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오늘]어두운 한가위 명절
[투데이오늘]어두운 한가위 명절
  • 문병란
  • 승인 2002.09.1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농경사회에서는 달마다 명절이 있었다. 그 명절이 노동 다음에 오는 휴식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그러다가 산업사회가 되고 태양력에 의한 토요일 일요일이 생기면서 그 명절은 의미를 상실해 갔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명절은 설과 한가위 두 가지 뿐이다. 그 중에서도 고향의 선산을 찾아보고 성묘를 곁들이는 추석은 우리나라 민속에서는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추원보본(追遠報本). 자기가 태어난 근본을 생각하고 조상의 은혜에 감사하는 것과 천신(薦新) 햇과일 햇곡식을 먹기 전에 조상께 제사지내는 차례의 풍습은 세시풍습상 유구한 역사를 지닌다. 특히 조상의 무덤을 둘러보고 성묘하는 풍습은 사자에 대한 예절을 통하여 인간존엄성을 깨닫는 엄숙성을 지닌다.

정치인들 '貧彈'의 무서움 몰라

근자에 무덤이 느는 것에 대한 논란도 많고, 명당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자가용 닿는 도로변이 명당이다 하여 풍수학상 좌청룡 우백호가 '좌도로 우도로'식의 농담도 등장한다 하니 조상숭배가 아니다. 이것이 모두 다 산업사회 도시인들의 편의주의에 따른 세태다.

도로 주변으로 묘소를 옮긴다면 경관도 문제지만 현행법상 불법으로 알고 있다. 화장이나 납골당 권장도 시대적 추세지만 이러한 것이 행여 인명천시 사상이나, 조상숭배가 아니라 조상을 두통거리로 알지 않을까 걱정이다.
예절의 도는 사람 속에 있고 사람에서 멀지 않다. 번거로움이나 산 사람에게 고통을 주는 제식 절차의 고집은 간소화 내지 폐지가 옳지만 유학자의 말대로 양이(洋夷) 풍속 유입 후 이 땅의 세태는 여간 혼란스럽고 민망하다. 조상숭배와 가신 이들을 추모하는 추석 명절의 추모가 경건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예년과 달라 지난 여름 수차에 걸친 물난리와 태풍 루사의 강타로 시름을 앓는 농촌과 고향이 근심 속에서 웃음 없는 추석을 맞이하고 있다.

과수, 벼농사, 비닐하우스 재배, 축산업 어느 것 하나 없이 파농의 지경에 이르렀고 당장 의지해야 할 집이 없는 딱한 실정들이다. 그들에게 무슨 경황이 있으며 명절 준비가 있겠는가. 민심은 흉흉하고 풍작은 물 건너간 이 시점에서 정책 대결다운 비젼도 없이 심부름꾼이어야 할 대통령 자리가 권력승계의 수순 인양 이전투구하는 파당싸움 패거리정치의 인상은 선거 무용론 선거 망국론의 비관적 정치불신을 낳을지 모른다.

근심속 웃음없는 서민들에 위로를

백성이 하늘이고 주권재민하고 모든 권력이 민중으로부터 나온다고 그 좋은 명언과 법규는 여전해도 짓밟히는 농심과 한숨뿐인 서민들의 눈물은 여전히 외면당하고 있는 자들의 거드름 앞에 없는 자들의 울분은 어느 신부의 말과 같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폭탄, 바로 '빈탄(貧彈)'임을 정치 지도자들은 알아야 할 것이다.

지금 수해지구에서는 원상 복구까지는 아득한 현실에서 보상에 대한 기준과 실태 조사과정에서 불공정 시비가 일고 있고 지원금 배분에 대한 잡음도 일고 있다.
이 하늘 아래 구석구석 억울한 사람이 있는가 잘 살펴 백성을 하늘로 모시는 목민관들의 서정이 그나마 위안과 희망을 줄 것이다.

추석의 유래인 즉 신라적 농사짓고 길쌈하여 그것을 서로 견주며 시상하고 노고를 위로한데서 왔다고 한다. 그 날이 바로 8월15일, 한가운데의 뜻이 한가위 풍속으로 한자명 가배절(嘉俳節)이 된 것이다.

중추명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을의 밝은 달을 바라보며 각자 풍년을 기리던 넉넉했던 조상의 그 마음씨와 일년에 한번이나마 찾아가는 그리운 고향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자. 비록 무너진 터에서 흉작 속에 울고 있는 그들의 가슴속에 따뜻한 위로의 말과 정성 담긴 선물이나마 마련하자.

/문병란(본지 발행인. 시인. 전 조선대 교수)

-today오늘 필진 -

◇김정길(사회운동가. 광주전남연합 상임의장)
◇문병란(본지 발행인. 시인. 전 조선대 교수)
◇박성수(전남대 경영학부교수. 경영학박사)
◇이민원(광주대 e비지니스학부 교수)
◇정병준(언론노련 사무처장. KBS광주방송총국 부장대우)
◇홍희담(소설가. 단편 깃발 외 다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