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오늘]폭력을 생각해 본다
[투데이오늘]폭력을 생각해 본다
  • 문병란
  • 승인 2002.11.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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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이란 '난폭한 힘이나 무법한 완력을 의미한다. 정치적인 면에서 본다면 어떤 권력집단이나 반대파 등을 타도하거나 분쇄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는 정치상 군사상의 강제적인 힘'을 말한다.

전자는 폭력배나 무뢰배의 불법적 완력을 가리키며, 후자는 강대국이나 침략 국가가 약소국가나 남의 나라에 전쟁을 통하여 행하는 무력이나 독재정권이 그 권력 유지를 위하여 인민에 대한 폭압적 지배를 일컫는다.

건달(乾達)이란 말이 있다. 빈둥빈둥 놀거나 게으름을 피우고 지내는 사람, 돈도 없이 난봉을 부리고 다니는 사람의 뜻을 가지고 있다. 사회의 기생충으로서 남의 피땀을 훔쳐먹는 일종의 악랄한 도둑들일 것이다. 이 건달에 비하여 신분적 배경이 상류층에 속한 사람으로 무관의 벼슬을 하지 않은 사내들을 한량(閑良)이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이들 중 양반 신분이 아니거나 모계가 천비일 경우 홍길동이 같이 협객(俠客)이 되거나 의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에서 말하는 깽(gang)이란 본래 불량배나 노예를 일컫는 말로서 우리 나라에 들어와선 '깡패'란 말로 변하였다. 이 깽이나 깡패가 보스를 중심으로범죄 단체를 이룰 때 이탈리아의 마피아를 떠올릴 수 있다.

이탈리아의 시칠리섬을 근거지로 조직된 정치단체였으나 차츰 마약, 도박, 매춘, 밀수를 일삼는 범죄 단체로 변모하였다. 장차 그들은 미국으로 진출하여 합법 불법을 교묘히 넘나들며 자본가의 뿌리가 되기도 하였다. 일본의 야꾸자나 우리 나라의 조폭도 그런 계열에 속할 것이다.

또 자유주의 국가의 합법적인 정치제도 속에도 정보기관이나 그들이 포섭하고 있는 망원조직 속에는 합법을 가장한 엄청난 폭력이 정의와 평화 사수를 내걸고 도사리고 있다. 나찌의 게스타포나 소련의 KGB 미국의 CIA 등 모든 권력 이면의 수호 천사는 다름 아닌 면사포 쓴 폭력인 것이다. 정치기관이었던 일제 시대 조선총독부는 악랄한 폭력조직의 본산이었다. 나찌스트, 파시스트, 군사적 독재정권은 모두 하나의 폭력이다.

그 강자의 폭력에 맞서 싸우는 반파시즘적 지하조직이 레지스탕스였다. 우리 나라의 의혈단이나 상해 임시 정부의 밀명에 의해 일본의 침략자를 응징한 일련의 괴수 암살 투쟁은 바로 그러한 정의의 테러리스즘이었다.

약소국이 강국에 대하여 약자가 강자에 대하여 언더에서 행한 힘의 응징, 그것이 바로 테러라는 또 하나의 폭력이었다. 미국의 미리터리 포스(Military force)가 합법적인 폭력이라면, 그에 저항하는 비합법적인 약소국가의 반미적 저항이 테러인 것이다.

지금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자기네들에게 저항하는 대표적인 몇 나라를 불량국가로 분류하여 테러단체 지원국이라고 응징하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 뉴욕의 9.11 테러에 대한 응징으로 아프카니스탄을 초토화시킨 다음, 이라크 응징 카운트 다운에 들어갔고, 그 다음엔 북한 순번으로 정해놓고 그 패권주의가 으름장을 놓고 있다. 테러라는 새앙쥐 폭력을 군사라는 그 몇 배의 큰 폭력으로 전쟁을 일으킨 것이다.

요즈음 우리 나라의 안방극장에선 '야인시대'라는 일제치하 주먹으로 종로의 건달들을 제패하여 주먹왕이 된 김두환의 일대기를 방영중이다. 그 시간대는 이 나라의 모든 남자들이 티브이 앞에 앉아 있다고 한다. 무언가 답답한 이 시대 악의 표상인 일제에 저항하여 지뢰의 독립군을 자처한 그의 주먹이 불꽃을 튀기며 악을 응징할 때 폭력에 의한 대리 만족을 느끼는 것이다.

불량국가로 지목받은 북한이 부시의 특사 켈리에게 "강국은 핵무기를 무한정 가져도 되지만, 우리 나라는 왜 가지면 안 되는가?" 반발하여 지금 세계가 시끌 벅적하다. 북한의 이 반발을 곰곰히 새겨야 할 나라는 바로 촘스키 교수가 지적한 또 하나의 불량국가(Rogue State), 미국이 아닐까. 반발이 곧 가졌다는 뜻이 되기에는 시기상조가 아닌가.

/문병란 (본지발행인· 시인·전 조선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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