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닷컴]기자가 시장 구명에 나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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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현 기자
  • 승인 2004.02.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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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오전 광주시청. 초도순시차 광주를 방문한 허성관 행자부 장관이 시간을 쪼개 기자실에 들렀다. 이날 기자들은 짧은 시간 동안 장관에게 행정에 관한 질문들을 쏟아냈는데, 그 가운데 첫 번째 질문이 이후 기자들 사이에서 구설수에 올랐다.

시청 기자단 간사이기도 한 광주CBS의 김모 기자는 “할 일 많은 박광태 광주시장이 구속돼 있다. 행정공백을 막기 위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지역여론이 많다. 장관께서 어떻게 생각하나”는 요지의 질문을 했다.

김기자는 지역민의 여론을 전달하고자 했던 것이겠지만, 그 내용과 당시의 상황을 고려할 때 적절치 못한 것으로 지적됐다.

행자부장관 초도순시 중 시청기자 발언
“박시장 불구속되도록 도울 생각 없나”
기자들 사이에서도 “부적절 했다”


우선 박시장에 대한 지역의 여론은 '불구속 선처' 외에도, 이보다 앞서 광주시민협을 중심으로한 자진사퇴 여론이 비등했기 때문이다. 한 일간지의 시민여론조사에서도 박시장의 구속에 대해 ‘정치공세다’는 응답과 ‘잘했다’는 응답이 5%의 차이에 불과했다.

법무부 장관도 아닌 행자부 장관에게 '불구속 여부'에 대한 견해를 묻는 것도 적절치 않았던 것을 지적된다.

실제 김기자의 질문에 대해 허성관 장관은 “삼권분립이 엄격하고, 현재 재판중인 사안이기에 곤란하다”면서 “권한대행체제가 잘 될 수 있도록 언론도 합심해 달라”고 당부했다. 뻔한 답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최근 정치권의 ‘부정부패사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팽배한 상황에서 ‘행정의 수장’이라는 이유로 일종의 ‘선처 요청’으로 들릴 수 있는 질문은 기자들 내에서조차 설득력이 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간담회 자리에 참석했던 한 기자는 “당시 기자들 사이에서 ‘뭐 저런 질문을 한다냐’는 소리가 있었다”면서 기자들의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김기자의 이날 질문은 기자단 내부에서 사전 조율에 의한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구설수에 대해 당사자인 김모 기자는 “기자로서 지역민들의 여론을 전달하기 위해 말했던 것뿐”이며 “민감하게 보고 전달과정에서 오해가 생겼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박시장 사퇴 여론이 있다는 점도 언급은 했지만, 대다수가 불구속 재판을 원하고 있다는 각종 조사결과를 가지고 얘기했던 것이다”고 밝혔다.

장관이 지방 자치단체 순회시 기자실을 찾는 것은 지역 여론을 듣기 위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기자들의 발언은 결과적으로 지역여론의 반영인 셈이다. 때문에 이같은 자리에 특히나 미묘한 사안에 관한 기자들의 발언은 스로의 높은 책임성과 신중함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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