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닷컴]광주매일 고경주사장님, 기자들의 실태를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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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4.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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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이 서울취재팀장
언론은 사주 개인의 것이 아닙니다
 광주전남 일간지 10년차 기자 월평균 120만원
고질적인 임금 체불 노동청 고발에 발끈해서
폐업 엄포는 노조 다스리기 '고전적 수법'/
언론을 사유물로 여기는 오만과 착각 벗고
경영난 통감 해결책 찾는 것이 순서아닐까요?/


광주매일 전남일보 광주일보 호남신문 전남매일 등 광주지역의 노동조합이 있는 신문사의 10년차 기자 월평균 임금은 120만원 선이다. 상여금과 연월차 수당이 포함된 연봉을 12로 나눈 수치다. 정확한 통계가 없어 A사 B사의 장삼이사에게 물어 평균을 잡은 값이나 근사치는 될 것이다. (무노조 사업장은 논외)

노동부가 내놓은 통계자료에 따르면 10인 이상 사업장 정규직 올 월평균 임금은 172만7천원이고 지난해는 159만9천원 이었다. 10인 미만 사업장이나 비정규직의 경우 올 월평균 임금은 124만원, 지난해는 127만2천원이다.

민주노총이 발표한 3인가족 표준생계비는 219만3천원이며 1인가족의 경우 114만7천원이다. 광주지역 기자의 임금은 말하자면 가내수공업체 수준이며, 혼자 벌어 혼자 쓰기에 빠듯한 정도인 셈이다.

   
▲ 전 광주매일 고경주 사장
이 임금을 광주매일과 광주일보 등 몇 개 신문사가 체불하고 있는데 광주매일이 월평균 임금의 350%, 120여명에 대한 2억8천만원을 주지않고 있어 체불액이 가장 높다. 그래서 노조가 노동청에 고발했다. 고경주 사장은 노동청 조사를 받은 직후 즉각적인 반격을 가했다.

지난 2일 사원총회에서 "사장 그만두고 문을 닫겠다"고 극약처방을 하고 나온 것이다. 여기에 두가지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신문사가 10개에 달하는데 이참에 닫을라면 꼭 닫아달라"는 것과 "무책임하게 마음대로 닫고말고 해서야 될 일이냐"는 신중론도 있다.

체불에 이은 폐업 엄포는 고전적 수법으로 새삼스러울 것은 없으나, 동네 양말공장 같은 영세 제조업체에서 써먹던 것이었지 언론사용은 아니었다. 그러나 광주의 경우 무등일보의 전례가 있어 체불과 폐업이라는 해괴한 논리가 횡행하고 있는 것이다.

무등일보 노조가 폐업직후 검찰청 등 가투에 나서면서 외친 구호 가운데 '짜고치는 고스톱에 노동자만 피박이냐'는 것과 '단 물 다 빨아먹고 용도폐기하는 공병곤을 구속하라'는 것이 있다. 오늘 광주지역 신문사의 총체적 문제가 함축되어 있는 셈이다. 점진적인 사회적 진보, 그리고 신문사의 난립이 단 물을 희석시키는 지방 신문권력의 약화를 초래하고 있으며 용도폐기론의 배경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문사는 그렇게 양말공장처럼 마음대로 열고 닫고 하는 것이 아니다. 신문사는 사장 것이 아니라 독자의 것이며, 노조를 비롯한 구성원의 것이다. 언론을 사유물로 여기는 고사장의 오만과 착각이 여기에 있다.

고사장은 광주매일 경영난의 책임을 통감하여 경영권 편집권 인사권을 내놓고 물러난 뒤 전문경영인의 영입여부를 포함한 사태해결책을 노조와 함께 신중하게 모색해야 할 일이다.

무등일보는 용도폐기론의 전례로도 유용했지만, 폐기 이후 형사처벌을 받는 공병곤씨의 참담한 뒷모습이 어떤 것인가, 사회정의를 위한 비판 기능을 스스로 포기하고 언론을 사유물로 여기는 사주개인의 종말이 어떤 것인가를 명징하게 보여주는 교과서적 사례로서도 여전히 유용하다.

무등일보가 광주매일과 비슷한 체불과 폐업의 위기감이 돌 때 기자들은 전남도청 혹은 광주시청 간부로부터 이런 위로를 받았다. "이기자! 나는 월급이 그렇게 적은지 몰랐어. 그나마 월급이 안나오는 사정도 모르고. 미안하네, 어떻게 사나. 요새 힘들지" 취재하려는 내용을 까맣게 잊고, 돌아서 나오는 기자 뒤통수의 그 뜨뜻함을 고사장은 짐작이나 할까.

신영복씨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이념보다 입장이 크다'고 말한 것처럼, 기자들은 멍들고 오염되면서 언론의 이념보다 개인의 입장에 기울고, 자존심보다 이기심에 기웃거리는 것이다.

임금은 노동의 대가이고 그 대가는 반드시 지급 받아야 한다. 고사장은 오만한 자세를 버리고 즉각 사태해결에 나서야 할 것이다. /이광이 서울취재팀장은 무등일보 노조위원장을 지냈다.

/이광이 서울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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