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광태 의원에게 드리는 충고
[기고]박광태 의원에게 드리는 충고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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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광우[민주노동당 광주광역시 지부장]
동광주 병원 노동조합의 장기 파국 사태에 즈음하여 박광태 의원에게 드리는 충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가 자기의 권익을 보장받을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조직이 노동조합이라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하나의 상식입니다.

거대한 자본을 굴리는 기업주에 대해 늘 노동자는 약자일 수밖에 없으며, 약자인 노동자가 기업주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권익을 보장받으려면, 먼저 노동조합을 결성해야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자본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은 노동자의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그리고 단체 행동권을 헌법으로 보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은 자본가의 횡포가 난무하는 반면, 노동조합이 잘 운영되고 있는 사업장은, 노동조합을 통하여 노동자의 불만과 고통이 반영됨으로써, 민주주의의 발전에 기여하게 되는 것입니다.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오늘 대한민국 사회에서 대규모 사업장은 예외없이 노동조합이 인정되고,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노동조합을 통해 반영되고 있는 반면, 중소 규모의 사업장에서는 사업주의 일방적인 횡포에 밀려,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익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음은, 대한민국이 빨리 극복해 나가야 할 부끄러운 현실이지요.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작년 5월 동광주 병원의 젊은 간호사들이 동광주 병원의 열악한 근로조건을 개선하고자 노동조합을 결성한 것은 대단히 용기있는 행동이라 여겨왔습니다.

문제는 당연히 인정되어야 할 노동조합을 끝끝내 인정하지 아니하고, 여성 간호사들의 합법적인 행위들마저 검찰에 고소, 고발까지 하는 등 급기야는 병원을 폐업시키는 비열한 행위까지 서슴지 않은 박중욱 이사장의 전근대적이고 야만적인 행태입니다.

듣건대 동광주 병원의 간호사들은 지난 5년 동안 단 한 번도 임금을 인상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막대한 부를 누리고 있는 박중욱 이사장이 심지어는 간호사들의 임금을 체불까지 한 행태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나아가 남성 직원들을 앞세워 농성 중인 연약한 여성 노동자들에게 가루비누를 탄 물과 소방호수로 물세례를 퍼붓는 폭행까지 자행하였다는 것은 양심의 도시, 인권의 도시 광주로서 용인할 수 없는 수치스런 작태가 아닌가요?

딸자식이나 다름없는 20대 중반의 어린 간호사들이 북구청 앞에서 천막을 치고 농성에 돌입한 지 어언 100여일이 지났습니다. 유난히도 눈이 많이 내렸던 지난 겨울, 여성 노동자들이 인간의 최소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천막에서 떨고 있었을 때, 광주의 지도적 인사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던가요?

김대중 대통령은 <중산층과 서민 보호>를 국정의 5대 지표의 하나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그 김대중 대통령을 보좌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 광주 북구의 박광태 의원이, 정말이지 일말의 양심이 있었더라면, 자신의 지역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불의한 사태에 대해, 자신의 지역구에서 고통받고 있는 여성 노동자들에 대해 한 번쯤은 관심의 손길을 내밀어야 하는 것이, 의원의 기본 도리가 아닐까요?

그동안 보건 의료 노동조합에서는 민주당 광주시지부에 여러 차례 탄원을 하였고, 박광태 의원 앞으로도 여러 차례 도움의 손길을 부탁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광주시지부나 박광태 의원이 이렇다할 대책이나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은, 이제 민주당이 광주의 어려운 이웃들을 외면하고, 잘 먹고 잘 사는 기득권층을 비호하는 정당으로 전락하였음을 입증하는 것이 아닌가 우려됩니다.

광주가 어떤 도시인가요? 광주는 저 일제 식민지 통치의 칼날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학생 독립 운동의 횃불을 높이 치켜 세우고 나선, 민족 혼이 맥동치는 도시이며, 더 이상 말로 옮길 필요도 없이, 지난 20년 전 전두환 군사 깡패들의 학살 앞에서도 의연히 정의의 깃발을 지킨 민주의 성지입니다.

이 도시에서 박중욱과 같은 토호세력이, 막가파식으로 노동자의 권익을 짓밟고 있는데도, 광주 북구 주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 여의도로 간, 박광태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동자의 억울한 사태를 외면하고 있는 이 상황에 대해 광주의 양심은 더 이상 허용하지 않으리라 우리는 확신합니다.

우리는 박광태 의원에게 호소합니다. 마땅히 인정해야 할 노동조합의 활동을 끝끝내 거부하고, 거꾸로 가난한 여성 노동자들에게 30억원 이상의 손해배상 청구를 해놓고 있는 박중욱의 이 오만방자한 행동에 대해 박광태 의원은 자신의 소신을 명백하게 밝혀야 합니다. 불의 앞에서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은, 결국 불의와 한 패거리인 것입니다.

이미 동광주 병원 노동조합 사태는 단순한 노사분규 사태를 넘어, 광주의 인권 문제로 비화되어 있음을 박의원에게 알려 드리는 바입니다. 지금 광주 지역의 여러 시민 사회 단체의 대표자들이 매일 줄을 이어 릴레이 시위를 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를 의미합니다.

5월 18일이면 전국의 양심적인 인사들이 광주를 방문하는데, 민주화의 성지라고 알려져 있는 이곳 광주에서, 박의원의 지역구에서 이따위 야만적인 작태가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타지의 사람들에게 알려질까 걱정이 앞섭니다. 5월 18일 박의원이 망월동의 묘지 앞에 부끄럽지 않은 얼굴을 내밀고자 한다면, 먼저, 자신의 지역구에서 발생되고 있는 이 수치스러운 인권 탄압 사태를 해결하는데 앞장 설 것을 진심으로 촉구하는 바입니다.

2001년 4월 24일

민주노동당 광주광역시 지부장 황광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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