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내년 총선의 전망
[오늘과내일]내년 총선의 전망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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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준[언론인, 전 언론노련 사무처장]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 몇 석, 열린우리당 몇 석’하는 점치기를 기대하고 이 글을 읽는 독자가 있다면, 먼저 그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함을 미안하게 생각한다. 나는 앞으로 4개월이나 남은 일을 예측할 만큼 혜안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설혹 마음에 짚이는 대목이 있다 할지라도 그런 예측을 함부로 내어 놓기에 정치는 너무 변화무쌍하다.

지난 해 치러진 대통령선거 결과를 보면 그 변화무쌍함은 더욱 명확해진다. 지난 해 1년 동안 노무현 후보의 지지도는 크게 3차례 널뛰기를 했다. 선거를 4개월 앞두었던 지난 해 8월에는, 노후보의 지지도가 이회창 후보보다 10%가량 뒤져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당선이었다. 내년 총선까지 각 정당의 지지도가 어떻게 변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인들은 수시로 나오는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환호하기도하고, 낙담하기도 한다.

여론조사마다 일희일비하는 정치권

정치담당기자라는 이유로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자주 받는 질문이 있다. 각 정당의 내년 총선 결과가 어떻겠느냐는 것이다. 호기심 어린 시민들의 질문도 있고, 정치인들의 답답한 심정을 담은 질문도 있다. 그러나 낸들 어찌 알겠는가? 내년 총선 결과는 내게 질문을 한 그 정치인 자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을.

내게 질문을 하는 정치인들에게 나는 이런 답을 되돌리고 싶다. “당신이 앞으로 4개월 동안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보여 달라, 그러면 당신의 결과를 말해주마.”

지난 달 15일, ‘호남에서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다’는 보도를 내보내자, 열린우리당의 고위 관계자가 흥분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 왔다. 그러나 나는 그의 기대를 저버리는 답변을 했다. “아마 민주당 전당대회를 전후해 민주당의 지지도가 다시 올라갈 겁니다.”

조금만 생각하면 어떤 경우에 국민의 지지가 올라갈 지를 예측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국민은 한마디로 ‘희망의 정캄를 원한다. 나라의 비전을 제시하는 정치, 국민의 생활과 함께 하는 정치, 국민의 아픔을 감싸 안는 정치를 원한다. 정당이 이런 모습을 보이면 그 정당의 지지도는 올라갈 것이다. 그 길이 그렇게도 어려운가?

얼마 전, 정치개혁을 내세운 열린우리당의 지구당 창당대회를 취재한 적이 있다. 실망이 참 컸다. 그들이 ‘구태정캄라고 말하는 민주당의 창당대회와 다를 것이 없었다. 창당대회에서 뽑도록 되어 있는 운영위원 선임을 운영위원장에게 위임하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이것이 민주정당인갗 하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 열린우리당 소속 광주시의원이 6명이라는데, 이들은 아직까지 자기 목소리를 낸 적이 없다. 그렇다면 분당은 왜 했나? 지구당위원장을 따라 옮긴 ‘무소신정캄였다는 비판을 피해 갈 수는 있는 것인가?
<오늘과 내일 >은 지난 5월 3일자 칼럼에서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정캄를 위해 분당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그 때 기대했던 모습은 ‘이름만 다르고 행태는 같은’ 그런 정치는 아니었다.

민주당도 비판을 피할 순 없다. 민주당이 열린우리당 창당 이래 되풀이하고 있는 ‘배신자론’만 계속한다면, 민주당 역시 ‘국민의 희망’이 되지 못한다. 도대체 떨어져 나간 옛 동지들에 대한 비난으로 날을 지새우는 정당에 무엇을 기대 할 수 있단 말인가? 당적을 바꾼 전라남도의회 의장을 몰아냄으로써, 민주당 소속 도의원들은 속 시원할지 모르나, 그걸 지켜보는 국민의 마음에는 답답함이 쌓여가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정치인들은 이제 질문을 바꾸어야 한다.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 지지를 얼마나 얻을 수 있겠느냐는 계산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런 고민이라면, 어느 정당을 막론하고 밤새워 함께 해 줄 용의가 있다.

나는 여기서 내년 총선에 대해 절대로 틀리지 않을, 자신 있는 전망을 내 놓는다.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당’이 이긴다.
많은 사람들이 ‘그걸 전망이라고 내놓느냐’고 비웃을, 너무도 당연한 일을 유독 정치하는 사람들만 모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정병준( 언론인, 전 언론노련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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