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상아탑을 멍들게 하는가?
누가 상아탑을 멍들게 하는가?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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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여! 상아탑을 멍들게 하는 것은 진정 '과격한 학내분규'인가?/ 전남대 학생총회 7대요구안 2주일 넘게 답변 없어// 지성의 요람, 상아탑이 멍들었단다. 과격한 학내분규 때문이다. 17일치 동아일보 1면 머리기사는 가슴깊은 안타까움을 전한다. "툭하면 총장실 점거-감금-기물파괴-'지성 어디로'"라며 한탄한다. 동아일보는 왜 갑자기 값나가는 1면 Top을 대학관련 기사에 할애했을까? 예의 '과격한 학생들' 때문에 '대학의 최고 어른 격인 총장'나으리께서 집무실을 빼앗겨 일을 제대로 볼 수 없다고 전한다. 학내 구성원의 의사를 무시한 채 재단의 일방적인 총장 유임으로 총장퇴진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숭실대에서는 교수와 학생, 노조관계자들이 퇴근길의 총장을 가로막은 채 퇴진을 약속하라는 시위가 있었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행위를 '퇴근저지'라고 일컫는데 동아일보는 기사본문에서는 '저지'와 '감금'을 다 쓰다가 기사제목에는 굳이 '감금'을 부각시킨다. 동아일보는 이렇게 '멍든' 대학의 모습을 늘어놓는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친절하게도 동아일보는 "왜 과격해지나"라고 스스로 질문을 던져놓고 나름대로 독자의 판단을 돕고 있다. 딴에는 형평성에 신경을 쓴다고 학생회측과 학교측의 입장을 비슷한 비중으로 싣고 있다. 동아일보 기사에 따르면 학생회측은 학교측의 부실한 운영과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책 모색보다 대화기피 등으로 일관하는 학교측의 자세가 자신들의 과격시위를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학교측은 일부 학생운동권이 학생들을 결속하고 스스로의 위상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학내투쟁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학생들과 정상적인 대화 자체가 무리란다. 덧붙여 "정치적 협상에 나서기 전 사회적 룰과 도덕적 룰을 먼저 생각하는 학생의 성숙한 모습이 필요하다"는 덕성여대 권순경 총장직무대리의 말을 교훈처럼 들려준다. 참으로 옳으신 말씀. 그런데 그 교훈이 나에겐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로 들리는 건 왜일까. 나에겐 한 가지 경험이 있다. 지난 달 30일 내가 다니는 전남대에서는 「수업료 5% 삭감, 등록금 제도 개선, 국립대 발전계획 철회, 전남대 교육대개혁을 위한 학생총회」가 열렸다. 전체학생대표자대회에 상정된 안건이 가결되어 학생총회가 열리게 된 것이다. 회칙상의 절차를 밟아 학생총회가 열린 것은 전남대 역사상 처음이었다. 최종인원집계 결과는 1915명이었다. 자유발언 시간에는 20여명의 학우들이 나와서 교육개혁에 대한 의견들을 봇물처럼 쏟아냈다. 학생총회가 성사되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학우들의 교육개혁에 대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절대 다수의 찬성으로 가결된 7대 요구안을 총장에게 전달하기 위해 학우들은 본부로 갔다. 20여 분을 기다리고 "총장님! 나오세요!" 라고 함성을 질렀지만 결국 총장 대신에 학생처장과 몇 몇 직원들이 나왔다. 수백 명의 학우들과 학우들의 대표자인 부총학생회장, 각 단과대 학생회장들은 결국 학생처장에게 7대 요구안을 전달해야 했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부총학생회장은 요구안에 대한 답변을 빠른 시일 안에 요구했지만 학생처 직원들의 대답은 한결 같았다. "응.. 알았어.. 빨리 해줄게. 우리도 성의를 보여야지.. 빠른 시일 안에.. 최선을 다해야지.." 부총학생회장은 계속해서 구체적인 답변기한을 약속해달라고 했지만 돌아오는 건 "빠른 시일 안에.."라는 대답 뿐이었다. 할 수 없이 부총학생회장이 2주일 안에 답변 해달라고 하자 학생처장과 직원들은 본부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학생총회를 취재중이던 나는 학생처장을 뒤따라가 한번 더 물어봤다. "언제까지 답변을 하실 겁니까?" -'너 뭐야?'라는 표정과 눈빛으로 나를 쭉 훑어 보더니 하는 말-(고개짓으로 부총학생회장을 가리키며)"저 쪽에다 말했으니 거기서 물어봐." 7대 요구안을 전달한지 2주일이 훨씬 지났지만 나는 학교측의 어떠한 답변도 접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요구안의 내용들은 이미 작년에 학생처장 명의로 합의된 것들인데 학교측에서 "작년 일은 작년 일이다"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부총학생회장의 말은 "사회적 룰과 도덕적 룰을 먼저 생각"하라는 덕성여대 권 총장직무대리의 교훈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나는 그 물음표를 동아일보에도 던져주고 싶다. 동아일보여! 상아탑을 멍들게 하는 것은 진정 '과격한 학내분규'인가? /조원종기자는 전남대 언론개혁모임 '주둥이'에서 활동중인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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