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이 웬 동화냐구요?
어른들이 웬 동화냐구요?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4.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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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먼저 읽고 토론하는 모임/ 학급문고 좋은책 보내기 운동/ 책읽기 후 느낌 연극 영상으로 표현/ 아이들 세상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어요.// 매주 목요일 아침 일찍 산수 도서관을 찾는 주부들이 있다. 그들의 가방속에 예외없이 어린이 동화책이 한권씩 들어있다. 어른들이 동화를 읽는다?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것이 바로 '동화읽는어른'의 주활동이기 때문에. '겨레의 희망, 어린이에게 좋은 책을' 읽히기 위해 (사)어린이도서연구회에서 전국적으로 결성한 모임 중 하나다. 4년전 조직이 결성된 광주모임의 경우 100여명의 회원들이 8개의 모둠을 꾸려 매주 목요일 모임을 갖고 있다. 사무실도 없이 곳곳의 도서관을 이용하고 있는 이 모임의 주내용은 공부하는 것. 정해진 주제에 맞는 동화책을 읽고 발제문을 작성, 이를 중심으로 토론하고 비평하는 것이다. "동화책도 부모들이 먼저 읽고 좋은 책인지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공부를 하는 이유다. "이유식은 우리 것부터 먹여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동화책은 소공자나 백설공주 등 서양책부터 읽히려 하는 것은 큰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이 모임 회원들은 우리나라 창작동화를 읽는다. "90년대 이후 우리 이야기를 쓰는 창작동화 작가들이 많이 배출되고 있어요. 우리가 그것을 읽고 평가해주고 조언도 해줘야 더 발전할 수 있는 거죠" 이 모임 대표 양선숙 씨(43·광주시 남구 주월동)의 이야기다. 단순한 흥미 위주가 아니라 동화 속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는 것이 부모들의 한결같은 마음이기도 하다. 이 모임은 활동 목적은 '내 자식'을 위한 활동이기 보다는 앞으로 사회를 짊어지고 나갈 꿈나무들을 위한 것에 있다. 그래서 실천하고 있는 것이 학급문고 바꾸기. "대부분 학기초 아이들에게 학급문고 두권씩 갖고 오라고 하면 엄마들은 집에서 아이들이 안보는 버릴 책들을 준다"라며 양 대표는 "그런 책들을 읽는 사람은 결국 우리 아이들 아닙니까"라고 되묻는다. 남의 집에서 버릴 책을 우리 아이가 읽고 있는 것이 초등학교 교실의 현실을 해결해 보고자 이 모임에서는 학급문고로 보낼 책은 '좋은 책으로 보내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또 초등학교선생님들이 모여 만든 '민들레' 모둠 회원들은 담임반 학생들에게 학급문고 모으기 공문과 함께 이와 같은 뜻을 전달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동화 읽는 어른 모임'은 책을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아이들의 방학 시기를 이용해 아이들과 함께 책을 있고 그 느낌을 영상으로, 연극으로, 찰흙으로 표현하는 문화행사를 여는 것이 또 하나의 자랑거리다. 또 어린이날처럼 특별한 날은 아이들과 어우러져 그들의 세계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장을 마련할 계획을 갖고 있다. 누군가 이 모임을 '아름다운 구속'이라 표현했다고 한다. "내 아이를 잘 키워보고 싶다는 마음에 이곳에 들어왔지만 내 아이가 크더라도 사회적 책임감을 다른 아이들을 위해 손을 뗄 수가 없다"는 것이 아이가 자라 고등학생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이 모임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양씨의 변명 아닌 변명이다. 그래서일까. 지난 18일부터 시작한 올해 신입 회원들의 교육은 '즐거운 비명소리'로 산수 도서관을 가득 메우고 있다. *'광주 동화읽는 어른' 모임은 5월 23일까지 신입회원을 모집하고 있다.(양선숙 대표 016-653-6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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