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오늘]호남인들의 정치적 선택과 지역의 미래
[투데이오늘]호남인들의 정치적 선택과 지역의 미래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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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한호[광주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김대중 대통령 퇴임과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호남지역의 민심은 거대한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다. 노무현 정부가 보여준 남북관계 특검과 주도인사들에 대한 사법처리, 호남지역에 대한 인사차별 논란, 부족한 국정운영능력 등은 호남의 민심에 소용돌이를 만들었다.

특히 호남인들이 적극적 지지를 보냈던 민주당이 분열된 이후, 누구를 그리고 무엇을 지지할 것인가를 두고 혼미에 휩싸이고 있다.
혼미를 해소하고 좀더 명확하게 미래를 보기 위해서는 시대정신을 봐야 한다.

'김대중 브랜드' 효과 줄고 있어

시대정신이 변화하고 있다. 새로운 시대정신은 객체에서 주체로, 소수의 지배와 독점에서 다수의 경쟁으로, 집권에서 분권으로, 억압과 복종에서 대화와 타협으로, 획일성에서 다양성으로, 무관심과 배제에서 관심과 참여로, 불투명에서 투명으로, 경직성에서 유연성으로 변화되는 것을 내포한다. 사회의 다른 부문들은 이 시대의 변화에 비교적 잘 적응해나가고 있는 데 비하여 정칟경제적 권력과 관련된 부문만 은 유난히 시대정신에 뒤떨어져 있다.

내년 4월 총선은 호남지역의 정치적 미래를 결정할 계기가 될 것이다.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군사독재체제와 그 연장선, 그리고 그 시대적 한계를 넘어서 민족화해와 협력과 통일의 초석을 놓으려 했지만, 구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던 김대중 시대를 거쳐 새로운 패러다임이 지배하는 21세기를 우리 힘으로 열어가야 하는 엄중한 상황에 놓여 있다. 지역간 대립을 해소해야 하고, 지역의 자기발전을 위한 에너지를 결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호남지역의 정치만을 놓고 보면 민주당은 이미 위기상황에 몰려 있다. 아직까지는 과거의 전통적인 지지경향이 남아있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몇 달 후에도 그러한 지지가 계속될지 불분명하다. 국회의원 물갈이론에서 나타나는 김대중은 <예스>, 그 주변은 <노>라고 보는 호남지역민들의 분별력을 결코 가볍게 평가해서는 안될 것이다.

민주당이 계속 살기 위해서는 낡은 정당의 이미지를 벗어내고 호남의 미래를 책임질 정당으로 자기발전을 해야 한다. 이제까지는 상품과 관계없이 김대중 명품 브랜드로 승리를 했지만, 이제는 브랜드 효과가 많이 상실되었다.

따라서 상품이 나쁘면 아무리 브랜드효과를 노린다 해도 성공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민주당은 부상하는 시대정신과 시민의식을 잘 살펴보고, 그 본질적 요소를 적극적으로 흡수할 수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기득권의 전면적 포기와 새틀짜기, 그리고 새로운 얼굴들을 전면배치할 수 있느냐가 민주당 생존 여부를 판가름할 결정적 요소이다.

열린우리당은 정당들 중에 새 시대의 정신과 잘 맞고 새로이 부상하는 정당이지만 그 앞길이 순탄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이 여전히 지역의 지배정당이요, 그 조직과 지지도가 그렇게 허약하지는 않다. 또한 우리당은 분당의 원죄로부터 벗어나기 어렵고, 새로운 시대정신을 올바르게 구현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는지가 근본적 문제이다.

총선 시대정신 계승·발전이 관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관건은 사람이다. 열린 우리당의 정책적 지향에 대해서는 동의를 한다 하더라도 그 구성원이나 출마자가 시대정신을 구현할 참신성과 도덕성, 그리고 미래지향적 능력을 갖춘 사람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주민의 동의를 얻을 수 없다. 폭넓은 인재풀의 구성, 호남인의 서운함과 의구심을 풀어줄 수 있는 따뜻한 정치, 노무현 정부의 성공적 정치, 부패추방과 투명성 확보 등은 우리당의 성공을 가져 올 주요 요소들이다.

호남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새 시대를 여는 책임은 국민에게 있다. 정치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와 감시가 정치로 인한 불행한 느낌을 치유하고 정치로 인해 행복해지는 시대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오랜만에 정당들의 본격적 경쟁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호남의 미래는 , 2002년 대선에서 호남인들 스스로 열어 놓은 시대정신을 어떻게 계승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한 호남인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류한호(광주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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