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 풀밭과 양떼
[신년사] 풀밭과 양떼
  • 문병란
  • 승인 2002.1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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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을 배경으로 풀 뜯는 양떼의 모습을 담은 그림이나 사진은 우리 인류가 평화의 표상으로 가장 사랑해 마지않는 풍경이었다. 특히 그 양떼를 돌보는 피리부는 소년의 모습은 인류의 뇌리에 남아 있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의 하나였다. 그러한 평화와 사랑의 표상인 양의 해가 계미년 2003년이다.

다사다난했던 임오년은 그 상징인 말만큼이나 역동적이고 도약적이어서 국운이 명진사대하는 큰 성과를 거두기도 하였고 권위주의를 청산하는 낡은 정치와 새로운 변혁시대 민족대통합을 염원하는 대선으로 그 장엄한 대미를 장식했다.

전운감도는 한반도의 새날

그러나 한반도의 새날은 풀밭과 양떼와 피리부는 목동의 모습으로 아름답게 그려지지는 않는다. 새해 벽두, 정권이 바뀌는 인수인계가 준비되고 있는 가운데 초미를 다투는 긴급사들이 밀려오고 있다. 한미간 50년 넘게 그 낡은 틀을 유지하고 있는 불공정한 'SOFA 개정'의 열띤 목소리는 미국과 한국의 새로운 외교의 틀을 요구하고 있고, 그 가운데 역사의 정면으
로 등장하고 있는 '북핵 문제'는 북한의 문제가 아니라, 남북한의 운명이 걸려 있는 한반도 동북아 전역의 문제이자 전쟁이냐 평화냐의 양자택일의 긴급사항이다.

더구나 이 화급한 국가의 중대사안이 김대중정권의 퇴진과 노무현정권의 등장 시기에 맞물려 있다는 초미사안이라는 점이다. 구정권은 안정된 정국을 인계해야 하고 새 정권은 그 틀을 인수하여 새로운 국면을 타개해야 한다는 점에서 새해 벽두의 정권교체는 장엄한 새 출발의 시점이기도 하다.

그런데 양떼가 풀을 뜯는 평화로운 풀밭이 전개되기 전에 무력응징이라는 상스럽지 못한 전쟁의 엄포들이 뉴스란을 어지럽히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그 제일성으로 '민족 대통합의 시대'를 예고했다. 이 민족통합의 장애물을 정치적으로 제거해나가며 7천만 동포의 평화스런 삶의 터전을 일궈나가야 하는 그취임의 첫 해가 그의 능력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도 지구상에는 제국주의를 뒤이어 강국의 패권논리가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무력에 의한 전쟁논리를 내세워 약소 민족을 위협하고 있다. 19세기에 이어 20세기에 맹위를 떨친 제국주의가 21세기에도 무력의 연장선상에서 여전히 지구촌을 장악하고 있고 그에 맞선 이른바 제3세계의 민족적 저항은 만만치 않다. 특히 백색과 대결하고 있는 유색인종들 중동ㆍ동남아ㆍ동북아 제국주의 침략에 의한 침략의 유산을 고통으로 짊어지고 있는 민족해방전선의 그 연장은 여전히 우리 민족의 중대한 과업으로 남아있다. 이른바 식민지-분단-통일이라는 쓰라린 족쇄이다. 이것을 풀고 해결해야만 대통합이 오고 양떼가 풀을 뜯는 초원의 평화로운 풍경이 전개될 것이다.
   

분단-통일의 쓰라린 족쇄 풀자

이 전쟁 촉발의 어떤 빌미가 될지도 모를 북핵문제와 SOFA개정의 문제는 노무현정권으로 표상되는 한반도의 희망에 대한 시련으로 다가온 것이다. 특히 역사의 전환점에서 95%의 역사적 몰표를 던진 광주의 선택이자 희망인 노무현시대의 텃밭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역할과 각오는 더더욱 현명해야 할 것이다.

기층민중출신 서민 대통령의 탄생! 모처럼 하나의 꿈이 실현되었는데, 그 변혁의 첫발 앞에 다시 깔리기 시작하는 이 장애물, 무수한 지뢰밭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북한과 미국이 싸우면 우리는 말려야 한다" 는 말로서 엇갈린 해석과 반응을 낳아 공조 파기를 했던 또 다른 선택의 반표가 상존하고 있는 이 땅에서, 북한이 아직도 우리의 주적이냐 동반자냐의 물음은 새삼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민족대통합의 숭고한 과업이 주어진 이 시대, 과연 우리 민족의 주적은 그 무엇일까.

/문병란(본지 발행인·시인·전 조선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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