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팝니다 - '바이얼린 아저씨' 정병희 씨
꽃 팝니다 - '바이얼린 아저씨' 정병희 씨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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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싸움 끝 화해의 자리 자식들이 마련한 노부모의 생일잔치에 꽃만 아니라 감동의 음악까지 배달 고등학교 때 인연맺은 바이얼린이 이젠 사람사이 잇는 다리가 됐다. 정병희씨(37.광주시 북구 신안동)는 꽃을 파는 장사꾼이다. 전남대 정문 앞에서 꽃집을 연지 8년째. 그러나 그는 꽃집 주인보다 바이올린 아저씨로 더 유명하다. 그의 곁엔 언제나 애인처럼 바이올린이 따라 다닌다. 아니 그가 어디를 가나 바이올린을 갖고 다녀야 한다고 말해야 더 옳은 말일게다. 꽃과 바이올린-. 대부분의 사람은 꽃과 음악의 어울림을 어색하게 생각지 않는다. 오히려 그만큼 잘 어울리는 것도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정씨를 좋아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정씨는 꽃을 주고받는 사람들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읽어낼 수 있는 법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미운 감정이 든 이에겐 사랑을, 성미가 급한 이에겐 침착함을, 생활에 지친 이에겐 작은 여유를 주는 것이 정씨가 일상에서 배운 세상사는 법이다. 어느날 한 가정집에서 꽃배달 주문이 왔다. 사연은 다름아닌 부부싸움 끝에 맺는 화해의 자리. 남편이 먼저 말을 꺼내기가 어려운 탓인지 꽃배달을 시켰다. 처음 남편과 아내는 단 한마디 대화도 없이 정씨가 건내준 꽃을 받아들었지만 바이올린 연주를 듣는 동안 둘의 입가엔 어느덧 미소가 감돌았다. 정씨는 감동을 전해주는 사람만은 아니다. 오히려 감동을 받기도 한다. 날마다 철없이 굴기만 하던 아들, 딸이 이젠 다 컸다고 노부모 생신을 위해 꽃배달을 시켰을 때 정씨의 연주는 더욱 흥이난다. 노부모가 눈가에 적시는 기쁨의 눈물만큼 정씨의 코끝도 비례해 찡해져 온다. 그래서 두곡만 준비해 갔던 연주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세곡 네곡 늘어난다.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열기가 더욱 힘들어져 간다는 사회-. 그래서 사람들은 연결고리를 만들고 싶어하고, 매개체를 찾는다. 정씨의 연주는 그래서 소문의 꼬리를 이어가고 있다. 신문에 광고를 내지 않아도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예전보다 많아졌다. '특별한 날'엔 꼭 정씨를 찾는 이조차 생겨났다. 고등학교 때 인연을 맺은 바이올린. 비록 부모의 반대로 바이올리스트가 되진 못했지만 그의 인생은 항상 바이올린과 함께였다. 전남대학교시절 '소리터'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다른 이들의 즐거움을 위한 연주를 터득했다. 음악으로 사람을 모을 수 있고, 마음과 마음을 잇는 감동이 사람과 사람을 이어줄 수 있는 다리가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오늘도 변함없이 정씨의 바이올린 연주는 어디선가 사랑의 감동을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062)528-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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