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여 투표장으로 가라"
30년 이상을 교육에만 매달려 온 사람으로서, 지금 내가 쓰고자하는 이 글이 혹여 선거법에 위반되지는 않는지 잘 모를 일이다. 그러나 설사
선거법에 저촉되어 내 목이 달아난다고 하더라도, 미래의 동량이 될 아이들을 키우는 교사의 양심으로 이 글을 시작한다.
지난 3월 12일, 국회의 탄핵소추 가결 상황을 목도하고 즉각 붓을 들어 “위태로운 이 나라를 지금
바로 살려낼 수 있는 길은 탄핵 철회에 온 힘을
기울이는 길밖에 없다. 삼월십이일 정오 아버지
씀”이라고 쓰고 낙관을 찍어 군대에 있는 아들과 객지에서 학교에 다니고 있는 딸에게 보냈다.
그리고 며칠 후, “설마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만약 헌재에서 탄핵이 가결된다면, 민주수호를 갈망하는 모든 국민은 벌떼처럼 일어나 싸울 것이다!”라고 쓰고 낙관을 찍어 또 보냈다.
아마 유신이나 5공시절이라면, 수사선상에 올라 최하 사형에 처해졌을 것이다. 두
자식에게 보낸 짧은 편지가 투표유도죄나 시민궐기유도죄, 혹은 학원선동죄나 군기문란죄 아니면 국군선전선동죄에 속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며칠 전에 죽었어야할
목숨이 아직 살아있으니, 앞으로는 덤으로 살아가는 인생이다. 못할 말이 무엇이랴!
"나라 살길은 탄핵의 철회"
다른 말할 필요 없다. 차떼기당은 이미 국민을 위한 정당이 아니다. 게다가 삥땅친 중간도매업자의
감옥생활이 측은하여, 방탄국회를 열어
따스한 국회로 불러들인 작자들이 아닌가. 또한 그런 정당과 야합하여 민의를 거스르고 탄핵이라는 정치적 도발을 선택한 미련한 작자들도 마찬가지다.
냉골방 지하에 잠든 민주영령들이 청룡도를 휘두를 일이다.
그들은 진정한 보수가 아니라 수구다. 민주주의의 탈을 쓰고 총칼로 정권을 찬탈한 세력에 빌붙어,
국회의원이라는 지위를 유용하여 달콤한 곶감을 하나씩 빼먹고 살아 온 수구다.
이들은 그들의
표현으로 단순무식한 노대통령을 동업자로 요리할 수가 없어 꼼수를 썼다. 이
나라가 남북, 동서, 남도북도로 갈라지든 말든 아무 상관이 없었다. 오로지 옛날처럼 달콤한 곶감을 빼먹고 싶었을 뿐이다.
이것이 탄핵을 저지른 이유다. 인기
하한가인 대통령을 굴복시키면, 들쥐처럼 보였던 국민들이 숨을 죽이고 어쩔 수 없이 따를 줄 알았을 것이다.
그러나 2000년에 당선된 지역 국회의원들은, 2002년 말 국민 전체가 뽑은 대통령을 탄핵할 자격이
없다. 차떼기 정당이
어떻게 가방떼기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단 말인가! 이런 문제가 수능에 출제된다면, 돌고래는 물론 금붕어도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문제다.
우리의 후손인 젊은이들에게 고한다.
우리는 지난 날, 피를 토하며 싸웠다. 오직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다. 그 결과 제도적 민주주의는 어느 정도
달성한 상태다.
하지만 3월 12일에 보았듯, 탄핵이라는 사상 초유의 정치 코미디는 우리 사회가 진정한 민주주의를 쟁취하는데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음을 보여 주었다. 아무리 망각곡선이 세계에서 제일가는 이상한 국민이라고는 하지만, 천년의 민주주의를 꿈꾸는 마당에
한달도 못 되어 총칼 없는 정권 찬탈의 의회 폭거를 잊을 수는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대들은 민주수호의 희망
이 시점, 피 대신 촛불로 민주주의를 수호하고자하는 그대들에게 무한한 희망을 갖는다. 어느 누구로부터 일당을 받거나 강요에 못 이겨 들고 나온 촛불이 있다면, 그 불은 끄기 바란다. 민주주의는 스스로 자라는 나무와 같기 때문이다.
한편 진정한 보수와 수구를 명확히 구분하기를 바란다. 보수와 개혁과 진보라는 정치성향 및 그 집단은 달콤한 곶감이나 빼먹는 수구세력과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라는 비둘기는 보수와 개혁 또는 진보라는 두 날개를 쭉 펴고 날 때, 천 년 만 년 높은 창공을 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에겐 지금까지 수구와 엉터리 보수만 있었기에, 이런 비둘기를 날릴 수 없었다. 지금 이 비둘기를
날릴 수 있느냐의 여부는
전적으로 여러분의 몫이다.
정권찬탈을 위한 탄핵 주도 세력과 탄핵 공조
세력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는 바로 젊은 여러분들의 손에 달려 있다.
/김선호[광주 월곡중 교감]
김선호 교감의 다른 기고문보기-교장의 죽음을 애도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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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정국을 촉발시킨 정치권을 비판하며 젊은층에게 투표참여를 독려한 한 현직 중학교 교감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돼 논란을 낳고 있다.
“30년 교사의 양심에서 썼다”
광주광역시 월곡중학교 김선호(사진) 교감은 지난 8일 이 지역 대안언론인 <시민의소리>에 기고한 특별 칼럼 ‘30년 교사의 양심을 걸고 쓴다’에서 “(대통령을 탄핵한) 그들은 진정한 보수가 아니라 수구다. 민주주의의 탈을 쓰고 총칼로 정권을 찬탈한 세력에 빌붙어, 국회의원이라는 지위를 유용하여 달콤한 곶감을 하나씩 빼먹고 살아 온 수구다”라고 전제한 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