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오늘]이라크 전투병 파병, 절대 안 된다
[투데이오늘]이라크 전투병 파병, 절대 안 된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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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혁재[참여연대 운영위원장]

또다시 이라크 파병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지난 봄 정부는 국내여론과 국제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국익’이라는 명분으로 파병을 했다. 지금 이라크에는 건설공병지원단 575명과 의료지원단 100명 등 675명의 우리 군대가 파견되어 있다. 그런데 국제여론을 무시하고 이라크 전쟁을 강행했던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우리나라를 비롯해 동맹국들에게 추가파병을 요청했다.

추가파병 요청은 이라크에 대한 선제공격전략 실패의 고백이자 부도덕한 전쟁의 책임과 부담을 국제사회에 떠넘기려는 술책이다. 자신들의 오판과 오만으로 발생한 천문학적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어지자 추가적인 군비를 국제사회에 떠넘기려는 것이다.

미국이 이미 오래 전에 종전을 선언했고 이라크가 평화를 되찾았다고 주장했지만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미군이 전쟁기간 중 발생한 것보다 더 많은 사상자를 내면서 전쟁은 장기화되고 있다. 게릴라전이 벌어지고 있는 이라크 상황은 파견된 비전투병의 안전마저 심각하게 위협받을 정도로 나쁘다. 미국이 불법적인 전쟁을 일으킬 당시 국제평화단체들과 시민들이 경고했던 것처럼 전쟁의 폭력이 또 다른 폭력의 악순환을 불러오고 있는 것이다.

오판과 오만 책임 딴나라 전가

전쟁의 부도덕성도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전쟁불가피론의 근거는 모두 실체가 없는 여론조작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증거조작 의혹까지 대두되어 전쟁주도세력은 궁지에 몰려 있다. 이들 나라 국민들은 지금 “대량살상무기는 과연 어디에 있는가? 알 카에다와 후세인은 무슨 연관이 있는가?” 되묻고 있다. 후세인이 독재자이며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갖고 있어서 정당한 정의의 전쟁이라고 강조했던 부시조차도 이 사실을 시인했다.

이라크 전쟁은 명백한 침략전쟁이다. 정의와 자유를 내세웠지만 미국의 속셈은 이라크의 석유 확보와 MD의 정당성 확보였다. 그래서 유엔도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동의하지 않았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조차 침략을 시작한 3월 20일을 ‘국제사회에 슬픈 날’이라고 불렀다. 이라크 전쟁은 ‘해방의 전쟁’이 아니라 ‘억압의 폭력’이다. 미국의 공격으로 수많은 이라크의 어린이들과 여성, 그리고 시민들이 죄 없이 죽어갔다.

미국은 독자적 작전수행능력을 가진 ‘폴란드 사단형’ 병력규모의 경보병부대 파병을 압박하고 있다. 소수의 비전투병이지만 우리는 이미 명분 없는 전쟁폭력에 동참했다. 계속되고 있는 비정규전으로 파병된 비전투병의 안전마저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파병해서는 안 된다. 미국의 부당한 점령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미군 중심의 다국적군 활동은 설사 그것이 유엔의 이름으로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이라크 국민들의 저항을 잠재울 수 없으며 평화를 가져올 수도 없다. 전투병 파병은 동티모르의 평화유지 활동과 전혀 다르다.

침략전쟁에 파병은 부당

전투병 파병은 부당하다. 막연한 국익 또는 안보논리 만으로는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 주한미군 재배치, 북핵문제, 통상문제 등에서 이라크 파병을 대가로 미국이 우리에게 준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파병거부에 따른 미국의 정치적 경제적 보복에 대한 우려 역시 막연하고 모호하기는 마찬가지다.

파병이 국익을 위한 선택이라는 주장이 있다. 전쟁도 싫고 미국의 침략도 나쁘지만 국익을 위해 파병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도대체 국익이란 무엇인가. 파병했을 때 우리에게 돌아올 국익은 무엇인가. 파병하지 않았을 때 우리가 입을 불이익은 또 무엇인가.

비전투병 파견에 이어 전투병까지 추가 파견하는 것은 이라크 국민들은 물론 중동지역국민 전체에 대한 돌이킬 수 없는 과오를 저지르는 일이며 국익을 해치는 일이다. 미국이 이라크와 마찬가지로 김정일이 독재자이며 북한에 핵 등 대량살상무기가 있다는 명분을 내세워 북한을 공격한다면 우리는 무슨 명분으로 세계를 향해 반전을 호소할 것인가. 정부와 국회는 미국의 부당한 전투병 파병 요청을 단호하게 거부해야 한다.

/손혁재(참여연대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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