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로 대출폭리 취한다
신용카드로 대출폭리 취한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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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예금금리에 대출금리도 움직이는데.../ 카드 이용수수료는 떨어질 줄 모른다// 광주시내 도심 한복판 금남로를 지나다 보면 노점상처럼 벌여놓고 신용카드 회원가입을 유도하는 카드사의 카드회원 신청 접수대와 맞닥뜨린다. 신용카드 회원 가입에 호객행위까지 등장한 것이다. 이렇게 카드사마다 카드회원 확보 경쟁이 뜨겁다. 그만큼 신용카드가 카드사들에겐 황금알인 모양이다. 카드사들은 어떻게 황금알을 챙기는 것일까. 예금금리는 최근 연5%대까지 주저앉고 있다. 반면 대출금리는 금융기관마다 눈치보기 속에서 소폭 내리는 정도에 그친다. 그러나 또 다른 대출금리라고 할 수 있는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이용 등 카드 수수료율은 미동도 않고 있다. 신용카드 이용자가 늘면서 카드사들이 이를 악용해 현금서비스 이용수수료·할부수수료·높은 연체이율 등에서 이자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신용카드 현금서비스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현금서비스는 사실 신용카드를 담보로 은행에서, 카드사에서 돈을 빌려주는 것이다. 따라서 현금서비스 이용수수료는 대출이자에 해당한다. 은행의 대출금리에 비하면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이용수수료율은 턱없이 높다. 카드사들이 챙기는 황금알은 바로 이 수수료에서 거두는 이자 폭리이다. 그래서 카드사는 카드 회원들에게 현금서비스 이용을 편법으로 유도해 폭리를 취하기도 한다. 최모씨(광주시 동구 계림동)는 카드대금 납부를 연체해 황당한 경험을 했다. 최씨는 지난 1월26일 21만원의 LG카드대금 결제일을 깜박 잊고 넘겨버렸다. 15일 후 카드사로부터 연체금액을 현금서비스로 대체 입금하라는 독촉전화를 받았다. 최씨는 다음달에 지로로 납부하겠으니 연체이자와 함께 청구서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담당자는 그렇다면 3월에 납부할 수 있도록 기한을 연장해주겠다고 해서 최씨는 이를 수락했다. 함정은 기한 연장에 있었다. 최씨는 단순한 기간연장으로 해석했고, 카드사는 현금서비스 이용기간 연장을 그렇게 표현했던 것이다. 최씨는 결국 1월에 연체한 카드대금 이자를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현금서비스를 받아 이용수수료까지 물면서 연체료와 함께 연체이자 9천원을 따로 냈다. 최씨는 "다행히 내가 미납한 카드대금이 많지 않아 이자 부담을 그냥 떠 안았다"며 억울하게 지불한 9천원에 대한 카드사 횡포를 비난했다. 이는 카드사들이 회원의 의사는 무시한 채 규약을 잘 모르는 회원들에게 교묘한 수법으로 현금서비스를 받게 유도해 높은 현금서비스 수수료를 챙기면서 카드 연체도 대체하는, 이중의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이 같은 카드사의 일방적인 업무처리에 회원들은 제때에 빚을 갚지 못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냥 당하고만 있는 것이다. 지난달 말 공정거래위원회는 일부 신용카드사들이 고객에게 높은 수수료율을 적용하므로써 부당한 수수료율(금리)로 높은 수익을 올렸다고 판단하고 5월말까지 수수료를 인하하도록 시정명령을 내렸다. 공정위는 BC카드·LG카드·삼성카드를 카드사의 '빅3'로 분류하고, 이들 카드사의 수수료율을 비교했다. 이들 3사는 IMF관리체제로 들어간 직후인 1998년 1∼2월 시중금리가 인상되면서 이에 맞추어 수수료율을 최고 연29%까지 올렸다. 이후 지난해 12월 현재 조달금리가 현저히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현금서비스 수수료율은 최고 연28%대, 할부수수료율도 연14∼19%대로 여전히 높은 점을 지적, 공정위가 이를 시정 명령한 것이다. 그러나 카드사들의 입장은 다르다. 무보증·무담보로 돈을 빌려주는데 은행 대출과 같은 조건으로 보면 안 된다는 것이다. 신용을 담보로 하는데 그 신용이란 유동적이기 때문에 수수료가 비쌀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드 소지자들은 현금서비스를 선호하고, 또 카드사용도 활발하다. 손에 쥔 현금 없이도 쉽게 물건을 구입할 수 있고, 급전이 필요한 때 복잡한 담보 제공 절차 없이 카드 한 번만 긁으면 돈을 조달해 쓸 수 있다는 이점에 카드사용은 확산되고 있다. 카드 회원이 늘면서 카드사용도 늘고, 이 틈새를 이용해 카드사들은 장사 재미가 쏠쏠하다. 그래서 높아진 현금서비스 대출금리는 물론 연체이율도 내려올 줄 모른다. 무책임한 카드 회원 확장에 소비자의 분별력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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