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오늘]3대 개혁특별법과 지역의 비전
[투데이오늘]3대 개혁특별법과 지역의 비전
  • 정근식
  • 승인 2003.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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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식[전남대 사회학과 교수]

대통령이 제안한 국민투표 문제로 시끄러운 가운데, 지난 15일 드디어 ‘3대 개혁 특별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지방분권특별법은 자치단체의 입법권 강화와 함께, 교육, 경찰, 세금제도 등에서 지방자치적 성격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가균형발전법안은 정부의 5년 단위의 국가균형발전계획, 시도단위의 지역혁신발전계획, 지역전략사업의 구조 고도화 및 투자유치촉진 등을 핵심내용으로 하고 있다. 신행정수도건설 특별조치법은 수도권의 정부소속 투자 출연기관을 비수도권으로 이전하는 것으로, 2004년 행정수도 입지결정, 2012년 중앙행정기관의 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 정파·수도권주민 동의 관심

이 개혁특별법안들은 내주 초에 국회에 제출될 예정인데, 현재의 극단적 여소야대 상황의 국회에서 이 법안들의 운명이 어떻게 될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야당들이 이 법안을 정파를 초월한 국가적 필요에 의한 것으로 해석하고 동의할 것인지, 아니면 노정권에 대한 무조건 반대의 관성대로 이를 좌초시킬 것인지 불투명하다.

정당의 정파적 이익을 쫓는 요즘의 정치적 분위기 이외에도 처음부터 이 개혁법안에 반대하는 분위기가 우세한 수도권의 국회의원들의 태도 또한 안심할 수 없다. 지금도 서울 시의회에는 수도이전 결사반대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고, 또한 경기도와 경기도의회는 국가균형발전이나 행정수도이전에 대해 반대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수도권의 논리는 항상 세계화시대의 국가경쟁력이었으며, 따라서 이 개혁특별법들이 차질없이 통과되고 실현되려면 이 특별법들이 장기적으로 지향하고 있는 국가적 비전을 수도권 주민들이 공유하고 동의하는 절차가 중요해진다.

광주나 호남의 주민입장에서 보면, 지역균형발전법과 지방분권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민주당이 어떤 당론을 만들 것인지를 넘어서서, 실질적으로 지역균형을 달성할 수 있는 방법과 내용이 무엇인가, 그리고 분권이 이루어졌을 때 과연 현재의 지방정부에게 커진 권한을 기꺼이 맡길 수 있는가를 숙고하지 않을 수 없다. 지역적 이해와 국가적 비전을 균형있게 인식하고 이끌어갈 참다운 권위, 즉 제대로 된 지방정부를 갖는 것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균형발전의 방략에 관해서 말한다면, 최근 급진전되고 있는 문화중심도시만들기 계획이 그 중심에 있을 수 밖에 없다. 여기에 관하여 많은 토론이 있었지만, 아직도 국가와 지방정부, 그리고 시민사회의 역할분담에 관해 충분한 토론이 이루어지지 않은 느낌이다.

과거와 같은 정부주도형 계획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지방정부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이 아닌 국가와 지방, 그리고 정부와 시민의 협력형 모델을 성공적으로 만드는 것이 광주를 아시아의 문화중심도시로 거듭나게 하는데 결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다.

'법안 실행', 제대로된 지자체 첩경

신뢰할만한 지방정부에 관해 말한다면, 걱정과 우려가 앞서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오랫동안의 민주화운동이 ‘큰 권력’을 중심으로 전개되었기 때문에, 전국적으로나 세계적으로 내세울만한 지방정부를 세우는데 소홀히 했고, 이 때문에 많은 주민들이 자신의 지방정부에 대해서는 긍지를 가지지 못하는 것이 오늘의 엄연한 현실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역정치가 더 활성화되어 경륜과 능력이 더 적절하게 배치되도록 유도할 수밖에 없다.

아무튼 이번에 만들어진 ‘3대 개혁 특별법’은 노무현 정부 출범 후 지속된 정파적 논란과 갈등을 국가적 발전과 비전의 문제로 국민들의 관심을 옮겨놓는 효과를 가진 것이다.

그 효과가 지난 8개월간의 소모적 정쟁을 잠재울 수 있을지, 아니면 그동안의 소용돌이에 말려들어 개혁법안 자체가 유야무야될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이런 실질적 개혁프로그램의 실행이 적극적 지지로부터 출발했으나 소극적 재신임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린 노정권이 선택할 수 있는 정치적 자원이자 원래의 정상적 궤도로 돌아오는 첩경임에는 틀림없다.

/정근식(전남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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