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큰 담론 절실' 김지하의 절절한 호소
[기고]"큰 담론 절실' 김지하의 절절한 호소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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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출[광주매일 문화체육부장]
   
▲ 김지하 시인은 19일 광주 강연을 통해 "정치에 매몰되지 말고 큰 안목으로 평화와 생명의 시대적 담론을 확산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리얼리스트 시대는 지나갔다/ 초현실주의 세계여야..."

시인 김지하가 비화 하나를 소개했다. 광주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대변하는 일화로 생각된다. 80년 5월 그는 감옥 병사에 있었단다.

창가를 응시하고 있는데 매가 날라왔다. 줄 것은 자신의 일용인 밥의 잔반 뿐이었다. 그렇게 해서 친해진 모양이다. 하루는 매와 자신이 뚫어지게 눈 싸움을 하는데 한순간 매의 왼쪽 눈에서 불꽃이 일더란다.

그리고 나서 ‘광주사태’ 소식을 들었다. 그뒤 어느날 다시 매와 눈싸움을 하는데 이번에는 매의 오른쪽 눈에서 연꽃이 피었다. 불꽃과 연꽃.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이것이 광주와 무슨 연관이 있을까. 천부적인 시적 감수성과 미적 상상력을 지녔다고 생각되는 김지하 시인, 그는 투쟁 또는 혁명의 도시 광주가 5·18 이후 화엄의 세상 곧 평화와 생명의 바다로 나아가야 한다는 예감을 이렇게 비유한 것은 아닐까.

그는 바로 며칠전 일본에서 강연후 교토 법륭사(?)로 달려가 2번째로 백제관음을 보았단다. 아시다시피 백제관음은 오른손은 보시모습을, 왼손은 비틀어서 물병을 들고있는데 정작 중요한 미적 포인트는 이것이라고 김시인은 강조했다. 삐닥한 이 왼손 동작 표현, 김시인은 ‘디테일이 현대의 테마다’면서 이 대목을 강조했다. 재질이 무엇인가, 어느 절에 있는가, 어떻게 우리 보물을 빼았겼는가는 난 정확히 모르겠다.

그러나 관음상의 미소, 부조물의 부드러운 곡선미, 나에게 각인된 백제미술의 걸작 관음상의 인상이다. 김시인은 관음부처가 입고 있는 겉옷이 바람처럼 나풀거리는 점도 지적했다. 여기서 물병은 생명이요 겉옷의 바람은 자유라고 정의했다. 생명과 자유는 백제의 한을 오로지 갖고 있는 광주의 정신이라고 비약적(?) 표현을 했다. 역시 대단한 시인이요 사상가다.

백제에 대해서 중국산동 발해만 일본에 까지 뻗쳤던, 일본은 백제의 분국이었다고 단정했다. 이야기가 한참 빠져나간다고 김시인이 말했듯 그는 정작 광주가 미학을 살려야 한다는 점을 자꾸만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다. 100개의 작품이 있다면 그중 하나가 이를 농축해 대표작인 ‘기념비’가 되듯이 광주는 한반도 한민족의 기념비라는 것이다. 미당 서정주의 신라 헌화가로 이야기를 뻗쳤다.

헌화가는 이두에 나오는 문학인가 잘모르겠다. 내용은 천민 농부가 공주 또는 왕비 쯤 되는 귀한 미인이 자나가는데 꽃 한송이 바치고 싶었다는 내용이란다. 김시인은 신분을 뛰어넘어 상상하고 간격이 있는 자타를 하나를 이어보려는 의지, 바로 우리 고대 민족의 세계관이었다는 것이다.

이를 오늘의 시로 승화시킨 사람이 말썽많은 미당 서정주인데 ‘헌화갗를 인용해 “꽃을 바치는 순간 하늘이 푸르르 떨었다”고 표현한 그는 천재라는 것이다. 지하는 미당을 욕했지만 그의 천재성은 인정하고 미당에게 삼국유사의 세계, 다름아닌 상고사를 선취당해버렸다고 다소 분하다는 표현을 했다. 풍류정신을 미당이 말아먹었다는 것이겠다. 또 강연은 헷갈려 미학으로 빠졌다.

이제 리얼리스트 시대는 지나갔다는 것이다. 초고속 인터넷시대에 전 지구촌이 공감하는 이미지(발상)와 심볼(상징)로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초현실주의 세계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문학에서도 노벨상이 나온다고 했다. 자신은 복고주의자가 아니라는 지하, 요즘 다시 시를 쓰고 싶단다. 실천문학과 창비에 몇편의 시를 썼는데 10편중 1편정도만 재미있다나.

동석한 김준태 시인에게 "요즘 많이 써요" 하고 물으면서 젊었을 때 많이 쓰라고 당부했다. 문병란선생 기숙이 형도 잘 계시냐면서. 작가회의가 초청했기에 문학인에게 당부한다면서 상상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미학과 과학의 만남도 중요하다고 했다.

요즘 디지털 문명은 아우라를 날려버렸는데 피시방에 이것을 집어넣어야 한다고 했다. 이날 강연에서 나온 신인간, 이화세계, 빅 카오스, 단전호흡, 인도요가, 모성의 시대, 주역사상, 율려, 동학과 강증산, 김일부의 천부경, 생태계와 기상 이변, 미친년 널뛰는 것 같은 미국 중심의 경제 등 어려운 설명과 잡다한 이론은 생략한다.

그의 저술을 읽으면 된다. 다시 결론은 이렇다. 지금은 대혼돈의 시대로 신인간을 요구한다. 요즘은 문화 경제 정치 순이다. 우리에겐 위대한 우리 상고사가 있다. 문화는 예술양식으로서의 ‘풍류’, 경제는 호혜시장으로서의 ‘신시’, 정치는 만장일치의 ‘화백’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중세 르네상스는 고대 희랍의 신화세계를 연구, 부활시켰고 이를 이어받은 것이 오늘의 서양인데 이분적 세계는 오늘날 필요한 화해와 상생의 시대를 답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내가 후라이 인가 모르지만 나보다 더 나쁜 후라이들이 많다고 겸손을 떤 지하는 개명한 ‘노겸’이라는 이름을 다시 버렸단다. 주역 겸괘에 나오는 노겸, 노력하고 겸손하라는 뜻이고 원래 천자로서 하층민이라는 신분인데 이를 버리고 다시 ‘언더그라운-지하’라는 이름으로 살겠다도 말했다. 부인이 당신이 무슨 천자 운운하냐며 지하로 돌아가라고 했단다.

그리고 광주 간다니까 제발 광주 욕하지 말고 겸손하라고도 했단다. 지하는 목포에서 태어난 상놈의 자식으로써 일찍 고향을 떠나 객관적으로 광주를 볼수 있다며 흥분잘하고 **한(이 대목은 자신이 취소했음) 전라도를 싫어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광주사람들에게 개뼈다구 같은(이것은 내 표현) 저차원의 ‘정캄에 매몰되지 말기를 거듭 당부했다. 폭넓은 문화적 미학적 상상력을 복원하라는 것이었다. 이 대목에서 민주당과 정치인 김대중과 연관된 광주의 역사적 상황을 생각해보시길 바란다.(이것도 내생각) 후라이같은 이야기를 했는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말한, 그렇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목표를, 교육방향으로도 누군가는 제시해야 하기에 자신이 한다고 말했다. 너절하게 쓴 윗글에 이어 다음 기사도 참조하길 바랍니다.

시인 김지하씨(60)가 오랜만에 광주에서 대중강연을 갖고 광주전남 문화계와 지식인들에게 “정치에 매몰되지 말고 큰 안목으로 문명사적 전환기에서 요구되는 문화적 상상력과 창조력을 되살려야 하며 평화와 생명의 시대적 담론을 확산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시인은 19일 오후 광주 북구청이 광주전남작가회의와 함께 마련한 제3기 북구문화아카데미 개강 첫 연사로 초청돼 자신의 ‘율려사상’을 중심으로 종횡무진 생각을 피력했으며 특히 민족문화의 르네상스를 위한 광주 역할을 강조했다.

그가 말한 광주는 “백제이후 숨죽여 키워온 한과 고통의 역사는 민족사의 집약이며 이는 세계사적으로 요구되는 신인간상과 대혼돈의 극복을 위한 문화적 상상상력과 미적창조의 원동력으로 승화시켜야 할 근원지”라는 것. 때문에 5년간의 ‘정치적 승리’에 만족하지말고 새로운 문화의 세기가 요구하는 큰 담론과 이를 실천하는 큰 걸음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인간’은 우리 상고사의 ‘홍익인간’ 이념에서 찾아야 하며 인간에게 두루 유익한 인간, 주체이면서 타자인 인간, 신인합일의 인간형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금은 혁명의 시대가 아니고 죽임없이 상생하는 치유의 시대이며 이를 실천하는 것이 ‘율려운동’이라고 말했다.

지난13일 강연차 일본을 다녀온 김시인은 “일본 지식인이 ‘한반도 기마민족 후예들이 결정적 메시지를 보내줄 때를 기다리고 있다’는 말도 했으며 최근 일본 교과서 파동과 관련해 진보진영이 우익에게 일본 고대사 연구를 빼앗긴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며 우리의 고대사 복원도 강조했다.

김시인은 5월부터 율려학교를 다시 시작해 내년 하반기까지 강의하고 그 뒤 연구소를 만들어 율려운동을 본격적으로 펼칠 계획이다. ‘지리산 공부 모임’도 시작한 김시인은 “지리산은 투쟁과 반목의 논리가 집중돼 많은 살상이 있었던 곳이기에 생명과 평화운동을 펼치기에 적지”라면서 오는 5월6일 달궁에서 열릴 큰 제사에 많은 참여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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