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라도 가면 3억 빚이 없어질까요?
감옥에라도 가면 3억 빚이 없어질까요?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4.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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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주세요"/ 억울한 빚쟁이 낙인/ 20대여성 숨 끊어지는 고통호소// 지난 8일 광주북부경찰서 조사계. 배모씨(26·여·광주 광산구 소촌동)는 조사계에서 한 은행지점장과 마주치자 마자 악몽같은 지난 생활이 떠올라 몸서리를 쳤다. 이날 자신에게 대학졸업후 직장 생활 2년여만에 3억여원의 빚을 만든 아르바이트업체사장이 지명수배되고 대출과정에서 석연찮은 모습으로 일관한 은행지점장이 경찰에 의해 결국 업무상배임혐의로 사법처리됐기 때문이다. 배씨는 광주 한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던 지난 98년 아르바이트로 나가던 한 부동산 컨설팅회사 사장의 말만 믿고 거액의 은행대출과 관련, 자신의 명의를 빌려주었다가 사장이 도주하는 바람에 졸지에 1억3천만원의 채무자가 됐고 여기에 자신이 사장 부인의 명의로 대출한 1억5천만원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연대보증인으로 돼있는 등 모두 3억여원의 채무를 지고 지금까지 말그대로 비참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간호사인 배씨는 2년전부터 급여압류, 신용불량자라는 낙인이 찍혀 어느 한 병원에서 수개월이상 근무할 수 없는 신세. 그동안 옮긴 병원만도 서너개이상에 달하나 이나마 금방 탄로나는 자신의 신분상 최근에는 광주를 떠나 생면부지인 타 지역으로 이주해야 했다. 광주 광산의 농부의 딸인 배씨에게 이런 엄청난 일이 다가오게 된데는 간호사 취업후 가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보겠다는 마음에 자청한 아르바이트 근무가 화근이었다. “병원나이트(밤근무)뛴 뒤 2시간 가량 눈붙이고 아침에 곧바로 출근했던 아르바이트였어요”. “24살때인 98년 6월 광고를 보고 광주 동명동의 I부동산 컨설팅사무실을 찾았습니다. 박OO사장님은 유달리 포부가 크고 자신감에 차있었고 제게 용기를 북돋워주기까지 해 존경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박사장님이 자신은 신용불량자라며 휴대폰과 호출기를 내 명의로 만들어 달래서 그렇게 해주었고 이후 50만원, 500만원을 빌려달라는가 하면 10만원, 20만원씩의 활동비를 빌려달라고 해 주위에 부탁, 힘들게 꿔다 드린 적이 많았는데 거의 제 때 갚은 적이 없더군요”. 그 해 8월 배씨는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명의만 빌려주면 담보가 충분하니 대출받게 해달라”는 박사장의 제의에 덜컥 자신의 이름으로 1억3천만원을 대출해줘버린 것이다. 불행의 시작이었다. 대출이후 잦은 연체와 빚쟁이들의 사무실 방문, 날라드는 독촉장에 놀라 은행을 찾아간 배씨는 자신이 박사장 부인명의로 같은 은행에서 대출된 1억5천만원의 연대보증인이 돼있는 사실을 뒤늦게 안 것이었다. “전혀 모르는 일이었어요. 곰곰히 생각해보니 1억3천만원짜리 대출당시 지점장이 가리키는 서류에 이름만 써넣은 것이었는데 연대보증건이란 말도 없었어요”. 그 때의 박사장은 벌써 2년째 소식이 끊겼고 박씨 부인 소유의 집도 타인에게 경매로 넘어간 상태. 현재 3억원의 빚은 고스란히 차주이자 연대보증인인 배씨의 몫이됐다. 대출과정에서 은행 지점장이 보인 행위도 이해하기 힘들다. 1억3천만원이 대출되던 98년 8월당시 박사장이 담보로 제시한 광주 각화동 한 건물은 이미 같은 광주은행 다른 지점에서 채권최고액 1억9천만원이 담보로 설정된 상태였다. 때문에 이만한 액수가 대출되기에는 무리였고 당시 대출담당직원의 판단도 마찬가지였다. 더구나 박사장은 자신의 이름으로 핸드폰마저 개설하지 못하는 신용불량상태여서 자신이 차주가 되기 힘들자 아르바이트생인 배씨를 이른바 ‘바지’로 내세운 셈인데 자신은 연대보증인으로 참여했다. 배씨는 또“대출당시 ‘담보는 3개나 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박사장이 말했다”고 주장한다. 은행측은 이에대해 “배씨의 간호사 친구가 연대보증인으로, 시가 2천만원짜리 토지가 담보로 추가돼으며 담보는 2개였다 ”고 확인했다. 그러나 단 돈 몆백만원의 대출과정에서 신용불량자는 물론 연체자를 연대보증인으로 내세우는데 꺼려하는 은행측의 대출 관례상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당시 대출담당직원(35)은 최근 “처음 대출건이 나왔을 때 담보문제도 있고 신용불량자인 보증인이나 20대 여성인 차주 등을 고려해 대출을 반대했고 이같은 의견을 상부에 피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어쨌든 그 대출은 본부승인까지 거쳐 절차상 하자는 없다”고 덧붙였다. 배씨가 연대보증 자체를 부인하는 1억5천만원 대출건은 좀 더 복잡하다. 배씨에 따르면 자신이 차주이던 1억3천만원 대출 때 동명동 사무실로 찾아왔던 지점장으로부터 며칠 후 “은행으로 나와달라”는 전화를 받고 찾아간 뒤 지점장실에서 앞 뒤 설명없이 서명하라는 말에 그냥 이름쓰고 도장찍고 나온게 전부라는 것이다. “1억5천만원 보증인줄 알았다면 서명하겠느냐”는 주장이다. 이에대해서도 당시 지점장은 “나이가 몆인데 이제와서 몰랐다는게 말이 되느냐. 연대보증인이라는 사실을 알렸고 본인도 알기에 서명한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 대출에 들어간 담보인 광주 지산동 3백평임야건도 문제가 많다. 박사장은 부인 구모씨 명의로 된 이 토지를 담보로 제공했고 대출과정에서 광주 M감정원측은 3억여원으로 평가, 은행측으로부터 대출금 1억5천만원이 지급될 수 있었다. 이미 선순위담보가 설정된 상태였는데도 1억5천만원이 대출된 것이다. 더욱이 감정당시는 한창 IMF가 진행중인 상황으로 부동산 매매가 원활하지 않은 시기인데다 이 임야는 지난 해 다른 감정원에 의해 이뤄진 감정에서는 1억4천8백만원으로 평가됐다. 특히 지난 1월 해당은행측이 “평가액을 부풀렸다”면서 M 감정원을 상대로 광주지방법원에 1억5천만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는 사태로 비화하면서 대출을 둘러싼 의문점은 늘어만가고 있다. “단한푼도 써보지 못한 돈, 이자를 갚느라 사채 3백만원을 끌어다 썼다가 갚지 못하자 사채업자가 병원으로 달려와 환자들앞에서 갖은 욕설과 함께 뺨까지 때리더군요. 거기에 사장이 쓴 휴대폰의 통화료 안내서, 은행 독촉장, 고소장까지… ”. 더 이상 직장을 다니지 못하고 99년 연말 사직한 배씨. 그 후 배씨는 이른바 공개적으로 직장에 입사하지 못하고 있다. 통장개설도 못하거니와 주민등록번호가 공개되면 벌떼처럼 날아드는 독촉장과 전화 때문에 버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난 해부터 배씨의 평균 근무기간은 길어야 2∼3개월. 지금까지 개인의원 3∼4곳은 전전하며 숨죽이는 생활을 이어갔으나 그것도 한계에 이르러 이젠 광주를 아주 떠나 아무도 자신을 몰라주는 곳에서 생활하기로 작정했다. “명의를 빌려주는 것이 이렇듯 생사의 기로에서 갈등하게 될만 큼 큰일이 될 줄 몰랐습니다. 24살의 나이에 사람을 너무 믿은 제 자신을, 법과 금융권의 업무에 대해 몰랐던 저의 무지함을 탓해야할까요? ”. “평생 그 돈을 달고 다니며 결혼도 못하고 하고싶은 공부도, 취직도 못하게됐으니 차라리 감옥이나 가라 ”는 엄마의 주름살 가득한 얼굴을 생각하면 한없이 눈물이 흐른다는 배씨. 배씨는 오늘도 타향에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는 날만 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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