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미지 않아 더 고운 들꽃
꾸미지 않아 더 고운 들꽃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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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나눠주는 '삽재골 자생화농장' 김성남-박지애 부부/ 잡초로 불리던 우리꽃 300여종 모아 재배/ 애정으로 키운 꽃 "토기 직접 빚어 담아가세요"// "매력이요? 이 녀석들 거짓말 할 줄을 몰라요. 싹이 돋은 그 자리에 내년에도 그 후년에도 어김없이 다시 피어나거든요" 담양 삽재골에서 자생화 농장을 열어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무료로 꽃을 나눠주고 있는 김성남, 박지애씨 마흔하나 동갑내기 부부의 들꽃예찬이다. 병아리 눈물, 누운 주름꽃, 누운 애기열꽃, 눈동자꽃, 매발톱, 나도산부추, 까치수염…. 철따라 들판이나 산등성이를 융단처럼 수놓았던 들꽃들. 더욱이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 이 들꽃들의 아름다움은 그 어떤 인위적인 아름다움과도 비교할 수 없는 것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제각기 이름을 갖고 있어도 사람들에게 '잡초'로 불리우고 있다. 4년전까지만 해도 여느 사람들과 다름없이 들꽃들을 잡초로 생각했던 김씨 부부. 그러나 이들은 자생화 판매장에 들렸다가 우연히 인터뷰 사진 모델로 손님 역할을 하면서 이 때부터 들꽃과 새로운 만남을 시작한다. "우리나라에 이처럼 아름다운 자생화들이 많다는 것을 처음 알았어요. 그런데 워낙 비싸야죠. 돈 있는 사람들이나 사서 보지 우리는 못사겠더라구요" 우리 생활 속에서 수없이 만나는 들꽃들이 이름 한번 불려지는 데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야 한다는 사실이 그날밤 김씨 부부를 잠까지 설치면서 고민하게 만들었다. 그러기를 며칠. 이들 부부는 개들을 키우던 축산농장 한켠을 비우고 야생화를 키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들은 '삽재골 자생화' 농장 이정표 대신 '우리꽃이름 10가지를 알고 가시면 우리꽃을 드립니다'라는 커다란 플래카드를 걸어놓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꽃을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또, 수십만원을 주고도 쉽게 구할 수 없던 자생화들을 김씨 부부는 누구나 부담없이 살 수 있는 가격으로 팔고 있다. 김씨 부부는 자생화 농장을 운영하면서 '꾸밈없는 자연스러움'을 사랑하게 됐다. 이런 생각은 김씨 부부의 손길이 닿는 곳 어디서나 느낄 수 있다. 이곳에서 김씨 부부의 사랑을 받으며 자라고 있는 자생화는 300여종. 김씨 부부는 굳이 다른 곳에서 자생화를 사오지 않아도 된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이곳에 없는 품종들을 하나 둘 갖고 오면 그것이 바로 새로운 가족이 된다. 꽃을 사랑하는 마음은 주인과 손님을 구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씨 부부가 손님에게 꽃에 대해 일일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꽃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그대로에 만족한다. 김씨 부부는 자생화에 대한 사랑만큼 매정하기도 하다. 이들은 눈보라가 치는 추운 겨울에도 절대 자생화를 온실에서 가꾸지 않는다. 비록 늦게 피어나더라도 모진 고통 속에 겨울을 이겨내고 피어나는 꽃이 어떤 꽃보다 아름답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이런 김씨 부부의 극성스러운(?) 애정은 유기화분의 가식스러움도 깼다. "밝고 화사해서 많이 이용하는 유기 화분들. 웬지 겉모습만 깔끔 떠는 것 같지 않아요? 이 화분들은 속은 꽉꽉 막혀 숨 쉴 틈조차 없어 꽃들이 금방 죽거든요" 김씨 부부는 가마를 들이고 직접 흙으로 화분을 빚기 시작했다. 화분 모양도 만들어낸 선이기 보다 땅바닥에 굴러다니는 울퉁불퉁한 돌, 칭칭 동여맨 밧줄 등으로 자연의 무늬 그대로를 찍어낸다. "토기는 물을 흡수하고 숨을 쉬게 해주거든요. 이 녀석들 토기가 더 좋은지 그 뒤로는 더더욱 꽃이 아름답게 피는 것 같네요" 이후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직접 화분을 만든다. 특별한 교육이 필요없다. 자신이 만들고 싶은대로 만들라고 말하는 것이 김씨 부부의 유일한 가르침이다. 그렇게 만든 화분에 자신이 좋아하는 꽃 하나를 심어 가는 것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더없는 행복이기도 하다고. 김씨 부부의 들꽃 예찬은 아무래도 천성이지 싶다. 개 축산이 본업이고 자생화 키우는 것은 부업이라고 말하지만 이들 부부의 머릿속은 자생화의 아름다움으로 가득차 있으니 말이다. "농장 운영이 일이라는 생각은 한번도 해보지 않았어요. 이곳은 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어울림의 장이거든요" 그래서 지난해 김씨 부부는 개 축산 농장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그리고 뒤뜰에 휴식터를 마련했다. 그 뒤 주말이면 아침부터 찾아와 밥도 직접 해먹고, 자생화도 감상하고 화분도 빚으며 농장 뒤로 펼쳐져 있는 들이나 산에서 쑥도 캐면서 저녁 늦게까지 머물다가 가는 손님들이 늘고 있다. *삽재골 자생화 농장 가는 길 국도로 창평을 지나 고개를 넘어 곡성방면으로 10분 못미친 곳에 있다. 담양군 대덕면 성곡마을. 전화:061-382-3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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