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오늘]대학, 지역혁신 위한 협력기구 만들어야
[투데이오늘]대학, 지역혁신 위한 협력기구 만들어야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10.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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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한호[광주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지역사회에서 대학이 차지하는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대학은 이제 지역사회의 작동과 발전에 필요한 인재를 키우고, 지역에 생명력을 부여하며, 지역의 발전에너지를 형성하는 중요한 기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학이 살면 지역도 살고, 대학이 죽으면 지역도 죽는 양자의 공생 및 공멸 논리가 더욱 가시화되고 있다.

이처럼 지역에서 대학의 중요성이 중차대하게 다가오는 것은 다른 요인들도 있지만 무엇보다 올들어 본격적으로 전개되기 시작한 지역혁신체제에 관한 논의와 관련이 있다. 지역혁신체제는 지역 내부의 정부, 관료, 기업, 대학, 시민사회, 언론 등의 협력체로서 주로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한 실천적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일을 담당한다.

이제까지 지역사회에서는 중앙정부에 예속된 관료와 기업은 의사결정을 독점해 왔다. 시민들은 의사결정과정에서 배제되었고, 대학이나 언론 등도 극히 제한적으로만 참여할 수 있었다.

대학은 지역혁신의 중요주체

이러한 독점적이고 폐쇄적인 의사결정구조는 지역의 활력과 발전에너지의 발현을 봉쇄하고 지배층의 이익만이 관철되며, 주민들의 이익을 억제하는 힘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민주적이고 참여적인 새로운 질서가 요구되는 오늘날 지역발전을 위한 새로운 방식의 기획과 좀더 창의적인 접근을 요구한다. 여기서 대학은 시민사회 및 언론과 함께 새로운 발전에 관한 기획 및 의사결정구조를 움직여 나가는 중요한 주체로 꼽힌다. 대학은 지역의 정신적 지도력이요 지역 발전역량의 생산자이자 공급자이다. 대학은 더 이상 상아탑 안에 갇혀 있도록 방치되고 있지 않다.

이제까지 우리 지역사회에서는 사회 각 부문이 서로 별개의 존재인 것처럼 존립했고, 다른 부문과의 연계성이나 상호협력, 또는 책임이 중요하게 취급되지 않았다. 지역주민들은 의사결정을 독점하고 있는 세력에 대하여 적절한 통제를 가하지 못했고, 대학도 자체적으로 보유한 역량을 내부에서만 소비하고 지역에 환원할 기회가 제공되지 않았다.

특히나 지역의 미래에 대한 기획을 할 수 있는 역량의 대부분을 대학이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지역사회에 대한 참여가 배제되었기 때문에 지역과 유기적인 관계도 맺을 수 없고, 지역에 대한 책임도 다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역의 대학과 지역사회는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대학이 요즘처럼 활력을 잃고 그래서 지역사회에 신선한 생명력을 제공할 수 없으면 대학뿐만 아니라 지역까지도 점차 쇠퇴할 수밖에 없다. 한국 사회에서 지역의 몰락, 특히 호남지역의 몰락은 대학이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역동적이지 못했던 것에 기인하는 측면도 있다.

대학은 지역을 늘 가슴에 담고 살아야 하며, 지역의 미래를 책임져야 한다. 대학과 지역사회는 물고기와 물의 관계와 같다. 이처럼 상생의 관계가 올바르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지역과 대학 사이의 열린 관계가 형성되어야 하며, 지역과 대학은 그 공간을 통해 서로 끊임없이 공동의 숨쉬는 마당을 만들어야 한다.

지역도 문을 열어야 하지만 대학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서 지역으로 다가가야 한다. 지역도 대학을 돕고, 대학에 대하여 지역을 위해 구체적으로 기여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지역과 대학간 열린관계 필요

대학이 적극적으로 지역사회에 다가서서 지역발전을 선도하는 주체로 나서는 쉬운 방법은 지역혁신체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지역혁신체제에 대한 참여를 개별 교수나 학자들에게 맡겨두기보다는 지역의 전체 대학이 공동으로 높은 수준의 공식적 협력기구를 만드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그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지역 대학의 총장들이 모여 이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 의례적인 만남을 넘어서서 지역사회의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방법을 모색하는 대학 대표들의 만남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생산적 결론은 지역의 미래를 여는 하나의 중요한 신호탄이 될 것이다.

/류한호(광주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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