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시-
촛 불
작은 촛불 하나가
큰 밤의 어둠을 몰아내듯이
외따른 섬 작은 등대 하나가
망망대해
거센 풍랑길 먼 항로를 비추듯이
시민의 눈과 귀
시민의 손과 발 되어
부지런히 마당쇠
믿음직한 심부름꾼
오늘도 제 살점 녹여
작은 촛불은 타오른다
빛이 되어 눈깔이 되어
초승달 그 마음 어둠을 엿본다.
겨우 두 살 박이
서투르나
그 앙징스런 걸음걸이
아빠의 손을 뿌리치고
자유를 선언하는
저 균형잡는 첫걸음마!
새로 돋는 이빨은
씹을 것을 찾고
초점 있는 눈동자
섯가래보다 상량보다
스스로 주춧돌이고자
고래의 뱃속에 갇힌 요나의
캄캄한 어둠을 지킨다.
보라, 한반도 25시
시시각각 톱니틀 물고 돌아가는
저 역사의 숨결 소리
그 숨통 조여 오는
불안과 공포와 어둠 속에
시민의 소리
너는 새벽을 여는 희망의 전령이다
어둠을 쓸어내는 마당쇠의 빗자루다.
2003. 2. 27.
/문병란(본지 발행인.시인.전 조선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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