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찬성칼럼]황소개구리도 웃을 견제론
[성찬성칼럼]황소개구리도 웃을 견제론
  • 시민의소리
  • 승인 2004.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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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찬성[자유기고가]


  괜스레 사람 신경 쓰게 만드는 선거철이다. 잘못한 일도 없으면서 뭔가 잘못한 듯 싶어 다음날 온종일 기분 잡친다.

이리 뜯기고 저리 눌리며 살다가 그래도 딱 하나 권리랍시고 주어진 선거권을 이 놈이나 저 놈이나 그 놈이나 다 똑같지 하면서 모처럼 공짜로 생긴 휴일, 방안에서 뒹굴거나 산행으로 신선놀음 하거나 오랜만에 친구 만나 노닥거리는데 허비하고 나도, 다음에는 한동안 속이 개운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선거라는 괴물이다. 돈도 없고 생각도 없어 이민 가지 못하고 이 나라 국민으로 사는 나에게는 최소한 그렇다.

온종일 기분잡치는 선거철

 이유야 변소 갈 때와 나올 때가 확연하게 다른 변변치 못한 인간들에게 있지, 삼라만상의 이치를 알고 정치판 개판인 줄 진작 감잡고 있는 일반 국민들에게 있는 것은 아니다.

변변치 못한 인간들이야 어떤 물건인지 사방에서 떠드는 바람에 내 자신보다 잘 아는 것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지만 항상 나를 헛갈리게 만드는 것이 국민, 인민, 백성 등등인데, 이것이 저 잘난 인간들을 뽑는 계절이면 민중, 대중, 군중, 우중, 우민으로 둔갑하다가 자리에 따라 시민, 도민, 구군민, 통면민, 동리민 식으로 세분화되기 시작하면 애써 귀기울여 듣지 않았다가는 구분조차 힘들어지는 판이다.

그래서 아예 화장실에 들어가 4년 동안 죽치고 있다가 나와 다시 호들갑을 떨고 또 들어가면 여전히 4년 동안 종무소식인 인간들이 가장 많이 쓰는 단어 하나만이라도 확실히 알아보고자 사전에서 ‘국민’을 찾아보았다.

‘국가를 구성하는 사람 또는 그 나라 국적을 가진 사람.’ ‘한 나라의 통치권 밑에 같은 국적을 가진 인민’ ‘한 나라의 통치권 아래에 결합하여 국가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이래서야 변변치 못한 인간들이 국민을 비웃으며 “국민이 뭘 잘 몰라서…” “어리석은 백성이…” “국민을 깨우쳐주어야…”등등 ‘비국민적인’ 신소리를 지껄일 수 있는 이유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그래서 백과사전을 뒤져보았다. ‘국가를 구성하는 개개인 또는 그 전체. 종족이나 민족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헌법에 <대한민국의 국민의 요건은 법률로 정한다>고 되어 있듯이 국민은 법률상의 개념이며…’ 아하! 그 화장실이 법률을 주무르는 곳이라서 국민을 자기들 마음대로 우물쭈물할 수 있고 그래서 국민알기를 유치원생 대하듯 어르고 뺨치고, 당근 주고 겁주다가, 급기야는 국민이 뽑은 대통령도 몰아내는가 하면, 창씨개명까지 한 ‘비국민들’이며 “황국신민으로서…” “광주에서 폭도들이…” 운운하던 ‘황국신민적인’ 종이조각들이 저리 설칠 수 있는 거로구나! 법 대로니까!

 그 법을 바로잡을 이번 선거가 친노-반노, 민주-비민주, 수구보수-진보, 거대여당-견제세력 식의 대결장으로 끌려가는 듯싶다. 친노-반노야 각 사람의 마음 쏠림이니 사람마음을 주무를 수 있는 물건쯤으로 아는 꼴통들이 아니면 들먹일 가치조차 없겠고, 민주-비민주는 스스로를 비민주로 편먹을 아둔패기는 없으리니 논외로 치자. 수구보수-진보 이거 국민이 현재 느끼는 단어의 어감으로 보면 말은 된다.

그러나 좋은 새것을 찾기보다 좋은 옛것을 지키는데 치중한다는 사전적 의미로 보면 절대 아니다. 이 나라 화장실에는 분탕질을 일삼던 살인마-상해자, 날강도-강도, 소도둑-바늘도둑, 똥묻은 개-겨묻은 개 등등이 있었을 뿐이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처럼 악법들이 횡행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금 나라를 살려보자고 뭉친 사람들은 회개한 그들일 뿐이다. 물론 개중에는 그 범주에 든 적이 없는 이들도, 회개하는 척 눈물을 찔찔거리는 자들도 뒤엉켜 있기는 하지만. 우리에게는 진정 나라와 민족을 생각해준 보수는 없었고, 이제 좀 생기려나 보다 희망을 가질 수 있을 뿐이다.

진정한 보수-진보 보고싶다

그러니 수구보수-진보 등식은 아예 성립되지 않는다. 거대여당-견제세력, 이거 참 황소개구리도 웃을 소리다. 국민 무서워 할 수 없이 작심하고 올바로 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사람들로 (지금까지 화장실 갔던 인간들도 모두 같은 소리를 앙앙거렸다는 점을 명심하자) 유사이래 처음으로 거대여당이 이루어지면 국민 오랜만에 미소라도 지어볼 수 있어 좋겠고, 그들도 잘못할 일들이 많을 테니 견제하는 것이야 금상첨화다.

 하지만 촌지, 사례금, 급행료, 뇌물, 007가방, 사과상자, 차떼기 식으로 도둑질 내공을 쌓아온 그들이 무엇을 견제한다는 말인가? 고양이 눈물 몇 방울 흘리고 생선가게 다시 맡으면 견제역할을 할지 몰라도, 그들은 순리에 따라 비행기떼기나 할 것 아닌가.

견제의 몫은 노동자 농민 서민에 앞장서서 공평한 세제와 국민복지와 민족자긍심을 주창하는 이들에게 맡겨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미비하나마 보수-진보 등식이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성찬성[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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