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단소리]정치인과 부정부패
[쓴소리단소리]정치인과 부정부패
  • 문병란
  • 승인 2003.12.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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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란[본지 발행인. 시인. 전 조선대 교수]
 이런 우스개가 있다. '한강에 국회의원·교수·신부 세 사람이 빠졌는데 누굴 먼저 건저낼 것인가?'란 물음이다. 정답은 국회의원이라고 한다. 이유인즉, 한강물 오염되니까 빨리 건져내야 한다는 것이다. 정답이 맞는지 어쩐지는 모르겠으나 별로 웃음도 안 나오는 혐오스런 우스개 같다.

 부패(腐敗)란 생물이나 시체 식품 같은 유기물이 부패균의 작용으로 분해되어 독이 있는 물질로 바뀌어 썩는 것을 말한다. 이와 같이 도덕이나 기강이 흐려져 정신이나 사회 등이 타락함을 비유하여 부정부패 즉 바르지 않고 타락하여 썩었다는 뜻으로 통용된다. 썩다(putrefaction)에서 타락(degeneration)의 뜻으로 통용된다.

 이 땅에 전개된 민주주의 반세기 동안 이 부정부패란 말은 매우 친숙한 말이며 하루 이틀에 이룩된 현상도 아니다. 너무 만연되어 온통 이 강산 전체나 모든 사람들의 마음 속까지 전염되어 그 썩은 냄새가 코에 배어 있어 마비현상이 일어난 상태이다.

 흔히 소설 「동물공화국」의 우화소설에서 연유되어 '동토의 공화국' '겨울공화국'이란 말도 귀에 익는데 이젠 '부패공화국'이 하나 생긴 셈이다. 과거 유신치하 꽁꽁 얼어붙은 겨울 공화국에서 이제는 푹푹 썩는 냄새 진동하는 '부패공화국' 닉네임이 붙게 된 것이다.
정가에서 다수당의 위력을 가진 어떤 당은 2백여 곳 기업체한테서 차떼기로 정치자금을 거둬들이는 실력발휘를 해서 마치 떼강도를 연상케 하는 진풍경을 전개하였다. 당시 낙선한 후보 감옥설까지 나도는 판국이니 웃음 안 나오는 비극적 코미디이다. 이런 부정부패 행위가 바로 낙선으로 이어진 것이 아닐까.

웃음 안나오는 비극적 코미디

그런데 정권 출범 몇 달도 안 되는데 새정부 대통령 측근의 불법자금설이 나돌아 당황케 하고 있고 그것을 맞물고 늘어지는 두 부패집단의 힘겨루기로 정치가 실종되고 있다. 개혁은 초반에 물건너 가면서 방탄국회 부패국회 결사투쟁의 온갖 분열 양상마저 점입가경의 난장판을 이루고 있다. 거기다 그 부정의 액수를 가지고 과다를 거론하면서 우리 액수는 몇 분의 일도 안 된다는식의 자기 변명식 사고는 '역겹다'는 말 이외에 다른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다.

 1억이란 돈은 서민에게는 쳐다보지도 못할 태산이다. 그래서 일억이 생기면 억하다가 고혈압으로 억하고 죽는다고 한다. 2백만원을 손에 쥐려면 쥐꼬리 월급에서 다달이 얼마를 저축해야 모아지는 것은 산수 계산으로 잘 알 것이다. 1억 이상이면 모두 부정부패이다. 아니, 몇 천 몇 백도 모두 부정이다.

 이 똥묻은 개와 겨 묻은 개의 자기 변명은 모두 제7지옥 똥통에 빠져서 고통받는 단테의 신곡 지옥감이다. 모두 다 같이 부패했으니 처벌자가 없는 셈 결국 상쇄하여 얼버무리는 것이 해결책일 것이다. 이 한심한 현실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이미 주인이란 생각보다 쓸쓸한 삼류 구경꾼으로 전락한 느낌이다.

 그런데 또 총선은 서서히 다가오며 어떤 일간지는 총선을 대비한 불법·탈법이 16대 총선시의 4배라고 보도하고 있다. 정치권의 부패는 계 출마자들의 심리마저 느슨해지거나 사전 타락 현상이 만연되고 있다는 증거다. 이런데도 정권 담당자는 니탓 내탓이나 찾고 처방도 되지 않는 기자회견이나 벌여서 넘어갈 수 있겠는가. 적어도 총선에 앞서 면돗날을 날세워야 할 것이다. 이 오염공화국에 청소도 않고 또 판을 벌일것인가.

무사의 심정으로 '대청소' 하라

어떤 소설 명칭 「분지(糞地)」가 생각난다. 똥분자(糞)는 쌀미(米)와 다를이(異)의 합성자이다. 쌀이 뱃속에 가서 썩으면 바로 똥이 되는 것이다. 분지는 다름 아닌 똥통이다. 부패한 이땅을 일컬은 말이다. 똥통에는 무엇이 사는가 잘 알 것이다. 구더기의 세상이다.

 영국의 어떤 기자가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은 피지 않는다고 한국의 민주주의를 비아냥거렸다. 이승만 정권때의 일이다. 이 오명은 대통령을 아무리 바꾸어도 바뀌지 않는단 말인가.

 부정부패 정국에 다시 한번 당부한다.
 이왕지사 저질러진 일, 이 썩은 냄새 속에서 청소도 제대로 않고 다시 판을 벌리는 것은 그 부정부패를 가증시키는 결과밖에 되지 않는다. 칼을 빼고서 치지 않는다면 스스로 자결해야 하는 무사의 심정을 헤아리라. 도려내고 깨끗이 청소하는 일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문병란(시인·전 조선대교수·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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