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닷컴]노(老)신부님의 바람
[기자닷컴]노(老)신부님의 바람
  • 추선우 기자
  • 승인 2004.03.1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선이 효순이 때 그 많은 사람들이 광화문 앞에 모일 줄 누가 알았나. 정부도 놀라고, 미국도 놀라고, 우리 스스로도 놀랐잖아. 우연히 그렇게 된 것 같아도 그 전에 매향리 사격장 문제에서부터 한강 독극물 투입사건으로 이어지면서 꾸준히 투쟁했으니까, 그래서 어느 순간에 그렇게까지 모인거지...”

   
▲ 평화유랑단 문정현 신문
망월동 5.18 묘역에서 만난 문정현 신부는 쉬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쏟아 냈다. 딱히 누구에게 들으라고 하는 말은 아닌 듯했다. 그만큼 이 노 신부의 가슴속에는 그가 걸어온 삶의 궤적 만큼이나 풀어내고 싶은 얘기들이 많은 모양이었다.

그래도 이날 그의 얘기는 지금 하고 있는 ‘유랑단’에 대한 기대와 걱정이 주를 이뤘다.
유랑단 생활 3개월에 이제 공연 전문가가 되지 않았냐는 물음에, “아마추어들이라 아직도 많이 어설프다”며 웃더니 “5월 29일날 평택평화축제에서 공연을 잘 해야 되는데 걱정이 태산”이라며 금방 걱정스런 표정이 됐다.

유랑단이 타고 다니는 승합차의 이름은 ‘평화바람’. 이 차에도 문신부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강연료 등으로 받은 돈을 여러 해 동안 안 쓰고 모았던 문신부가, 유랑단에 차량이 필요하자 그 돈을 통째로 내놓았단다.

30여년 세월을 반독재 민주화투쟁과 반미투쟁에 바쳐왔던 문정현 신부. 언제나 온 몸을 던지며 싸운 탓에 어깨근육이 상해, 이젠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기도 힘들어지기 시작한 60대의 노인이다. 그러나 망월 묘역 참배를 마친 뒤 전남대 후문에서 마이크를 잡고 ‘이라크 추가파병과 미군기지의 평택이전을 함께 반대하자’고 외치는 그 모습에서는 이십대 청년의 힘이 넘쳤다.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