우리들은 투표권이 없지만”

명동성당 도착. 이주노동자들이 반갑게 권대표를 맞는다. 잠시 그 동안 죽음으로 이주노동자의 아픔을 증언했던 영정 앞에 서서 권대표가 묵념한 후 인사한다. “오늘이 농성 몇 일째죠?” “148일쨉니다. 저희들 농성 60일 되던 날 권대표께서 오셨으니까 벌써 석 달이 다 돼가네요” “건강하시죠” “저희들이야 뭐…권대표님 건강이 더 걱정입니다. 연일 강행군이시니까.” 유창한 한국어만으로 오가는 서로간의 덕담이 정겹다.

“민주노총이 최장기 농성기간 세계신기록을 갖고 있는데, 이주노동자들이 그 기록 깨는 것 아닙니까”하고 권대표 한 마디 던지자, 이주노동자를 대표해서 인사하던 시디(네팔출신, 34)씨가 한마디한다.

“그런 기록에 욕심없어요. 대표가 국회 들어가시면 기록 연장은 없겠지요. 저희 이주노동자들의 기대가 큽니다. 비록 우리에게 투표권은 없지만 열심히 민주노동당 지지하고 있습니다.”

권대표와 이주노동자들이 함께 어깨를 걸고 힘차게 구호 한 마디, “우리도 인간이다. 인간답게 살고싶다.” “만국의 노동자를 위해, 이주노동자를 위해, 한국의 노동자를 위해.”

‘무거운 짐짝을 권대표 어깨에 올린다’며 미안해하는 이주노동자들의 기대 찬 미소를 뒤로 하고 텔레비전 토론 준비를 위해서 명동성당을 떠나는 권대표의 발걸음은 무겁게만 보인다. 

/양문석 전국언론노조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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