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교수노동조합, 왜 필요한가?
[특별기고]교수노동조합, 왜 필요한가?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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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열[교수노동조합 광주전남준비위원장, 조선대 교수]
지금의 총체적 대학위기는 진정한 대학개혁을 위한 주체와 조직에 의해서만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의 인식과 무관하게 교수도 직장에 고용되어 노동 활동을 통하여 생계를 유지하는 노동자임에는 틀림없다. 다만 교수는 정신 노동에 종사하는 전문성이 강조된 지식노동자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외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에 교수노조가 결성되었고, 노조활동도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교수들의 노조설립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시점에서 교수노조 결성을 추진해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현재 한국 대학은 총체적인 위기에 처해 있다. 그 위기의 본질은 불건전하고 퇴행적인 지배구조로부터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대학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사학 재단의 대다수는 대학을 영리수단으로 간주하고 소유와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를 거쳐오면서도 전혀 개선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국회는 수 차례에 걸쳐 사립학교법을 개악하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사립대학 교수들의 교권은 무참히 짓밟히는 경우가 발생하였고, 학원의 분규는 끊이지 않고 반복되고 있다.

더욱이 감독청인 교육인적자원부와 감사기관인 국회상임위원회가 사학재단과의 유착 의혹을 받게 됨에 따라 교수노조 설립은 문제 해결의 특단의 대안으로 대두되기도 하였다.

대학위기의 원인을 교수사회의 나태로 돌리는 교육부의 주장은 사태의 본질을 흐리게 하는 것이다. 지금의 총체적 대학위기는 진정한 대학개혁을 위한 주체와 조직에 의해서만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의 민주화 보다 학원의 민주화가 훨씬 더 어렵다는 말처럼 지난 10여 년 동안 대학은 꾸준히 교수협의회,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그리고 교수평의회 등을 통하여 학원 개혁을 시도해 보았지만 지금까지 임의단체의 한계성이 노정되었다.

결국 교수는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해직과 탄압의 대상이 되기가 일쑤였다. 이제 교수들은 10년 전에 전개되었던 전교조가입(당시 660여명)의 결단으로 교수노조를 결성하여 현재 직면하고 있는 대학의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것이다.

세계 여러 나라의 사례에서 이미 확인되었듯이 공무원을 포함한 교수의 노동자로서의 법적 권리가 제약되어야 할 이유가 없다. 초, 중등교원은 노동자이고 대학교수는 노동자가 아니라는 법적 논리는 누구도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교수노조 설립에 대한 폐쇄된 사고는 기초 인권의 차별을 유발하고 노동의 신성한 의미를 왜곡시키는 우를 범하게 될 수 있다. 따라서, 대학교육 개혁을 완성하기 위하여 교육현장의 주체인 전 교수들이 단결하는 선진적 조직체인 교수노조 결성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교수의 노동권 확보는 인권 향상에 상당한 상징성을 갖게 된다. 이제 우리나라 교수들도 미국 교수노조가 내걸고 있는 것처럼 "단체구걸 에서 단체협상으로"(From collective begging to collective bargaining) 이행하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공공성, 민주성, 그리고 생산성을 지향하는 대학운영체제를 건설해 나가는 초석을 마련할 것이다. 교수노조 결성을 통해 교수들은 대학자치와 학문의 자유, 학문재생산 기반의 강화를 위한 정책 환경을 창출해 내야하며, 교육 및 연구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인프라를 강화시키고, 교권과 교수 신분보장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 나갈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으로 대학을 자본주의 논리인 경쟁과 정글의 법칙을 적용하여 계량적, 획일적 교육에 내몰고 있다. 앞으로 결성될 교수노조는 교육철학과 비전이 있는 교육을 부활시키는데 총력을 경주할 것이다.

/박 열[교수노동조합 광주전남준비위원장, 조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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